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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가 선거용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드. THAAD. 종말 고고도 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예전에는 전역 고고도 지역방어(Theater High Altitude Defense)라고 부르던 녀석이 갑자기 유명해져서 온갖 동네에서 사드 얘기로 시끌벅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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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설치를 한다면 어디에 해야 하나, 돈은 누가 내나, 그런데 과연 이 사드를 설치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긴 되는 건가, 미국 좋자고 중국 비위 거스르는 거 아닌가, 다른 수많은 무기체계들과 마찬가지로 하등 쓸모 없는 데다 돈만 날리는 거 아닌가, 논란의 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알기도 힘든 상황에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난 막걸리나 먹으러 가겠다고 털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안 나서면 또 언제 나서겠는가? 탈탈 털어보기로 하자.

 

 

 

창과 방패

 

핵심은 창과 방패다. 대륙을 넘나드는 미사일 등의 전략무기가 등장하는 현대사회에 군사력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노력은 갈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만 있는 중이다.

 

일단 무기들이 워낙 발전을 했다. 그리고 그 무기들을 막는 무기들이 덩달아 또 발전을 했다. 비싸기도 엄청 비싼 무기들이고, 그 무기들의 역할이 뭔지도 헷갈리는 단계에 와 버렸다.

 

적국이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이것조차 헷갈린다. 과거에는 적국보다 강대한 군사력을 보유함으로써 아예 공격의 의지를 말살해 버리는 방법이 주된 것이었다면 핵무기 등장 이후는 그나마도 그리 단순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전략적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대략 어떤 무기들이 있고, 어떤 무기가 공격형이며, 어떤 무기들이 방어형인지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창과 방패로 시작하는 것이다. 재래식 전력에서는 거의 모든 군사력은 다 공격형이라고 분류해도 좋았다. 공군 전투기, 전폭기, 해군 전함, 육군 포병, 모두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재래식 전력들에 대한 이야기는 얼추 정리가 된 걸로 봐도 된다.

 

적국의 전투기가 이륙하면 우리의 전투기도 같이 이륙하면 된다. 적국의 전함이 출항을 하면 우리도 그 전함의 행보를 감시하면서 같이 전함을 출항시키면 된다. 적국의 포병이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 역시 포병을 준비시켜 맞포격을 준비하면 된다. 이 모든 전력들이 어우러져 군사력을 구성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정보와 작전능력이다.

 

정보는 눈이고 작전은 손발이다. 선제공격을 할 게 아니라면,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눈으로 봐야 하고, 그 움직임에 대응해서 우리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대응하면 된다. 이게 정보와 작전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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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대적인 무기체계로 오게 되면 이런 움직임의 개념 자체가 변화한다. 특히 북한의 경우 재래식 전력으로는 도저히 남한의 군사력을 넘을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제는 재래식 전력을 벗어난 비대칭 전력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창,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현대전에서의 창이라면 주로 미사일이다. 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다른 개념이라 구분하기 쉽다.

 

순항미사일은 쉽게 말해서 저공비행을 하는 미사일이다. 지속적인 추력과 센서를 보유하고 GPS가 탑재되어 있다. 20M 전후의 고도로 저공비행을 하며 주변의 지형지물을 카메라로 확인해서 반응하며 GPS에 입력된 좌표를 향해 날아가는 시스템이다.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무기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는 미사일이다. 그 기원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런던에 퍼부은 V2 미사일에서 시작되며 사정거리가 길수록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다. 대부분 대기권을 벗어나 장거리 탄도비행 후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목표물에 탄두를 낙하시키는 방식으로 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추진체 기술도 높아야 하고 재진입 과정에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야 목표물 근처에라도 갈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만들기가 졸라 힘든 미사일이라는 소리다.

 

대신 엄청난 사정거리를 가지게 되며, 재진입시 속도도 무척 빨라서 막기가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의 기술은 이 무기의 사정거리를 거의 지구 반 바퀴 돌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톤 단위의 대형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게 해둔 상황이다. 이거 한 발이면 우리같이 좁은 나라는 끝장이다. 엄청 무서운 놈이다.

 

그 외의 장사정포 같은 것은 그저 탄에 생화학 병기라도 넣기 전에는 그닥 무서운 수준은 아니며, 현대전에서의 창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 단지 북한은 이 장사정포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골치가 아프긴 하다. 그러나 오늘 다룰 이야기에서는 논외로 빼야 할 것 같다.

