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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제국의 정치 1

 
강태호 2016. 04. 20
조회수 37 추천수 0
 

저물어 가는 제국의 정치-혼돈과 분열의 미 대선

 

<기획을 시작하며>

 

1. 전망의 부재
 -아무도 답하지 않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피터 밴 뷰렌 작가이자 정치평론가

 

2. 백악관의 문을 두드리는 사회주의자 샌더스/바스카 순카라 언론인 (<자코뱅(뉴욕)> 발행인)

 

3.트럼프가 초래한 미 우파의 분열증/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 발행인
 -트럼프는 파시스트인가/밥 드레이퓌스 언론인

 

  거론되지 않는 5대 중요 외교정책


  현재 진행 중인 미 대선 캠페인에서 외교정책의 자세한 부분은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다. 모든 후보가 “이슬람국가(IS)를 파괴”할 생각이다. 모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한, 그리고 중국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후보들 모두 이스라엘을 수호하겠다고 한다. 이란에 위협의 날을 세우는 공화당원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다른 주제를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의 기억을 잠시 되짚어 보고자 한다. 2012년 10월, 나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미트 롬니와 버락 오바마의 토론에서 거론되지 않던, 5가지의 중대한 외교정책 관련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오늘날 롬니는 공화당이 벌인 서커스의 사이드 쇼로 전락했고,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짐을 싸며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한 부고(訃告)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4년이 지난 오늘날, 2012년의 그 5가지 질문들이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아직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때와는 달리, 질문에 대한 답이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4년이 흐른 지금, 이제 그 질문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고자 한다.


 테러와의 글로벌 전쟁, 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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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포로들에 대한 불법 감금 고문 학대 등으로 악명높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운동 수용소 모습

 

  테러와의 글로벌 전쟁에서 종반전이 과연 존재하는가? 이는 2012년 내가 제기한 첫 번째 질문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러한 최종 단계가 제안되거나 실행된 적이 없었고, 오늘날 그런 시도조차 언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대신,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무력충돌은 우리 대부분이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이 돼버렸다.
  2012년, 나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변화를 약속하며 당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글로벌 전쟁’에서 (그 명칭을 떼어버린 것 이외에는) 거의 바꾼 것이 없다. 부시 대통령 시절 해외 감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아직도 160여 명의 포로들이 재판과정 없이 갇혀 있다. 미국은 이라크 주둔 병력을 철수시켰지만, 아프간 전쟁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드론 공격 및 그 밖의 기타 무력충돌은 부시 대통령이 괴롭혔던 동일한 지역들, 즉 예멘, 소말리아, 파키스탄 등지에서(곧 말리 북부지역도 이에 포함될 것이 명백하다)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2016년 대선 후보들은 어떠한가? 관타나모 수용소는 아직도 포로 91명을 수용한 채 '영업' 중이다. 앞서 포로 5명이 아프가니스탄 미군 탈영병 보 버그달을 구출할 목적으로 행정명령에 의해 신속히 맞교환됐으나, 왜 그런지 오바마 대통령은 대부분의 다른 포로들에 대해서는 그 누군가(?)의 승인을 받지 않고는 석방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화당 후보들은 관타나모의 확대 계획을 떠들썩하게 주장하고 있고,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두 명의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경우, 오바마가 8년의 재임기간 동안 밀어붙인 계획 아닌 계획들과 무관하게 그를 지지하고 있다. 
  2011년 미군을 철수시켰던 대통령이 2014년 같은 지역에 공군기를 보내고 드론들을 풀고 지상군들을 다시 파병하면서 이라크의 상황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은 구조 임무였던 해당 전투를 훈련 임무로, 폭격으로, 그리고 적과 계속 접촉하는 특수작전부대로, 그 성격을 차례로 변경했다. 이는 이라크뿐만 아니라 시리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의 대선후보 중 병력 철수를 언급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우, 미군의 ‘기한 없는 세대를 잇는 참전’이 특징이다. 아프가니스탄을 2016년 대선 캠페인의 ‘제 3레일’(1)로 생각하면 된다. 즉, 건드리는 순간 감전사 하듯 정치 생명이 끝장날 것이다. 이것이 두려워, 어떤 후보도 감히 거론하지 못하는 주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감전사를 시킬 주체가 누가 될지는 불분명하다(미 대중은 아프가니스탄을 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멘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전투(비록 제대로 무장된 미국의 대리군대인 사우디인들을 통한 전투가 대부분이지만)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도 그 어느 때 보다 무장된 상태다. 
  과거 제 3세계라고 불렀던 곳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미국인’은, 이제 외교관이나 선교사가 아니다. 관광객도, 심지어는 군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드론이다. 미국은 모든 국가의 영공에 들어가, 모든 이들을 살해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전 세계 상당 부분에 걸쳐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해서, 한 때 부시의 유산을 꺼리던 상속자(오바마)는 빈번한 전쟁 및 영원한 암살작전을 위한 21세기 메커니즘을 업적으로 남기게 됐다. 그리고 양 당의 어떤 후보도 이런 상황을 끝내야할 필요성에 대해  제안조차 하지 않는다. 
  2012년에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테러라는 골칫거리를 없애기 위해 ‘알 카에다 3인자들’을 끊임없이 살해하는 ‘두더지 잡기’식 전략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듯하다. 테러대책 전문가이자 오바마 행정부 드론정책의 설계자인 존 브레넌(백악관 대테러 국토안보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아프리카 및 기타 지역에서 알 카에다 조직이 파괴되고 제거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두더지 잡기’는 여전히 미국의 전략을 대변하는 가장 공손한 표현으로 보인다. 2013년, 두더지 잡기 대장 존 브레넌은 CIA 국장으로 신분 상승을 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많은 드론들을 보내고, 특수작전팀들을 파견하고 폭격기들로 공격을 해대도 이상하게 두더지들은 자꾸 굴속으로 파고들었다. 2012년에 수색하던 나머지 두더지들 중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알 카에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대표적 테러 단체의 자리를 2016년 선거에서는 이슬람국가 조직(ISO)이 대체했다는 사실이다.
 ISO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손을 거쳐 집행된 2011년 리비아 내 전쟁은 순차적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제거, 국가혼돈 상태, 그리고 리비아 내 ISO의 대규모 확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리비아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미국이 벌이는 새로운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이 결코 쟁취할 수 없을 국가 안정을, 카다피는 그의 온갖 테러행위가 있었지만 34년의 집권기간 동안 이룩했었다.

