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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무풍지대?

 

한국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무풍지대?
 
‘아리랑3호’ 이어 화력발전소 공사 싹쓸이... 시민모임, 불매운동 돌입
 
정운현 기자 | 등록:2012-09-26 15:24:20 | 최종:2012-09-26 18:04: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시민모임'이 26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미쓰비시 불매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시민모임 제공)

“지난 7월9일 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 3호 위성 발사 용역대금으로 1974만3천달러(223억원)을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지불했습니다. 비단 ‘아리랑 3호’ 뿐만이 아닙니다. 2009년 당진 화력발전소 9, 10호기 시설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현재 시설 중인 4개 발전소의 가스터빈 총 10기, 평택 복합화력 2단계 공사까지 연거푸 미쓰비시가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일본의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보상은 외면한 채 국내 위성사업 및 발전소 시절분야 등 중공업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현실을 보다 못해 시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중공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26일 오전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불매운동은 제2의 독립운동”이라며 “제1의 전범기업 미쓰비시에 영업적 손실을 안길 범국민 불매운동에 함께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모임은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7월6일 16차 협상을 끝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의 2년에 걸친 근로정신대 협상은 최종 결렬되었다”고 밝히고는 “미쓰비시는 내일 모레를 기약하기 힘든 피해 할머니들의 절박한 처지는 안중에 없고 한 마디로 ‘조롱’과 ‘모욕’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후생연금 99엔 사건’의 주인공 양금덕 할머니(83, 광주)도 참석했다.

 

불매운동 대상 미쓰비시 관련 제품들
이들은 “한국은 일제 전범기업 진출의 무풍지대”라며 “아리랑 3호, 당진 화력발전소, 평택 복합화력 2단계 공사까지 연거푸 미쓰비시가 ‘싹쓸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공공 발주사업에 대한 전범기업 입찰 제한, 사법적 결정의 단호한 이행, 대법원의 손해배상 결정을 이행해야 한다”며 “일제 전범기업에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 주권국가로서 지극히 정당한 통치권”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이 ‘미쓰비시 불매운동’에 나서게 된 데는 한국정부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 2년간 ‘시민모임’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힘든 협상과 대화를 해온 사실조차도 모르고 관심조차도 없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 5월 대법원에서 히로시마 조선소 징용 피해자 사건과 관련해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기업의 배상책임을 명시한 판결을 내렸지만 외교부는 지금껏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

시민모임은 “우리 정부마저 일제피해자들의 절절한 목소리를마치 어린애들 치근덕거리는 소리쯤으로 무시하고 있으니오직했으면 미쓰비시가 한국정부의 이런 태도를 들어협상장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방패로 삼고 나섰겠느냐”며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누구를 도와주고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국회는 일제 전범기업들에 대해 국가가 발주하는 사업에 입찰제한 조치를 취하고는 있으나 아무런 구속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시민모임’ 등 광주지역 시민들은 스스로 나서서 전범기업 미쓰비시에 ‘영업적 손실’을 안기기로 작정하게 된 것이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 불매운동은 ‘제2의 독립운동’”이라며 미씨비시 자동차, 니콘 카메라, 기린맥주, 미쓰비시 예초기 등 미쓰비시 기업 관련제품의 불매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시민모임은 또 10월부터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매주 금요일에는 누리꾼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시위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시민모임은 관계 당국에도 응당한 제도적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우선 국회에는 전범기업의 입찰을 제한하는 입법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앙정부나 지자체 발주 사업에 전범기업들이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개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또 5.24 대법원 판결의 후속조치로 전범기업과 이미 거래중인 사업의 경우 ‘계약대금 지급 즉시 유예’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범’의 입국금지를 명시한 출입국 관리법 제11조에 의거해 미쓰비시 임원들의 입국금지 조치도 촉구할 방침이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26일 오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쓰비시와 굴욕적인 협상을 할 수는 없어서 결국 결렬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추한 면을 너무도 많이 봐서 크게 실망했다”며 “지속적인 불매운동 전개를 통해 미쓰비시의 기업 이미지 손상 등 타격을 주는 동시에 국회 등 우리 당국에도 입찰제한 조치 등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참조] ‘여자근로정신대’와 대일 소송 전말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여자근로정신대’란 흔히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와는 다른 것으로, 일제 당시 군수기업 등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을 일컫는다.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당시 14세)이던 1944년 5월 어느 날,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일본인 담임선생의 말만 믿고 일본 나고야로 향했다. 그러나 공부는커녕 하루 10시간에 가까운 혹독한 강제노동과 굶주림뿐이었다. 물론 임금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은 해방 후 귀국해서는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여자근로정신대’를 ‘일본군 위안부’로 오인한 까닭에 결혼하기도 힘들었고 또 어렵게 가정을 꾸려도 파혼을 면치 못했다.

양 할머니 같은 분들은 양심적인 일본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얻어 일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2008년 11월 도쿄 최고재판소는 10여년에 걸친 재판 끝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1965년 한일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었다. 결국 시민모임은 ‘제1 전범기업’이랄 수 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협상을 벌였으나 미쓰비시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얼굴을 내밀기는 하였을뿐 ‘재판이 끝났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몇 푼 내놓겠다’ 등의 오만과 무성의로 일관해왔다. 2년여 미쓰비시와의 협상은 지난 7월 6일 16차 협상을 끝으로 결국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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