 

 

 

창을 막는 방패

 

방패라면 바로 이 창들,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을 막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마징가 제트 광자력연구소의 쉴드나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AT필드 같은 것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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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방패 역시 미사일체계로 이루어진다.

 

순항미사일은 그닥 위험하지 않다. 손쉽게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리다. 음속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물론 최근에는 램제트나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음속의 열 배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도 개발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비중있게 실전배치되지 않은 걸로 봐도 무방하다.

 

기존의 순항미사일은 방어하는 쪽에서 제대로 된 공군력과 쓸만한 레이더망만 있다면 얼마든지 요격할 수 있다. 초음속 전투기가 따라가면서 요격용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굳이 미사일 방어체계, 즉 MD 같은 것이 동원될 이유가 없는 약한 창이라는 얘기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막기가 힘들다. 일단 날아오는 고도가 무척 높다. 그렇다면 그 고도로 올라갈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이 필요한데, 그건 날아오는 놈과 똑같은 수준의 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요격'을 위해서는 날아오는 녀석보다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정밀한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탄도미사일은 단계별로 나누어 방어를 하게 된다. 이게 쉽지가 않다. 왜냐면 어떤 단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지면, 그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기능이 탄도 미사일에 장착되는 식으로 창이 더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즉, 가위바위보 같은 게임이 무한 반복된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꽤나 발전을 했으니, 그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미사일 방어체계(MD)

 

MD는 엄청 복잡하게 발전을 해 왔다. 심지어 그 개념도 수시로 유행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최초로 만들어질 때에는 대륙 간 탄도탄 즉 ICBM에 장착되어 날아오는 핵무기를 막는 시스템이었고, 최근에는 그 의미가 약간 넓어져 ICBM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전체를 막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시스템은 주로 막아야 할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미사일의 고도와 속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높을수록, 빠를수록 막기 힘든 것이 사실이잖은가.

 

그리고 미사일의 비행 단계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발사 초기에 요격을 하는가, 중간단계에서 요격을 하는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종말단계에서 요격을 하는가로 나누는 것이다. 이 비행 상태에 따라 요격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구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기권 외부를 비행하는 중간단계는 고도가 높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비행시간이 길어 요격 가능한 여유 시간 또한 길기 때문에 한결 편하다는 점이 있고, 대기권 재진입 이후, 즉 종말단계로 내려오면 요격 가능시간이 줄어들어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런 분류에 맞춰 사드를 설명하자면 바로 종말고도, 즉 대기권 재진입이 시작된 다음에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다. 남한에 배치하네 마네, 하고 논란이 일고 있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사드보다 더 낮은 단계에서 사용되는 것이 보통 패트리어트 미사일인데, 최신 버전은 패트리어트 Advanced Capability–3, 즉 PAC3이라는 기종이다.

 

그 외에도 항공기에서 레이져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도 있고,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미사일을 이용한 '이지스 BMDS(Aegis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라는 것도 있다. 사드보다 훨씬 더 높은 고도에서, 즉 중간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한 체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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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이 방패들은 매우 다양하게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가능한 스펙에 맞춰 적절히 배치되어 순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방어가 실패하면 2차가, 그것도 실패하면 3차가, 이렇게 연속적으로 말이다. 

 

어떤 탄도미사일들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요격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한 디코이 등을 뿌리기도 한다. 이번에 북한에서 발사한 은하 로켓도 1단계 추진체를 파괴해 버리는 시스템을 장착했는데 이 파편들은 미사일과 함께 관성 비행을 하며 레이더망을 교란해서 격추시키기 힘들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로 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데 어느 한 가지의 요격 시스템으로 탄도미사일을 완벽하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MD 시스템 실험의 역사를 보면 실패로 점철된 처참한 역사이기도 하다. 방어율은 10%를 넘기 힘들며 들어간 비용에 비해 효과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방패를 포기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킬 체인이다.

 

 

 

킬 체인. 왜 발사를 기다리는가?

