위안부 피해자 10억 지원 등 ‘최종 해결’ 원하는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에게 연내 방한을 지시하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정부 예산으로 1억 엔(약 9억7260만원) 규모의 기금을 설립하고, ‘책임’ 및 ‘사죄’가 포함된 아베 총리 명의의 편지를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이 협상 타결 시 다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확약을 원해 온 것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해결’에 대한 의사를 언급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위안부 문제는 매우 어렵지만 무엇이 가능한지 최대한 조율하고 싶다”며 “지난달 한·일정상회담 이후 아베 총리로부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여러 번 지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26일자 3면
 

그는 “그것을 토대로 외교당국이 여러 수준에서 노력해왔다”면서도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예단을 갖고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경향신문은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 1억 엔이 넘는 규모의 기금 설립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일본은 2007년 해산한 아시아여성기금의 후속 사업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올해 약 1500만 엔(약 1억4588만원)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이 정도 금액으로) 일본의 마음을 전달하기 어려운 만큼 10년분의 자금을 일괄적으로 내서 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있다”며 “또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로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방안과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들과 면담하는 구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부 강제 연행 인정 등 법적 책임 반드시 물어야”

정부는 일본 외무상의 방한과 위안부 문제 협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24일 윤병세 장관 주재로 심야 대책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25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와 관련한 짧은 보도자료만 내고 언론에 일절 배경 설명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시다 외무상이 오는 28일 방한해 윤 장관과 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한·일 양국은 외교장관 회담 하루 전인 27일 서울에서 제12차 국장급 협의를 개최한다.

   
▲ 조선일보 26일자 3면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 소식통은 “섣불리 낙관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자신들의 안을 관철하기 위해 언론에 관련 내용을 자꾸 흘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27일 열리는 국장급 공식 협의 결과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오는 28일 한·일 외교장관 협상의 핵심 쟁점은 △사죄문 표현 △사과문 작성과 전달 주체 △강제동원 인정 여부 △지원금 성격과 명칭 등 4가지라며 “한·일 장관급 위안부 담판의 성패는 ‘일본의 국가적 책임 인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일본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총리 등이 사과를 표명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면서 “법적 책임은 위안부 문제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위안부 문제를 ‘최종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아무리 협상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더라도 들어줄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 무라야마·고노 담화에서 언급했던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 인정 등이 지켜내야 할 최소한”이라며 “이번 회의가 아베의 역사 수정주의를 거드는 꼴이 돼서는 안 되며, 협상 내용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도 반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 중앙일보 26일자 사설
 

박근혜 정부 공안통치 ‘무리수’ 4종 세트는?

경향신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3년 동안 국민들은 자주 ‘낯선’ 법조항과 맞닥뜨렸다며 짧게는 22년, 길게는 60년 동안 법전 안에 묻혀 있던 조항들이 정부·여당을 통해 줄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첫 번째는 경찰이 지난 18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혐의에 ‘소요죄’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형법 115조에 규정된 소요죄는 1986년 ‘5·3 인천사태’ 이후 29년간 적용된 적이 없다.

두 번째는 지난 17일 새누리당이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검토 주장을 하루 만에 철회한 일이다. 경향은 “헌법 76조 1항의 ‘긴급재정명령권’은 대통령이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발동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5법’ 등의 직권상정을 거부하자 이를 ‘카드’로 꺼냈다가, 논란이 일자 바로 다음날 ‘언론사가 너무 크게 쓴 것’이라며 발을 뺐다”고 밝혔다. 이는 22년 전인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 발동된 것이 마지막이다.

   
▲ 경향신문 26일자 5면
 

세 번째는 지난 2013년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적죄’ 적용을 주장한 것이다. 형법 90조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인데, 절대적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유일한 범죄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쓰인 적이 없다. 이에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왔고 검찰 기소에서도 빠졌다.

경향은 “검찰이 이 전 의원에 적용한 내란음모 혐의(형법 90조) 역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며 “대법원은 내란선동 혐의는 인정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은 없었다고 판단해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지난 17일 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외국 언론인이 우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적은 처음이다. 

