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후죽순 늘어나는 新黨, 그만큼 멀어지는 希望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과거의 거울이 있어서다.
 
임두만 | 2016-01-11 08:48: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열린우리당은 수도권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의 전패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당시 지역구 광역의원 수는 서울 96석, 경기 108석, 인천 30석… 모두 234석이었으나 이중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단 1석도 얻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무려 234 : 0이다. 열린우리당이 얻은 의석은 비례대표로 서울 2 경기 2 인천 1석 등 고작 5석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의 MBC 개표현황 © MBC pd수첩

더 참담한 것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집권 열린당은 전북 1곳, 호남당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던 민주당이 전남과 광주 2곳, 무소속이 제주 1곳… 나머지 12곳은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다. 그리고 집권 열린우리당 소속은 수도권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 구리시장에 당선된 박영순 당선자 1인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전승, 인천은 무소속이 당선된 강화군수 빼고 8곳, 경기도는 구리시 외 무소속이 당선된 양주시, 가평군, 양평군 등 4곳 빼고 23곳 승리라는 1당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4.19 민중혁명으로 치러진 선거 말고, 집권당이 이처럼 처참하게 패한 선거는 없었다. 당시 기초 광역의원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국의 당선자 수를 보면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12명, 기초단체장 155명, 광역의원 557명, 기초의원 1621명 등 도합 2,345명의 당선자를 냈다. 그리고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20명, 광역의원 80명을 당선시켜 집권 열린당을 능가했다.

반면 집권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19명, 광역의원 52명, 기초의원 630명 등 도합 702명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다. 따라서 기초의원에서 276명만 당선시킨 민주당이 전체숫자가 열린당에 밀렸을뿐 사실상 2당으로 등극한 선거결과를 냈다. 이외 국민중심당이나 민주노동당은 사실상 의미있는 선거결과라고 할 수 없는 소수의 기초단체장 및 광역 기초의원 (국중당=기초단체장 7명, 광역의원 15명, 기초의원 67명, 민주노동당=광역의원 15명, 기초의원 66명)을 당선시켜, 전국적으로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29명 광역의원 14명, 기초의원 228명이 당선된 무소속 보다 못한 선거결과를 얻었다.

때문에 이 선거를 기화로 열린우리당은 소멸의 길을 걸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모든 특권을 타파한다며 집권세력을 동강내고 만든 ‘100년 정당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의 역사가 되기도 전에 이 선거를 통해 처참한 종말을 예고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누가 뭐라고 해도 ‘순혈주의’를 고집한 노무현과 그 패밀리의 독선과 아집에 의한 ‘마이너스’ 정치 때문이었다.

독재와 부정선거로 인해 대통령은 망명, 부통령 당선자는 가족과 함께 자결, 그 불의한 권력의 지탱을 위해 봉직한 경찰수장과 관료들은 사형을 당할 정도로 처참한 심판을 받은 것이 4.19 혁명이다. 그런데 이 민중혁명의 끝에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치러진 1960년 7.29 총선거에서 자유당은 민의원 2석, 참의원 4석을 얻었다. 집권당이 된 민주당은 민의원 175석, 참의원 31석, 도합 206석을 휩쓸었다. 206:6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승패의 기준인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의 집권 열린우리당 당선자 총 수는 72명이다. 그 외 한나라당 이하 집권 열린우리당 반대의 야권 당선자 총 수는 907명이었다. 이 대비는 907:72다. 비율로 치면 열린우리당이 자유당에 비해 조금 높다. 그러나 4.19와 같은 민중혁명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거혁명으로 집권 열린우리당의 퇴출을 명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러함에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 열린우리당 주류세력이 자신들만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며 자신들을 반대하는 진영 내 반대파들을 지역패권주의자, 기득권자, 썩은 구정치인, 새누리당 세작, MB아바타, 호남퇴물 등의 이름을 붙여 몰아내면서 또다시 ‘순혈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이 같은 낙인이 찍혔거나, 아니면 그 같은 낙인찍기 정치는 안 된다는 세력이 떨어져 나와서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 그것이 2016년 1월 현재의 정치 기상도다.

그러면 이 신당은 저들 ‘순혈주의파’보다 더 승리의 희망을 주는가? 아프지만 아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아니다. 그래서 더 아프다. 반대로 패악한 권력자들과 그 지지자들은 좋아서 희희낙락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발언하는 안철수 의원 © 이미지 제공, 국민의당

▲대방동 여성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국민회의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발언하는 천정배 의원장 © 이미지 제공, 국민회의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신당 발기인 대회에서 발언하는 박주선 위원장 © 이미지 제공 통합신당