 

현존하는 모든 MD는 아주 큰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 가동된다는 것이다. 일단 미사일이 발사되면 그거 막기 진짜 힘들다. 워낙 빠르고 높게 날아오니까. 그러면 아예 발사 전에 때려 부숴 버리면 해결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90년대 이라크 전쟁당시 이라크는 스커드 미사일을 대거 배치하면서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미군을 위협했다. 스커드 미사일 역시 MD의 대상이 되긴 하는데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한 요격율이 형편없어서 미군은 MD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동식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로 추정되는 것을 선제공격해서 파괴하기로 했다. 이 때 등장한 개념이 킬 체인(Kill Chain, 타격순환체계).

 

킬 체인의 타겟은 '시한성 긴급표적(Time Sensitive Target)'이라고 표현한다. 즉, 위성이나 조기경보기, 레이더망 등으로 확보된 표적인데 이게 제 자리에 있질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긴급하게 공격을 해야 하거나, 또는 이게 미사일 발사대인데 금방이라도 미사일을 쏠 것 같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탄도미사일 같은 경우는 그 발사대를 셋업하고 연료를 주입하는 등 준비단계가 꽤 오래 걸린다. 이걸 발견하게 되면 그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때려 버리자는 발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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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킬 체인은 탐지-확인-추적-조준-교전-평가(Find-Fix-Track-Target-Engage-Assess: F2T2EA) 의 6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지점부터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 된다. 즉 예전처럼 전폭기 들에게 타겟을 알려주고 이륙해서 날아가서 폭격하고 오니라~, 하고 시키면 이 타겟팅부터 폭격시점 까지 심지어 3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 식이라면 이 킬 체인 개념은 무용지물이다.

 

전폭기를 보내건, 드론을 보내건, 미사일을 쏘건, 심지어 해병대를 보내 폭파하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는 킬 체인의 효능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군은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을 개시한다.

 

탐지는 탐지대로 노력하되, 언제든지 타겟을 때릴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 놓는 것이다. 전폭기라면 타겟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륙해서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가 타겟 데이터를 송신 받는 즉시 폭격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고, 드론 역시 다수의 개체가 항시 비행상태에 있다가 타겟 확인 즉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범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간을 훨씬 더 줄일 수 있게 된다.

 

결국 타임 센시티브 타겟이라는 개념 자체가 '타임 크리티컬 타겟(Time Critical Target)'이라는 개념으로 강화되기에 이른다. 온갖 정찰수단, U2 정찰기, 글로벌 호크, 프레데터 무인기 등이 상시 가동되면서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여기서 발견된 타겟은 디지털 데이터화 되어 상공을 항시 비행하고 있는 B-2 폭격기 등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이에 따라 폭격이 벌어지면서 킬 체인 소모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미군은 이 소요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환장하겠다. 이제 미군이 때리고자 맘먹은 타겟은 10분 이내에 증발하게 되는 세상이 온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킬 체인이 세계적으로 완성되어 미군이 전 세계를 감시하는 상황이 온다면, MD는 그저 부수적인 대비가 될 뿐이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쏘려고 준비만 하면 킬 체인이 가동되어 원천봉쇄를 해 버리는데, MD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킬 체인 시스템이 실수해서 한 두발 날아오면 그것만 요격하면 되는 부수적인 방패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확실히 짚어 두기로 하자.

 

MD는 더 이상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형 킬 체인, 한국형 MD

 

대한민국 국방부는 2013년 2월 13일에 중대발표를 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만, 무려 2015년까지 한국형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방부의 야심찬 계획에 의하면, 1단계 정찰위성과 정찰기등을 활용해 1분 이내에 북측의 위협을 탐지하고, 2단계, 1분 이내에 위험을 식별한 뒤, 3단계, 3분 이내에 타격을 명령하고, 4단계 25분 이내에 목표물 타격을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30분의 사이클을 가진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만약 이 한국형 킬 체인이 완성된다면, 사실상 한국형 MD는 부수적인 문제가 된다. 북한이 아무리 좋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탄두를 수백 개 만들어도, 미사일에 연료 채우고 있으면 다 때려 부술 수 있는데, 뭐하러 사드 같은 MD 시스템을 만들겠는가 말이다. 미군처럼, 킬 체인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그 킬 체인의 실패를 대비한 부수적인 MD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뭘로 킬 체인을 완성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금강, 백두 정찰기, 아리랑 3호 위성 수준뿐이다. 그러니 모든 정찰 자산을 미군에 의존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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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타격수단도 없다. 북한을 직접 비행기로 폭격하는 건 격추의 위험도 있어 곤란하니, 미사일로라도 쏴야 하는데, 현무2 탄도미사일이나 현무3 순항미사일 같은 것은, 발사 이후에 타겟을 변경하는 기능이 없다. 즉 미리 쏴 두고 나중에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킬 체인 개념에 적합한 무기들이 아닌 것이다. 총체적인 난국이며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의 정보 능력이다.

