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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송년특집 ④> 북한내부

'김정은식 애민정치'라 전해라

<2015 송년특집 ④> 북한내부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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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5  11: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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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이자 광복 70년을 맞는 2015년은 연초부터 국내외적으로 많은 기대가 모아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측과 북측은 신년 초 정상회담 운운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남북대화 한번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8월초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건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가 급상승하자 남측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하는 이른바 ‘2+2회담’을 성사시켜 8.25합의를 극적으로 이뤘습니다. 그러나 12월 11-12일 열린 남북 당국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은커녕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면서 사실상 결렬됐습니다.

북.미관계도 별 것이 없었습니다. 연초부터 양측은 북한의 공식적인 대미 대화 제안과 미국 측의 거절 등, 대화 제의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하세월하다, 결국 하반기 들어 북한 측의 평화협정 회담 제의와 미국 측의 비핵화 합의 이행 요구로 평행선만 긋다 한해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특기할 만한 것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해 북한과 중국이 관계회복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 점입니다. 이어 양측 관계개선의 움직임으로 12월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공연을 앞뒀으나 돌연 공연단이 철수를 하게 된 사건이 일어나 양측 관계가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습니다.

통일뉴스는 <2015년 송년특집>으로 ①북.미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의 대외관계 ④북한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월 1일 첫 행보로 평양육아원.애육원을 방문했다. 이른바 '김정은식 애민정치'의 서막이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새해의 인사를 드리며 온 나라 가정들에 따뜻한 정이 넘치고 귀여운 우리 어린이들에게 더 밝은 미래가 있기를 축복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의 시작이다. 그리고 "희망찬 새해 2015년을 맞으며 온 나라 가정들에 행복이 깃들기를 축원합니다"라고 갈무리했다. '김정은식 애민정치'의 서막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3년상을 끝낸 2015년 북한은 당 창건 70돌을 계기로 김정은의 당, 김정은의 나라로 나아가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애민'이라는 단어로 점철됐다.

'애민정신'에 입각한 북한은 당 창건 70돌인 10월 10일을 앞두고 다양한 건축공사를 끝마치려고 했고,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인민사랑'을 내세우며 이른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다그쳤다. 

하지만 '애민정치'를 표방하던 2015년, 최측근으로 분류된 최룡해 당 비서가 실각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김기남 당 비서는 좌천된 듯하다가 다시 면모를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포정치'라고 부르지만 '인민을 향한 멸사복무', 인민사랑을 위해 당 정책을 끌고 나가려는 김정은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남들이 뭐라 해도 북한은 외부를 향해 시쳇말로 '애민정치라 전해라'라고 하는 셈이다.

그리고 북한은 애민정치에 대해, 김일성 주석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것은 나라와 백성이니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초개와 같이 바친다"고 밝힌 데서 출발해, '김일성-김정일주의'의 핵심은 '인민대중에 대한 헌신적 복무', '인민대중제일주의사상'이라고 설명한다.

   
▲ 북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자료사진-통일뉴스]

'가정행복'에서 '인민사랑'으로 이어진 '애국'의 정책 구현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며 "인민을 존중하고 인민을 사랑하며 인민에게 의거하는 기풍이 차넘치게 하고, 당 사업의 주되는 힘이 인민생활향상에 돌려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미 마련된 자립경제의 토대와 온갖 잠재력을 최대로 발동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건설에서 전환을 이룩하여야 한다"며 "뜻깊은 올해에 인민생활향상에서 전변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뜻깊은 올해'는 당 창건 70돌을 의미한다.

당 창건 70돌을 '혁명적 대경사'로 '10월의 대축전장'으로 맞이하기 위해 북한은 각종 건설에 주력했다. 대표적으로 원산육아원.애육원(6월),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6월), 평양국제비행장(7월), 마전유원지(7월), 평양양로원(8월),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10월), 룡매도간석지 6구역(10월), 종합봉사선 무지개호(10월), 과학기술전당(10월), 미래과학자거리(11월), 청천강계단식발전소(11월), 만경대학생소년궁전(12월) 등이 차례로 준공됐다.