 

 우리는 헌법을 버렸다. 아니라면 반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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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군사기밀을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서 35년형을 받은 브래들리 매닝 일병(위)

  미국가안보국의 불법적인 도감청 감시를 폭로하고 망명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아래) 

 

 오늘날의 외교정책이 직면한 과제들은 이제 헌법을 포기할 시점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인가? 나는 2012년, 다음과 같이 썼다. “2001년 9월 12일 (9.11 테러 다음날)이후, 해외의 도전과제, 위협 및 리스크들이 소중한 권리장전의 핵심 신념들을 포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사람들은 대 테러 법안이 미 본토에 가해지는 테러 위협까지 포함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그 당시 이 법안의 위헌성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톰 드레이크(2)와 빌 비니(3) 같은 초기 내부고발자로부터 나온 제한된 정보와 당시 일부 사람들이 음모론이라고 불렀던 내용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는 미 국가안보국(NSA)에 계약직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6월, 미국 및 전세계가 정보기관의 엄청난 감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NSA 정보들을 유출하면서 최악의 악몽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준 시점 이전에 제기한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는 다음과 같이 압축적으로 말했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테러의 예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공공연히 정당화된 프로그램과 정책들이 사실은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헌법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켄터키 상원의원인 랜드 폴이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쟁에서 중도하차한 이후, 후보 중 아무도 국가안보로부터 우리의 권리장전 또는 헌법을 보호하자는 논의를 할 가치를 못 느끼는 듯하다. 결국, 수정헌법 제 2조(4)만이 여전히 신성하게 여겨지고 있다. 권리에 대해 말한다면, 2013년까지는 상황이 매우 극단적으로 흘러간 나머지 에릭 홀더 당시 법무부장관은 대중 앞에 나서서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손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를 고문하거나 살해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번 선거의 분위기를 볼 때, 누군가는 그 약속을 새롭게 바꾸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2012년 오바마 행정부는 간첩법 혐의로 두 명의 내부고발자들을 교도소에 가까스로 수감시켰다. 그 이후, 그러한 기소는 아주 흔해졌다. 추가로 (비밀 외교문서 등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5)을 포함, 5건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고문과 살인을 제외하고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적용될 모든 형사처벌들이 계류 중이다. 당시엔 1차 세계대전 시대의 가혹한 간첩법을 적용할 것을 언급한 사람은 없지만, 곧 그러한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4년이 지난 지금 , 과거 전시상황에서 해외 적국들의 간첩활동을 표적으로 삼았던 그 법을 적용하자는 후보나, 정부의 감시와 국민들의 프라이버시 박탈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아직 없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우리는 펜타곤(국방부)이 스파이 드론들을 ‘본토’(미국내) 영공에서도 운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에 대해 그 어떤 해명이나 시사점에 대해 들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 경선토론에서 스노든은 언급됐다. 유혈 스포츠로 변모한 공화당 토론에서 그는 반역자로 낙인찍혔고, 힐러리 클린턴은 그를 도둑이라고 비난했다. 버니 샌더스는 “미국인들을 교육시켜준” 그의 공은 인정했지만, 여전히 스노든은 감옥으로 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2012년에 나는 “후보들이여, 우리는 헌법을 버린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에 대해 공고하거나 고시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2016년 현재,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 우리는 헌법을 버렸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신은 반역자다!”