 

해방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존하여 작전능력만 향상시키면서 정보능력은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미군 역시 대한민국 국군의 정보능력 향상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도움을 주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방해하는 수준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남한군이 독자적인 정보능력을 확보하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일까. 북진 통일을 외치던 이승만에게 하도 데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한국군의 정보능력 향상 문제는 미국이 먼저 요구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왜 요구했을까?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전시작권통제권 환수 조치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게 이명박 정권 때 1차 연기되었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 이제는 기약없이 연기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문제, 정권의 자주성이나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 문제로 비화되어 정권을 비판하는데 많이 활용되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할 정도로 대한민국 국군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따로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리 많이 받지 못했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해방 이후 한국군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했고,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 북한군을 압도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능력이다.

 

그 압도적으로 발전한 물량과 그 물량을 통제할 작전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매년 반복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나 다국적 연합군 작전 훈련에서 한국군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하지만 정보 분야를 살펴보자면 일단 정보 자산, 조기 경보기 등의 정찰기라거나 레이더망이라거나 군사위성의 수준을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거기다가 그런 정보 자산에서 도출된 첩보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조차 미비하기 짝이 없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한국군의 현황은 몸집은 비대하고 팔다리는 힘이 센데, 눈이 멀어 버린 장님 같은 군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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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전시작전권을 환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려면 한국군의 정보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워 놓아야 된다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고, 또 한미간의 합의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도 전략기동군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어야 할 필요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이 한국형 킬 체인은 그 개념을 완성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되어야 하고, 그게 완성되는 시점 이후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는 그 시한을 2015년으로 못을 박아 두었던 것인데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했다. 뭐 했냐고 물으면 예산이 없었다고 답을 하겠지.

 

결국 모든 사업은 2020년 이후로까지 연기가 된다. 킬 체인 완성만 연기된 것이 아니라, 바로 한국군의 정보능력의 확보가 조건부로 걸려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까지 연기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도 준비를 안 하니 그런 큰일이 제때 될 수가 있나...

 

전작권 환수는 그냥 정치적인 이유로 안 한 게 아니다. 양측이 합의한 조건을 완수하지 못한 탓에 강제로 연기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판단할 때 정파적 관점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다시 한 번 짚어 두기로 하자.

 

 

 

박근혜 정권은 무엇을 하는가?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버렸다.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모두 막아 버렸고,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렸다. 그리고 나서는 오늘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위협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임무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우선되는 임무는 국가의 안전 보장이다.

 

북한이라는 가장 큰 위협을 바로 옆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국가 안보 확립 방안은 남북관계를 평화 무드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우정이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서로 장사하고 투자하고 사회간접자본, 도로망 만들고 원유 수송하는 파이프 건설하고, 북한에 많다는 자원 개발을 남한 기업들이 앞장서서 해내는 식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북한을 돕자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통일은 대박이라는 얘기까지 있었잖은가.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의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퍼주기라고 비웃을 일이 아니라는 점, 누구나 안다. 장사란 그런 것이다. 개성공단이 규모가 작아서 겨우 1년에 천억여 원 수입이 생기니까 개성공단 폐쇄에도 북한이 끄덕 없는 거지, 그게 만약 수십조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었다면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우습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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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개성공단 사업을 처음 기획할 당시 남북이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확 했다면 지금쯤은 말 그대로 매년 수십 조의 이익을 북한이 보고 있었을 것이며, 남한은 개성공단이 경제 활력소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왔다면 북한이 로켓인지 미사일인지 모를 그것을 그렇게 무리하게 발사했을까?

 

좋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북한이 워낙 앞뒤 모르는 망나니 집단이라서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날 뛸 것이라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 맞다고 치자. 그러면 뭘 했어야 하는 건가?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 무드를 조성하지 못할 바에는 확실하게 북한의 비대칭 전력, 노동 시리즈 미사일이나 무수단 같은 것에 대한 대비를 해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야 평화가 유지되고 대한민국의 안전이 보장된다.