이를 두고 북한은 "사회주의 강성국가, 인민의 낙원을 일떠세우는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으로 나라의 경제적 위력과 문명수준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했다. 이는 '애민정치'의 발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신년사에서 밝혔듯 농산, 수산, 축산을 3대 축으로 한 식생활 수준 높이기, 경공업공장 생산 정상화를 통한 질 좋은 소비품 생산 등에 나섰다. 구체적인 성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한은 '인민 중심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한, '애국헌신 기풍'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의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가 10월 새로 개발한 지하전동차를 두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발동하고 우리의 힘과 기술로 우리 식으로 만들어야 그것이 더욱 소중하고 빛난다"라고 자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인민사랑' 구호와 이어진 정책들은 당 창건 70돌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 제1위원장은 10월 10일 열병식 및 군중시위에서 육성연설을 통해 90여 회나 '인민'을 언급했다.

그는 '사랑하는 전체 인민들에게'라고 운을 떼며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이며, 우리 당의 존재방식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것"이라며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를 강조했다.

이에 앞서 그는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 당의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노작을 통해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고 구호를 제시했다. 이러한 그의 정책은 새해 첫날부터 평양육아원.애육원을 찾는 등의 행보에서 읽혔다.

   
▲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분야별 횟수와 동행자 순위. [자료정리-통일뉴스]

24일 현재 김 제1위원장의 총 151회 현지지도 중 69차례가 경제 분야이다. 이는 군 분야 46회, 정치 19회 등 보다 훨씬 많은 수치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구현하는 데 있어 경제가 인민들의 피부에 와 닿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 8월 나선시 홍수피해와 관련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홍수피해 복구대책을 지시하고, 직접 두 차례에 걸쳐 현지지도한 모습 등은 인민사랑의 정치적 구호와 함께 '애민지도자 이미지' 구축을 위한 행보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김정은 제1위원장과 당의 애민정치에 북한 주민들은 애국활동으로 보답했다. 올해 성과를 두고 재일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0년을 1년으로 주름잡는 눈부신 비약을 이룩하였다"라고 평가했다.

당의 전민과학화기술인재화, 인재강국화 구호에 따라 각 대학은 원격교육을 강화, 지난 10월 김책공업종합대학 원격교육대학에서 1백여 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교육을 받는 단위가 1천 5백여 개로 늘었다.

그리고 전국의 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등에는 2천여 개의 과학기술보급실이 꾸려졌고, 평양강냉이가공공장, 평양메기공장은 과학화된 통합생산체계를 갖췄으며, 식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농업과학원 평양남새과학연구소 등에서는 과학연구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 체육인들은 국제경기에서 90여 개의 금메달을 포함한 약 250개의 메달을 획득했으며, 19개 국내 신기록을 수립으로 당에 보답했다.

'국보급'이라고 불리는 청봉악단이 7월 창단되고 모란봉악단과 국가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도 이어졌다. 이들은 김정은 시대 음악정치의 일환으로 인민사랑 의식을 심어주고, 애국열풍을 일으키는 데 한 몫 했다.

이 밖에도 국토환경보호부문 일꾼회의(2월), 제7차 전국체육인대회(3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3차회의(4월), 제2차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5월), 전국상업부문일꾼회의(5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7월), 제4차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선구자대회(11월), 제4차 전국직맹모범초급단체위원장대회(11월), 제3차 전국재정은행일꾼대회(12월) 등이 열렸다.

   
▲ 당 창건 70돌 횃불행진. [자료사진-통일뉴스]
   
▲ 2015년 창단한 청봉악단의 당 창건 70돌 공연모습.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이 애민정치를 구현한다고 해도 장성택 숙청 이후 최룡해 당 비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내치고, 김기남 당 비서가 주석단이 아닌 방청석에 앉다가 다시 복권되는 등 당 기강 잡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김 제1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최룡해 당 비서의 신상변화는 주목받았다. 지난 10월 당 창건 기념일까지 모습을 드러낸 최룡해가 지난 11월 사망한 리을설 원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빠졌다.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신념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저절로 유전되는 것도 아니다. 신념을 저버린 인간은 한때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있었다고 해도 역사의 쓰레기로 버림받게 되는 것이 혁명투쟁의 교훈"이라고 암시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4월 24일과 25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훈련일꾼대회' 참가를 끝으로 모습을 감췄다. 후임에 박영식이 올랐다. 그가 사라진 배경을 두고 '군벌관료주의', '김정은 비하 발언' 등 추측이 나왔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당의 선전선동을 담당하는 김기남 당 비서는 지난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3차회의에서 주석단이 아닌 방청석 세 번째 줄에 앉았다. 그러다 7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천박물관 현지지도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일련의 간부 잡도리를 두고 '공포정치'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모든 당조직과 당일꾼들은 세도와 관료주의를 철저히 극복하며 인민들을 따뜻이 보살피고 잘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즉, 자신의 애민정치에 벗어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조성렬 북한연구학회 회장은 최근 열린 특별학술회의 기조발제에서 "병진노선의 핵심은 핵보유, 핵강국이 아니라 바로 경제건설, 인민생활 향상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김정일 시대에 있었던 부패에 연루된 간부들을 징계하고 인민들의 생활현장을 방문하여 인민생활 향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했다"고 평가했다