중앙일보 ‘올해의 오보’ 쿨하게 사과

중앙일보가 올해 보도한 기사 중 주요 오보 사례를 모아 ‘2015 바로잡습니다’를 1면을 털어 내보냈다. 중앙은 “사건의 내막을 파고드는 심층 보도로 언론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나 화급을 다투는 취재·제작 과정에서의 오류 등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사례가 발생했다”며 “내년에 더 정확한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 뵙겠다는 약속이자 반성문”이라고 밝혔다.

중앙이 지난 8월6일자 1면에 보도한 “최태원·구본상·김승연 사면” 기사는 3명의 기업인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였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막판에 사면 기준이 엄격하게 바뀌었고, 보도 이후 ‘특혜 사면’ 논란이 일면서 상황이 바뀌어 결국 오보를 낸 것이다.

중앙은 또 11월19일 ‘천재소년’으로 알려진 송유근(17)군이 내년 2월 만 18세3개월의 나이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졸업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중앙은 “하지만 송군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실었던 논문이 표절로 판명되면서 송군은 졸업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당연히 박사학위 취득도 무산됐다. 송군의 과거 논문까지 확인하지 못한 성급한 보도였다”고 인정했다.

   
▲ 중앙일보 26일자 20면
 

중앙은 11월10일자 “문재인, 부산 영도 출마 결심…김무성과 맞대결하나” 기사에는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위원장이 “문 대표가 부산 영도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코멘트를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이 아닌 부산진구갑지역위원회 이홍찬 사무국장이었음이 하루 뒤에 밝혀졌다”고 바로잡았다. 새정치연합 수첩에 김 위원장의 연락처로 이 사무국장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생긴 착오였던 것.

중앙은 “취재기자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 번호가 맞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해 김 위원장인 줄 알고 취재한 결과를 보도했는데, 알고 보니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 사무국장이었다”며 “당시 바로잡습니다로 정정했지만 다시 한번 독자 여러분과 김 위원장께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박근령, 1988년 창간한 한겨레에 “한겨레가 박정희 비판 많이 해”  

한겨레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 8월4일 일본의 동영상 전문 포털사이트 ‘니코니코’와 한 인터뷰에서 “일본에 위안부 문제의 사과를 더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히고, 일본의 왕을 ‘천황’이라 지칭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이사장은 당시 ‘천황’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에 대해 “천황은 그냥 외교적 예우 차원에서 쓴 말이다. 만약 내가 일본에 가서 감정적으로 ‘일왕’ 이래버렸다면 우리 국민은 감정적으로 말한다고 일본 사회가 욕했을 것”이라며 “나는 국익을 생각했던 것이다. 이웃나라와 잘 지내야 할 것 아닌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일본 가셨을 때 천왕 폐하라 지칭했다”고 해명했다.

   
▲ 한겨레 26일자 11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에 대해서 그는 “일본이 과거 일으킨 전쟁 때문에 피해 보신 분들이 동남아시아에도 많지만 동남아가 다 들고일어나진 않는다. 다 국익을 생각해 미래지향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신 일본도 상당히 한류를 이해해주고 <겨울연가>같은 드라마도 다 방송을 해주고 있다.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은 우리 정부가 더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5·16을 쿠데타라고 생각하나 혁명이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엔 “구국의 혁명이었다. 그것을 하지 않았다면 김일성이 적화통일 했을 것이다. 우리는 당시 육해공군이 모두 열세였을 뿐 아니라 사회가 무법천지처럼 혼란스러웠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장은 그동안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과거에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대통령 재임 시 한겨레신문이 워낙 비판을 많이 해서 마음에 부담이 됐다”고 답했다가 ‘한겨레는 1988년 창간한 신문’이라고 바로잡자“그런가”라고 말하는 등 궁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쓰는 기사들에 속상해했다. 왜 우리한테 확인도 안 하고 그런 기사를 쓰는 거냐며 화내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 언니(박근혜)도 아버지가 왜곡되는 것에 고통스러워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