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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활화산 지대, 다시 터지면 재앙은?

제주도는 활화산 지대, 다시 터지면 재앙은?

조홍섭 2016. 10. 26
조회수 828 추천수 0
 
제주도는 한라산 폭발만이 아니라
10만년 동안 450개 독립 화산이 만든
지구에서 유일한 화산섬
 
“1002년 탐라 산에 붉은 물 솟아”
세종실록지리지 기록했지만
구전되던 이야기 옮겼을 가능성
 
제주 최후 화산 활동한 송악산
3800년 전, 분화량 250만톤
 
분연 기둥 1㎞ 치솟으면
주변 수㎞ 시속 100㎞ 화쇄류 덮쳐
이산화황도 수백만톤 분출
 
폭발력 비교적 소규모 예측하지만
전조현상 감시 등 대응시스템 갖춰야

 

j2.jpg» 한라산(위)은 제주를 상징하지만 이 섬을 만든 것은 독립적으로 분화한 450개의 작은 화산이다. 이 가운데 지난 1만년 동안 분화한 화산도 적지 않아 제주도는 활화산 지대라는 게 지질학계의 정설이다. 아래는 8일 36년 만의 큰 폭발을 일으킨 일본 규슈의 아소산 나카다케 분화구 모습. 화산재로 덮인 주위가 회색으로 변색돼 보인다. 제주도, 일본 후쿠오카 기상대
 
일본 최대 활화산인 규슈 아소산이 8일 폭발적 분화를 일으켜 화산재가 300㎞ 밖까지 날아가고 먼지 기둥이 1만1000m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36년 만에 분화한 이 화산은 9만년 전 백두산 화산과 비슷한 규모의 폭발을 일으켜 규슈의 절반을 화산재로 덮은 바 있다. 
 
백두산은 946년 지구 전체에서 10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규모인 ‘밀레니엄 분화’를 일으킨 활화산으로 “가까운 장래에 언제 분화해도 이상할 것 없다”(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산 분화는 아소산과 백두산 등 남한과는 동떨어진 곳만의 일일까. 전문가들은 남한의 활화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j7.jpg»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 지구화산프로그램(GVP) 누리집 첫 화면.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울릉도가 활화산으로 등록돼 있다.
 
지난 1만년 동안 분화 기록이 있는 세계의 활화산 기록을 관리하는 미국 스미스소니언연구소의 지구화산프로그램(GVP)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남한에는 한라산과 울릉도가 활화산으로 등록돼 있다. 
 
울릉도는 지난 1만9000~5600년 전 사이 적어도 5차례 분화했고 특히 1만년 전 폭발적 분화는 규모가 커 화산재가 동해를 건너 일본 혼슈에 쌓이기도 했다. 그러나 화산 분출이 더 자주, 역사기록에 남을 정도로 최근까지 일어난 곳은 제주도이다.
 
비양도·일출봉 신석기시대 분출
 
j5.jpg» 1000년 전 화산폭발도 비양도가 탄생했다며 북제주군이 세운 기념비. 연대 측정 결과 훨씬 전인 4500년 전 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홍섭 기자
 
제주의 화산 분화 기록은 <세종실록>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여러 역사서에 남아 있다. 1454년 작성된 <세종실록 지리지>는 이렇게 적었다. 
 
고려 목종 5년(1002년) 탐라에서 산에 구멍 네 곳이 뚫리고 붉은 빛깔의 물이 솟아났다. 10년(1007년)에는 탐라 바다에서 산이 솟아났다. 이를 듣고 왕이 태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알아보게 했더니, 탐라 사람이 말하기를 ‘산이 솟아 나올 때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고, 땅이 벼락 치듯 움직였다. 무릇 칠 주야가 지나서야 비로소 개었는데, 산에는 풀과 나무가 없고 연기만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바라보니 돌 유황 같아서 사람들이 다가갈 수 없었다’고 했다. 전공지는 직접 산 아래 다가가 그 모습을 그려 바쳤다.”

 

그러나 역사 시대 제주도 분화 기록이 실제 화산활동을 기록한 것인지에는 의문이 많다. 안웅산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박사는 <암석학회지> 3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 고문헌에 실린 제주도의 마지막 화산활동 기록은 훨씬 전부터 구전되던 화산 분화 이야기가 건국 초기 고려에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안 박사는 퇴적층에 대한 연대 측정 결과 제주도에서 최후까지 화산활동이 벌어진 곳은 송악산으로 약 3800년 전이고 이어 비양도 약 4500년 전, 일출봉 6000~7000년 전으로 밝혀졌다고 이 논문에 썼다. 제주도의 화산 분출은 약 1000년 전 일어난 것처럼 기록돼 있지만 실제 활동은 그 이전이었다. 송악산은 고조선 시대에 분화했고 비양도와 일출봉이 분화했을 때는 신석기시대였다. 
 