 

벌써 몇년 전부터 대한민국 국군은 정보능력의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외치고 있었고, 한국형 킬 체인을 확보하겠다고 공언을 한 상태였다. 이거라도 확실해 해 놨어야 하는 거 아닐까?

 

우선 순위는 명확하다. 사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솔직히 사드는 MD 중에서도 지극히 일부, 종말 고고도에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고, 그 요격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대신 땅만 어지간히 잡아 먹고 돈만 무지하게 잡아먹는 하마같은 녀석이다. 하다못해 구닥다리 패트리어트 몇 개 가지고 있는 걸 PAC-3로 업그레이드한다거나, SM-3 발사 가능한 이지스함을 몇 대 사온다거나 하는 게 더 급하다.

 

아니, 그 보다도 훨씬 더 급한 것은, 북한을 감시하고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완성시켜야 한다. 이미 발사되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보다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발사대 자체를 타격해 버리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이라크, 아프간에서 미군이 실전적으로 확인한 사항인 것이다.

 

이거 다 알고 있었잖은가? 국방부에서 먼저 나서서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 정보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걸 진두지휘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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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부터 나왔던 뻔히 보이는 사실은 모두 무시하고, 이제 와서 2조 원이 넘는 사드만 도입하면 뭔가 해결되는 것처럼 엄포를 놓는 것이 정상적인 대통령의 할 일이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선거다

 

설마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한 국가의 행정부를 담당하는 수반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고 믿기 힘들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 안보에 별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뭐 진짜 치욕적이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거 역시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남한의 자력에 의한 안전 보장이 무너져 국가 체제가 붕괴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미국이 원하질 않는다. 결국 남한의 안전보장 능력이 진짜 휴짓조각보다 약한 상황이 되더라도 미국이 나서서 망하지는 않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구한말 이후로 우리 사회의 지배층은 항상 그래왔다는 아픈 기억도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관심있는 것은 그렇게 미국이 열심히 지켜준 나라에서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인가 보다. 이거 진짜 너무 슬픈 예측 아닌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스스로의 판단과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 안전 보장을 해 줘야 할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의 퇴임 이후의 권력 유지를 위해, 모든 국가 안보에 관련된 상황을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하는 것, 즉 다가오는 총선 분위기 연출의 소품으로 써먹어 버리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절대 믿고 싶지 않은 결론이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꾸만 그런 결론으로 가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확대할수록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개성공단 프로젝트, 이미 다 계획이 되어 있고 서로가 확대하기를 바라는 이 사업을 무참하게 중단시켜버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실험이 지속되는데, 그 위협을 제대로 막아낼 한국군의 정보능력 강화에 전혀 무관심하고, 아무런 예산 지원도 안 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의무복무에 시달리는 일개 병사들의 돈이나 빨아먹을 생각을 하고, 복지 예산의 90% 이상을 장교들에게만 사용하는 썩어 빠진 상태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제지를 안하는 이유를 설명할 방도가 없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그닥 필요하지도 않은, (물론 따지고 따지다 보면 킬 체인 이후의 미사일 방어 계획의 극히 일부에 필요할 가능성도 아주 조금 있긴 하지만 뭐가 먼저인지는 앞에 이미 설명 드렸다.) 엄청 비싼 사드부터 사오겠다고 설레발 치는 이유를 설명할 방도 역시 전혀 없다. 그리고 그건 또 어디다가 설치할 건가. 미국도 사막이나 해안가에다가만 설치하는 그 녀석을 말이다.

 

임기 내내 기자회견을 거의 하지도 않다가 총선을 앞두고 이미 잡힌 일정까지 바꿔가며 국회까지 쫓아와서 개성공단 폐쇄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고 모두를 상대로 협박성 연설을 늘어놓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정말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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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개헌에 필요한 200석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그나마 좀더 온건한 걱정이라면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 이상을 먹게 되는 거 아니냐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국가 안보 관련 사항을 선거용 소품으로 써먹는 걸로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몇 석을 원하는 것이냐는 말이다.

 

그냥 할 줄 아는 게 선거 밖에 없는 선거의 여왕이라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가? 글쎄,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도움을 받은 것도 능력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사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선거였던 것이다.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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