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보도, 왜곡·편파·허위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두고 흔히 '카더라 통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첨예한 지금 '카더라 정보기구', '카더라 장관'이 등장해 국제사회에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정원 보고 내용 두고 러시아와 외교 마찰
'카더라'는 국가정보원이 먼저 시작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병기 국정원장이 북한 로켓의 주요 기술과 부품을 러시아에서 도입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에 대한 상당한 자료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자 8일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생산 기술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부의 지적은 전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완전한 헛소리"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는 무책임하고 아주 비전문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근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경고했다.
국정원 보고가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상황이 된 것이다.
상태가 불거지자 11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결국 국정원이 근거도 없이 '러시아 책임론'을 꺼냈다가 국가 망신을 당한 꼴이 되었다.
애초에 국정원 주장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로켓 '광명성호'를 2012년 발사한 '은하3호'와 거의 같은 로켓으로 분석했는데 당시 국방부는 '은하3호' 잔해 분석 결과 북한의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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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주장은 국방부 주장과 정반대였던 셈이다.
개성공단 핵개발 전용론 두고 우왕좌왕
국정원에 이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구설수에 올랐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전용됐다며 개성공단 중단 조치의 근거를 제시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발언을 180도 바꿔 물의를 빚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한 지난 10일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이 핵 무기 개발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이틀 뒤에는 "정부는 여러 가지 관련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더욱 확신성 있게 말했다.
14일에는 KBS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 임금의) 돈 중 약 70%가 (노동당)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핵무기, 미사일 개발 등에) 쓰여 지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확인했고 증거자료에 대해서는 "정보 자료라서 공개하기 어렵다"며 자료를 확보했음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통일부도 '개성공단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해 "(개성공단 임금은) 북한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전달되고" 있으며 "이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홍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저는 처음부터 확증이 있다고 말한 게 아니다"고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또 "증거자료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며 증거자료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애초에 증거자료도 없고 확증도 없으면서 장관이 직접 단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 각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홍 장관이 자신의 말을 번복했음에도 조선일보는 15일 개성공단 임금이 노동당에 흘러들어간 사실을 입증하는 공문서가 존재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2006년에 이미 논란이 됐던 것으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사실 확인 없이 인용한 것으로 결론이 난 내용이다.
또 1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우리가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통일부장관 발언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으로 정부 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개성공단 임금 대부분은 근로자에게 지급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사용된다는 주장은 애초에 신빙성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던 김진향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임금 중 약 30%가 사회문화시책금으로 공제되며 나머지 70%는 대부분 '상품공급권' 형태로 개인에게 지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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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개성공단 임금 지급액의 70% 남짓이 "순수하게 북쪽 근로자 몫으로 돌아간다"고 2006년 11월 7일 공식 발표한 고경빈 당시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내내 정부가 이 발표를 수정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사회문화시책금 외에 사회보장금으로 15%를 더 공제하므로 북한 근로자는 55%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사회보장금은 임금과 별도로 입주기업이 북한에 지급하는 돈이기 때문에 잘못된 계산법이다.
사회문화시책금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 등을 위한 국가 재정으로 들어가는 돈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뿐 아니라 북한의 모든 근로자 임금에서 30% 가량 공제되는, 우리로 치면 4대보험이나 세금과 비슷한 돈으로 볼 수 있다.
홍 장관의 말처럼 개성공단 임금의 70%를 정부 혹은 노동당이 가져간다면 사실상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개성공단 근로자 모습. ⓒ김진향
이처럼 홍 장관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30% 공제되는 사회문화시책비로 노동자 임금을 주고 나머지 70%를 핵·미사일 개발비로 쓴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한겨레 2월 15일 보도)
그러나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임금 중 북측 근로자들에게 물품교환권과 북한 원화 등이 제공되는데 이를 제외하고 사회보험료 명목 등으로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돈의 용처를 알 수 없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뉴스1 2월 14일 보도)
한 마디로 정부도 개성공단 임금이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북한 정부에 유입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1년에 개성공단을 통해 제공되는 자금은 1억 달러가량 되는데 이는 연간 북-중 교역규모인 6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애초에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에게 치명적인 압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하자 곧이어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로 응수한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로 접어드는 지금 정부가 침착하지 못한 모습으로 자칫 국제 망신을 자초할 수 있어 우려된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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