 

중동으로부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2012년, 나는 9.11 이후 두 행정부에 걸쳐 추진된 중동 정책의 부서진 잔해들을 보면서 미국이 중동에 존재하는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막 끝냈다. 또 리비아의 혼란에서 손을 떼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드론 공격을 중동지역에서 계속 해왔다. 나는 “이게 다 석유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아니면 이스라엘?  철 지난 헤게모니와 봉쇄 때문에? 역사를 볼 때, 미국의 중동에 관여하는 목적이 실제로 무엇인지 판단해야만 한다. 정책이 없는 것 그 자체가 정책이라고 우릴 속일 생각은 하지마라.”
4년이 흐른 지금, 미국은 2012년엔 자신들의 레이더에 없었던 ‘ISO(이슬람국가 조직) 왕조’를 파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이는 아프가니스탄, 예멘 및 리비아 등지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ISO가 무력으로 완전히 제거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질문이 있다. 만약 우리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테러 조직을 파괴한다면, ISO가 이라크에서 알 카에다의 자리를 차지했듯이, 그보다 더한 또 다른 조직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겠는가? 이번 대선 후보 그 누구도 이런 테러 조직들이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수니파-시아파의 전반적인 대결과 갈등의 문제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 와중에, 최근에 미국은 주저하지 않고 공군과 특수작전부대를 풀고 있다. 그리고 현지 대리 군대들의 도움을 받아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파괴해야 한다는데 폭넓은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ISO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최고의 공격을 날릴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했다. ISO를 폭격, 제거해버리려는 계속되는 노력으로 2012년만 해도 온전했던 라마디, 코바니, 홈즈 같은 도시들이 이들을 '구하기 위해' 파괴됐다. 가까운 시일 내로 이라크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모술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역대 4명의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 전쟁을 벌여 실패했고, 오바마의 뒤를 이어 백악관에 입성할 사람은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중동전쟁의 실패를 기록하는 5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어떤 질문도 없었다.

 

세계에서 미국이란 정확히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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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의 TV 토론 모습

 