   
▲ 지난 5월 시험발사된 SLBM '북극성-1호'. [자료사진-통일뉴스]

군, SLBM 발사 성공 등으로 '인민보위' 표출

"혁명무력건설과 국방력강화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 군사강국의 위력을 더 높이 떨쳐야 한다"는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보답하듯, 북한 군부도 '인민보위'라는 이름으로 애국사업을 펼쳤다.

'혁명무력건설', '국방력 강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5월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호' 시험발사 성공이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직접 참관하면서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못지 않은 경이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성명을 발표, "나라의 국방과 안전을 수호하고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떨쳐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의 국방력강화계획은 추호도 흔들림도 없이 비상히 빠른 속도로 더욱 힘차게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북한은 '백두산훈련열풍'을 이어갔다. 지난 4월 열린 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은 개회사와 폐회사를 직접 하면서, "훈련에 모든 힘을 집중하며 전군에 백두산훈련열풍이 더욱 세차게 휘몰아치게 하는데서 도화선이 되고 꺼지지 않는 불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를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에 맞게, '수령보위, 제도보위, 인민보위의 칼을 날카롭게 벼리라'는 신년사처럼, 새해 초 추격기 및 폭격기연대 비행전투훈련을 시작으로 비반충포사격경기대회(1월), 적 해상목표 군종타격훈련(1월),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장타격 및 복구훈련(3월), 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4월), 여성초음속전투기비행사 비행훈련(6월), 신형 반함선로켓 발사훈련(6월), 고사로켓사격훈련(11월), 쌍방실동훈련(12월) 등이 시행됐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은 4월 새벽 백두산 정상에 올라 전투비행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행군대를 격려했고, 제1차 정찰일꾼대회(6월), 제4차 전국노병대회(7월), 제7차 군사교육일꾼대회(11월), 제4차 포병대회(12월) 등에서도 인민보위과 백두산훈련열풍을 강조했다.

   
▲ 북한은 2016년 5월 열리는 당 제7차 대회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2016년 당 7차 대회를 향한 '인민사랑', '애국열풍' 박차

당 창건 70돌과 관련해 예상됐던 당 7차 대회가 2016년 5월 열린다.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1월 결정서를 발표, "주체혁명위업,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위업 수행에서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105(2016)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36년 만에 열리는 당 7차 대회를 앞두고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사설을 통해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는 제일투사, 애국의 불을 달아주는 불씨"가 될 것을 주문하며, "당 제7차대회를 우리 당 역사에 특기할 혁명의 최전성기로 빛내여 나가자"라고 호소했다.

이를 입증하듯 북한 각계는 당 제7차 대회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삼천메기공장을 찾아 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다음 해 10월 10일까지 현대화를 마칠 것을 지시했다.

농.축산 분야에서 알곡과 축산물 생산 늘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겨울철 물고기잡이에도 집중하고 있다. 식료공업부문, 인민경제의 선행부문과 기초공업부문 등에서도 증산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11월 한달 동안 철도운수부문 물동수송량이 10월에 비해 하루평균 110% 늘어났으며, 삼지연-대홍단-백암도로 기술개건 공사가 완공됐다. 각지의 과학연구, 교육기지들에서 승리의 5월을 마중해가는 과학자, 연구사, 교원들의 열정의 낮과 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북한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

결국, 2015년 초부터 이어온 '10월 대축전장'을 위한 동력은 2016년 5월 당 7차 대회까지로 연장됐다. "'김정은식 애민정치'라 전해라". 김 제1위원장이 제시한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가 계속 이어지고, 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애국보답'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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