10일, 서울에서는 무려 3곳에서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군중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기세를 올렸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세종문화회관이 가장 많았고, 여의도 의원회관과, 그 건너편 대방동 여성회관은 거의 비슷한 수가 모였다. 하지만 이 3곳 모두 선거 승리를 말하고 정치의 세력교체를 말했으며 통합을 말했음에도 각개약진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희망’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야 할 세력인 ‘국민회의’는 열우당의 실패 요인인 ‘순혈주의’의 색이 너무 강하고, 또 다른 ‘희망’이라고 불러야 할 ‘국민의당’ 세력은 출발부터 창당 취지에 맞지 않는 잡탕 성격이 더 강하게 나타나면서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에서 발기인 대회를 치른 국민의당은 보수진보 양날개라며 그 이미지에 맞는 창당준비위원장을 세웠으나 실제는 건전한 진보와 건전한 보수의 결합이 아니라 기존 정당에서 자리잡지 못한 ‘정치낭인’들의 ‘둥지’로 보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이 정당의 머리가 될 주요 인사들의 현안대응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한·일 양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협상 합의에 대한 입장의 오락가락,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무대응, 섣부른 세불리기에서 나타난 헛발질, 그럼에도 비판과 비난엔 날선 대응으로 대드는 새로운 진영논리… 이것은 신당의 성공과 매우 거리가 멀다. 더구나 안철수라는 아이콘 차별화 전략은 또 다른 문재인, 또 다른 노무현을 만들어 낼 것 같은 개연성도 보인다.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해서 안되었기는 하지만 김한길은 신당운동에 실패한 인물이다. 그가 주도한 열린우리당 해체와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그리고 또 그가 주도한 민주통합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의 합당, 이 두 가지 정치 이벤트는 실패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의 이름표만 바꿔단 것 이상이 아니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1년10개월에 두사람 모두 떨어져 나왔다. 그가 민주통합당 대표가 될 즈음 당헌당규는 당 대표 1인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그 정당을 김한길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현재의 국민의당에게 왜 기대보다 실망이 많은가? 유권자 단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유권자 단체와 정면 대응을 하겠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한 정치인도 신당의 주요 멤버이며, 영입한 인사들은 초장부터 검증미비라며 영입취소를 발표한 창당준비위원장의 머쓱한 표정이 방송화면을 타야 했다. 그리고도 모자라 발기인 대회 당일 또 발기인으로 발표된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2002년 SK텔레콤의 KT 지분매입 심사과정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인물로 밝혀지기도 했고, 경선불복의 명패가 선명한 이도 있으며, 전직 의원이긴 하지만 부정비리로 이미 걸러졌던 옛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니 최재성 같은 이에게까지 비판을 당한다. 신한국당 민주자유청년봉사단 성남수정지구회장을 하고 신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전력을 숨기고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3선을 한 최재성은 자신이 그쪽 출신임에도 국민의당에게 ‘호남팔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그 아류들은 이태규 정용화의 신당 참여를 두고 ‘MB정당’이냐고 비아냥이다. 이러한 태클들은 지금 상황에서 너무 깊어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나는 정치의 순혈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용광로’論도 지지하지 않는다. 용광로는 생물도 무생물로 만드는 화로다. 용광로가 모두를 용해시켜 필요한 철만 생산해 내지만 용해의 과정은 ‘죽음’이다. 따라서 ‘생물인 정치’는 용광로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병든 생물은 치유가 필요하지 용해의 과정으로 보내면 안 된다. 모든 병든 생물들의 치유가 필요한 곳은 병원이거나 숲이어야 한다. 질병의 치유는 환자의 질병에 대한 고백이 필수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고백하지 않으면 치유의 길도 없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은 창당준비팀 회의를 처음 주재하며 “반드시 우리 안에는 단결과 화합, 일치를 이루는 과정이 있어야한다”며 “ ‘화합적 결합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 창준위원장 수락의 변에서도 ‘진실과 화해의 과정’이란 말을 했다. 나는 이 말을 지지한다. 순혈주의는 필경 마이너스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플러스라도 고해를 통하여, ‘진실과 화해의 과정을 통한 화학적 결합’이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은 환자가 질병을 고백하고 의사와 가족 친지 모두가 함께 치유하는 과정과 같다. 환자는 진실한 고백에 뒤따르는 치유의 고통 감당이란 각오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찌의 죄악을 고백한 독일은 프랑스와 유럽, 지구촌 모두와 ‘진실과 화해의 과정’을 통한 하나 되기에 성공했다. 유럽은 패전국 독일의 전비 낭비로 인한 국가부도까지 협동해서 막아줬으므로 오늘의 독일이 있다. 반면 아직도 침략과 약탈과 강압을 흔쾌하게 인정하고 죄악을 고백하지 않는 일본은 인접국인 우리와 중국에게 진정한 우방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전화는 종전 70년이지만 꺼지지 않고 있다.

고백과 화해가 아니라 변명과 강변으로는 어떤 치유도 불가다. 치유를 할 수가 없다. 친노의 실패는 변명과 강변이 가장 확실한 이유다. 그런데 새로움, 신당, 세력교체를 말하면서 고백을 통한 화해보다 변명과 강변을 통한 밀어붙이기를 주장한다면 친노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

그래서다. ‘희망’을 말하는 제 신당 세력에게 고한다. 지금, 오늘, 하나를 향한 진군을 시작하라. 하나가 된 뒤 진솔하게 국민들 앞에 지금까지의 잘못을 고백하고 국민과 함께 치유의 길로 들어서라. 한상진의 "반드시 우리 안에는 단결과 화합, 일치를 이루는 과정이 있어야한다"와 천정배의 “기득권 때문에 통합은 안 하는 일을 없다”와 박주선의 “새누리당의 특권세력, 친노패권의 기득권세력, 좌우극단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은‘하나되는 통합신당’의 단일한 깃발 아래 모두 뭉쳐야 한다”는 모두 같은 말이다.

이 말들이 하나로 통일될 때 영입경쟁을 통한 헛발질도 없고,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다시 돌리겠다고 설치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동참하는 사람들도 고백의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통하여 ‘신당의 희망’을 말할 수 있으며 유권자들이 인정한다. 그래야 2006년의 저 참담한 선거결과를 다시 보지 않는다. 신당세력은 그 같은 결과가 예측되므로 우리를 더는 슬프게 하지 말라. 우리는 이제 슬퍼할 기력도 없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465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