  계획? 규모 조정? 내가 이 질문을 던진 뒤 4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다음과 같다. 가장 진보적인 후보를 포함해 단 한명의 후보자도 미군의 축소, 또는 그 어떤 식의 감축을 진지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놀랄 것도 없이, “그래서 그것들을(국경보안강화 및 대규모 추방부터 공립대학 학비면제에 이르기까지 현재 논의되는 프로젝트) 을 위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라는 계속되는 질문에, “재량 예산의 54%보다 적게 국방비를 지출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를 감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2012년의 글을 쓸 당시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전히 후보들로부터 “미군의 규모를 조정하고 글로벌 임무를 축소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둘째로, 과연 미국의 건국자들은 대통령에게 제멋대로 전쟁을 일으킬 권한을 부여할 생각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 그러한 질문들은, 버니 샌더스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누가 국방예산을 더 많이 늘릴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중인 현 시점에서 적어도 흥미있는 기분전환이 될 것이다. 미국 국경 밖 그 누구도 더 이상 미국 예외론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 그 다음은 무엇인가? 오늘날 미국은 과연 어떤 국가인가?
  2012년, 나는 21세기 미국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미국이 특별하고, 좋은 곳이며, ‘예외적인’ 나라라는 오랜 신화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외교정책 면에서 볼 때 우리는 마치 아이들에게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는(또는 아예 총을 쏴버리고는) 그런 자신을 뿌듯하게 느끼는 못된 늙은이에 더 가깝다. 이제,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해외에서 우리는 어떤 나라인지에 대한 답은 훨씬 더 우울해 보인다. 그리고 예외적인 미국은 그 운명을 다 한 것처럼 보인다. 무력을 통한 위협은 분노를 만들어내고, 비생산적이며, 믿기 힘들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2016년, 지난 4년간 그 명성이 다시금 퇴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은 예외적인 미국에 대해 짖어대듯 선전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만이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미국이 예외적으로 위대한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그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2012년, 그리고 2016년의 대선 후보들에게 아직까지 유효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세계에서 미국이란 정확히 어떤 존재이며, 미국이 어떤 국가가 된다면 좋겠는가?” (그 결과가 어떠한지 이미 모두 알고 있는데도) 지구상 최고국가가 되기 위한 전투 전략을 홍보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글로벌 공동체 안에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6)라는 일반적 은유에 기대지 말고 세계 속 미국에 대한 당신의 비전을 말해줄 수 있는가?” 그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2020년 다음 대선에 다시 보자.지금의  대선 후보들은, 테러와의 싸움은 끝이 없는 영원한 전쟁이고, 미군의 규모를 아직도 더 늘려야 하며, 중동 지역을 폭격하고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이 미국의 생활 방식이며, 헌법은 정말 골칫거리이므로 이를 버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정치인 가운데는 그 누구도 감히, 또는 신중하게 나서서 그들이 생각하기에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말들이 아닌 사실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미국은 진정 예외적이고, 군사력으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미군의 규모를 더 키워야하고, 우리는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자유를 포기해야한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 한 외국 평론가의 다소 과장된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이제 “원시국가들에 군사작전하는 것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바보천치들의 국가”로 전락해 버린 것인가? 이 기사를 즐겨찾기로 등록시켜 놓길 바란다. 나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돌아와 그때의 미국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겠다.  


글·피터 밴 뷰렌 Peter Van Buren
주요 저서로 <톰 조드의 유령: #99퍼센트의 이야기(Ghosts of Tom Joad: A Story of the #99Percent)>, <우리는 선의로 그랬다: 나는 어떻게 이라크 인들을 위해 전쟁의 패배를 도왔는가(We Meant Well: How I Helped Lose the Battle for the Hearts and Minds of the Iraqi People> 등이 있으며, 그의 다음 저서로는 소설 <후퍼의 전쟁(Hooper’s War)>이 발간 예정이다.


번역·오정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선로로 고압 전기가 흐른다. 정치에서 ‘제 3레일’이란 보통 정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금기시 되는 주제를 일컫는다. 
(2) 전직 NSA 고위간부로, 광범위한 이메일 검열 프로그램을 언론에 제보했다.
(3) 전직 NSA 최고위간부. 통신망 등을 통한 데이터 감시를 폭로함. 
(4) 무기(총기) 휴대의 권리를 명시한 법.
(5) Bradley Edward Manning, 전 미국 군인으로, 위키리크스에서 미국의 군사기밀이 담긴 최대 규모의 내부자료를 제공한 내부 고발자다. 기밀문서에는 2007년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영상 등이 담겨 있었다. 2013년 8월 21일,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6) “Shining city on a hill” 성경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구절로, 미국 정치인들이 미국을 빗대어 즐겨 사용함.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6년 4월호(89호)에 <백투더 퓨처,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의 진실들>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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