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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박근혜는 끝! 문제는 그 다음"

 
[주간 프레시안 뷰] 야당 집권의 조건
 

박근혜 이후

4월 13일,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인 임기는 종료될 것입니다.

박근혜가 '박근혜'였던 이유는 불패의 신화 때문입니다. 그 분의 손길이 닿으면 다 죽던 후보도 살아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습니다. 선거의 여왕은 끝났습니다. Enough is enough. 그만하면 됐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여당에서는 제법 근사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고, 야당의 벌판에는 아직 흙먼지만 가득합니다. 박근혜 이후, 한국 정치에는 희망이 있을까요?

대통령은 당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4.13 총선의 핵심은 박근혜와 유승민의 싸움이었고, 박근혜는 유승민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실패했습니다. 유승민 하나를 찍어내기 위해 대구와 수도권에서 적어도 10석 이상을 포기했습니다. 

사실 유승민을 찍어내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유승민은 국회로 돌아올 것이고, 이제 혼자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최경환이 대구에서 "이대로라면 식물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분명히 사실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본인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친박도 끝났습니다. 이번에 당선된 친박은 이번 임기가 마지막일 것입니다. 이번에 당선되지 못한 친박에게는 아쉽지만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여당에서 레임덕은 대통령에 대한 당내 쿠데타의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총선 뒤 사퇴를 선언함으로써 조기 전당대회가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도부가 대선을 관리하게 되고, 현역 의원들은 임기 중 절반 이상을 새로운 대통령과 보내게 됩니다. 본인의 재선과 관계된 시간들은 올해와 내년이 아닙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영리한 사람들입니다. 

친박계는 안과 바깥에서 동시에 공격받게 될 것입니다. 자초한 일입니다. 밖에서 유승민이 내부 진입을 시도하는 동안, 안에서는 정두언, 정병국 등이 '역사의 간신들'과의 싸움을 시작할 것입니다. 김세연 같은 젊은 의원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젊은 당직자들이 이들의 싸움을 도울 것입니다. 

박근혜의 임기가 사실상 종료되었다 해서 야당이 환호작약 할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누리당은 혁신할 것입니다. 새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사이에 대선 주자가 선출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대선 주자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면, 대통령은 쫓겨나게 될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버릴 때 버릴 줄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총선 후 야당들은? 

야당에서는 매우 복잡한 싸움이 일어날 것입니다. 먼저 선거가 끝나면 각자 집안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준비해야 합니다. 역시 이 지도부가 대선을 준비하기 때문에 간단한 싸움이 아닙니다. 단지 친노와 비노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복잡한 계파들이 수면 위로 다시 드러날 것입니다. 

총선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여전히 적지않은 기대를 보여줄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의 당 상황을 생각해보면 감읍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나면 제 병이 도져서 "역시 우리가 유일한 대안 세력"이라는 자만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계파 싸움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대선은 끝입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에 희망이 없지 않습니다. 비례대표 공천이 엉망으로 진행되던 와중에 열린 중앙위원회는 합리적 개혁세력의 다수가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목소리가 당에서 주류가 되려면, 분명히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집안 정리 단계에서는 국민의당이 가장 흥미로운 대상이 될 것입니다. 창당부터 선거를 치르는 와중에도 친안(安)과 비안 사이의 갈등은 여전합니다. 최근의 조사로 보아서는 노원에서 안철수가 낙선한 뒤 교섭단체 규모의 당을 장악하려던 천정배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싸움이 제법 치열할 것입니다. 총선 이후 안철수의 대선 주자로서의 상품가치가 변수가 될 것입니다. 관건은 당내 호남 주류와 천정배와의 관계입니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안철수는 또 탈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원내 복귀하면 정의당에서는 오랜만에 노-심 체제가 형성됩니다. 다만 당세가 이 두 의원이 활약하기에는 다소 미약합니다. 여론조사로 보면 비례대표에서 잘해야 4석 정도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의당이 고민할 지점은 심상정, 노회찬 두 정치인의 임기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정의당의 미래는 대선에 초점이 맞출 때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독자후보 노선을 선택해 완주하거나 마지막에 야권연대를 했던 과거의 방식을 이번에는 재검토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권이 분열되어 있어서 정의당이 대선 국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가 이전보다 넓기 때문입니다. 

집권 세력이 되기 위한 야당의 조건 

야당이 집권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와 연합이 모두 필요합니다. 

개별 정당에서 후보자를 선출한 뒤, 후보자 중심으로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고 선거에서 이기기도 어렵습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싸우고 내부 혁신을 하는 동안, 야당도 큰 틀에서 새로 판을 짜야 합니다. 

새누리당의 주류, 대선 후보는 합리적 보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에 맞서서 야당이 집권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좌우, 위아래로의 확장이 모두 필요합니다.

좌우로의 확장은 비단 이데올로기적인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리적으로 실질적인 전국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좋은 후보가 감동을 준다면 TK와 PK도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징조가 나타날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전국정당의 가능성이 있을 때,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정당체제의 정상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위아래로의 확장도 두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먼저 중산층과 고학력 임금노동자에 집중된 야당의 지지층을 아래로 더 확장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40대 이하에 집중된 지지 세력을 위로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만은 아닙니다. 불평등과 고령사회는 우리 사회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세력이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무적 능력과 정책적 실천력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지도자들은 이 측면에서 최악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라는 정책적 비전을 갖고도 심각한 수준의 정무감각을 보여주었습니다. 문재인은 여전히 정치능력의 한계를, 안철수는 현실인식의 결여를 드러냈습니다. 대안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이후, 4.16 

4월 13일이 지나고 나면 4.16입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고,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총선 직후부터 야당의 주요한 지도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내년 대선은 물 건너갈 것입니다. 그와 함께 세월호도 영원히 역사에 묻히고 말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불평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초고령화 사회라는 인구절벽에 다다르게 되면, 한국 사회가 다시 일어서는 데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총선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박근혜 이후, 절대 절명의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정치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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