안 박사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는 8000~1만년 전 신석기 초기 유적지가 있어 이들 신석기인의 후손이 제주도의 최후기 화산 분화를 목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의 화산활동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1만년 전 이후 일어난 지질현상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분화구 주변 작은 오름 생길 듯”
 
단성화산.JPG» 제주 지형도. 지표에 드러난 360개의 오름을 포함해 450개의 단성화산이 180만년 동안 화산활동을 벌인 결과가 제주도이다. 제주도. 
 
흔히 오해하듯 제주도는 한라산이 백록담을 형성한 큰 화산 폭발을 일으켜 생기지 않았다. 180만년 전 바다 밑에서 시작된 화산활동이 55만년 이후 육상으로 이어졌고, 지난 10만년 동안 벌어진 한라산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적인 작은 화산활동이 현재의 제주도를 이뤘다. 
 
윤성효 교수는 “한라산은 작은 섬에 지표에 있는 360개를 비롯해 450개의 화산체가 높은 밀도로 분포하는 지구에서 유일한 화산섬”이라고 말했다. 이런 화산활동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제주도 전체가 활화산 지대라고 할 수 있다.
 
j1.jpg
 
제주도에서 가장 최근에 분화한 송악산·비양도·일출봉 등 3개 화산이 과거에 어느 정도의 화산재와 암석, 용암을 뿜어냈는지를 계산한 결과가 <암석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고보균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박사(현 한국지구과학협의회 소속)와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이들 세 화산의 분화량을 각각 2499만㎥, 965만㎥, 1191만㎥로 추정했다. 
 
이들 화산의 화산폭발지수(VEI)는 각각 3, 2, 3으로 나타났다. 재앙을 일으킬 수준은 아니지만 화산재와 가스의 연기 기둥(분연주)이 지수 2는 1~5㎞, 지수 3은 3~15㎞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 폭발은 이보다 1만배 이상 큰 규모였다.
 
한라산에서 최근 일어났던 화산 분화가 다시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윤성효 교수는 “주변 지역에 분석과 화산재를 일시적으로 낙하·퇴적시키고, 분화구 주변에 작은 오름이 하나 만들어지는 정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예측했다. 
 
아소산 분화.jpg» 8일 일본 아소산 분화로 흩날린 화산재가 덮인 자동차. 후쿠오카 기상대
 
그러나 지형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윤 교수는 “분연주가 1㎞ 높이로 치솟는다면 주변 4㎞ 이내에 (온도 수백도의 화산재와 암석, 화산가스 혼합물이 최고 시속 100㎞ 이상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화쇄류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산 분화 때는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황도 대량으로 분출된다. 이 연구에서 지수 3의 분화 때는 연간 200만~800만t의 이산화황이 분출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관광과 항공교통 활발해 취약”
 
03627507_P_0.JPG» 2010년 분화해 유럽 항공교통 두절 사태를 부른 아이슬란드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 화산의 모습. AP 연합
 
고보균 박사는 “화산 분출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를 소홀히 하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제주도는 화산 분화 가능성이 분명히 있는데다 관광과 항공교통도 활발해 피해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한라산 화산의) 폭발력이 비교적 소규모로 보이지만 (유럽에서 대규모 항공교통 두절 사태를 부른) 아이슬란드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 화산의 2010년 분화가 화산폭발지수 4였음에 비춰 제주도에 지수 3 정도의 화산 분화가 발생하면 화산재해에 대한 인식과 대비 부족으로 큰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중국은 활화산의 분화 위험을 안전, 주목, 주의, 경고, 위험, 재해, 대참사 등 7단계로 나눠 관리하고 있고, 백두산은 현재 주의에서 경고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구자들은 “제주도는 더 이상 화산재해에 대해 안전하지 않은, 활동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화산지역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며 “이 지역에서의 화산재해에 대한 평가 및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윤 교수는 △화산 전조현상의 감시를 통한 분화 규모의 예측 △화쇄류 등 근접 화산재해와 화산재 흩날림 같은 광역 화산재해의 영향 범위 예측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화산방재 위험지도 작성 △이를 활용한 교육 훈련 등 화산대응시스템의 구축 등을 제시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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