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름을 세우는 것 그것이 지금 시대의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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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정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진 스님과 14일 인사동 한 전통찻집에서 정유년 신년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조천현] |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된 것을 깨고 정의로움을 드러낸다는 경구를 올해의 화두로 삼았다는 명진 스님(68)은 “파사가 현정이다”, “삿된 것을 부수면 바름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고 있는 촛불 정국에 대해 “바름을 드러내려고 애쓸 것 없이 잘못된 것을 때려부수고 무너뜨리면 올바른 세상은 오게 돼 있”다며, “바름을 세우는 것 그것이 지금 시대의 자비”라는 법문(法門)을 내놓았다.
구속수사 여부로 온 국민의 눈총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스님의 자서전적 구도기 『스님은 사춘기』에서 보듯 명진 스님은 수행자로서 진지한 길을 걸어왔지만 이에 못지않게 활발한 사회적 활동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4일 서울 인사동 한 전통찻집에서 가진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은 “3차 때 빼곤 계속 촛불집회에 나가고”있다며, “한국 사회에 쌓여온 적폐를 한꺼번에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왔다. 망설이지 말고 그동안의 부패와 비리와 부정한 것들을 몰아내고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또한 “절망적인 세상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데는 역설적으로 박근혜와 최순실이 제일 큰 공로가 있다”며 “나는 ‘하야가’를 들으면서 ‘저게 부처님 경전이다. <하야경>, <탄핵경>이다’라고 명명도 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손석희를 대통령으로, 김제동을 국무총리로, 박영수를 법무장관으로 삼자고 말했다”면서 “잘하고 있는 특검의 박영수는 법무장관, 윤석렬은 검찰총장, 김미화는 문화관광부 장관... 내가 조각을 다 해놨다”고 큰 웃음을 터트리며 “그런 꿈을 꾸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특유의 해학과 낙관주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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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야가, 탄핵가가 <하야경>, <탄핵경>이라는 명진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 - 조천현] |
지난해 연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10월 치러질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스님은 “개성공단이 경제공동체의 미래를 상징한다면, 금강산은 마음의 화해를 상징하는 곳”이라며 “남과 북이 같이 할 수 있는 일로 일제 36년 동안 징용으로 끌려갔던 분들의 유골을 금강산으로 모셔오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봉은사 주지를 맡고 있던 2007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굴된, 이례적으로 신원이 확인된 유해 네 구를 모셔와 봉은사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망향의 동산에 안치한 인연으로 일본 각지의 사찰에 합사된 신원미상의 강제징용자 유골을 봉환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계종이 남북화해를 위해 이런 문제를 좀 풀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본을 향한 문제도 있지만 우리 안의 친일 역사에 대한 단죄와 청산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 본부장을 맡아 남북 민간교류에 앞장섰던 명진 스님이 새로운 정국을 맞아 다시 남북 불교계 교류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로부터 등원 명령을 계속 받고 있는데 대해서는 “자승(조계종 총무원장) 주변에 측근으로 있는 사람들이 탱화 도둑놈, 간통한 놈, 모텔 소유하면서 지하에다 룸살롱 운영하는 놈, 장가가서 쌍둥이 낳은 놈 등이 몰려 있다”며 “그런 것들을 비판한 나를 징계한다는 것이다. 그걸 보고 도둑놈이 몽둥이 든다고 표현하는 거다. 자승의 행위는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용 부회장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내가 봉은사 주지일 때 두 번 찾아왔고, 내 책 『스님은 사춘기』를 번역해서 불교신자인 스티브 잡스한테 권하고 싶다고 관심을 가진 때도 있었다”고 밝히고 “나는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창피하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불살라 공양을 올린 정원 스님 장례일인 14일 오전, 서울 인사동 한 전통찻집에서 인터뷰를 마친 명진 스님은 서둘러 정원 스님 영결식과 12차 촛불집회에 참석했고,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불구속에 대해서는 추가로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파사현정, “삿된 것을 부수면 바름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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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진 스님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새해 화두로 삼았다고 말했다. [사진 - 조천현] |
□ 통일뉴스 : 2017년 정유년 새해에 덕담과 화두를 부탁드린다.
■ 명진 스님 :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쌓여온 적폐를 한꺼번에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왔다. 망설이지 말고 그동안의 부패와 비리와 부정한 것들을 몰아내고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그래서 올해 화두를 파사현정(破邪顯正)으로 삼았다. ‘삿된 것을 파하고 정의로움을 드러낸다’고 표현하는데, 나는 그렇게 둘로 가르지 않고 “파사가 현정이다”, “삿된 것을 부수면 바름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바름을 드러내려고 애쓸 것 없이 잘못된 것을 때려부수고 무너뜨리면 올바른 세상은 오게 돼 있다. 바름을 세우는 것 그것이 지금 시대의 자비다.
□ 촛불 민심이 해를 넘겨 가며 타오르고 있다. 민심은 무얼 원하고 있고, 어떻게 귀결돼야 한다고 보나?
■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에 대한 분노가,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본다. 특히 정치권력과 재벌과의 유착 관계가 도화선이 됐다. 전관예우 이름 아래 돈 많은 사람들은 고위직에 있던 검찰 출신을 변호사를 써서 지은 죄가 없어지거나 경감되는 평등하지 못한 세상을 만들었다.
이걸 청산해야 하는데 너무나 쉬운 말로 표현해준 게 정유라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돈도 실력이야.” 나는 이 말이 정유라의 말이 아니고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부패 기득권 세력들이 갖고 있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었다고 생각한다. 돈도 실력, 한발 더 나가면 돈이 실력, 더 나가면 돈만 실력이다. 돈 앞에 인격이고 도덕이고 룰이고 다 없다는 거였다.
지금 그런 세상이 돼 버렸지 않나. 여기에 대한 분노가 이화여대 입시를 통해 폭발한 거다. 무엇보다 공정해야할 대학에서 입시부정이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것 아닌가. 최순실이라는 찜질방이나 다녀야 할 강남 아줌마가 국정을 농단하고 한국사회를 농락한 것에 대한 분노가 시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고위층 자녀의 병역특혜, 혼맥과 인맥, 학연으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재벌의 아들은 재벌이 될 수 있고 고위층 자녀들은 고위층이 될 수 있는 불공정한 사회를 타파하자는 목소리도 담겨져 있다고 본다.
절망적인 세상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데는 역설적으로 박근혜와 최순실이 제일 큰 공로가 있다. 해방 이후 이렇게 적나라하게 기득권 부패세력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나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적당하게 감춰지고, 법정에서 무죄 판결받고 나오면서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은 특검에 의해서 밝혀지기도 하고, 국민들의 분노 속에서 언론사들이 탐정같이 조사를 해서 밝혀내기도 하면서, 해방이후 쌓인 적폐, 누적된 비리‧부패의 고리들이 드러나고 있다.
“손석희를 대통령으로, 김제동을 국무총리로, 박영수를 법무장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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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6일 5차 범국민행동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는 명진 스님. [사진제공 - 명진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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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인터뷰 직후 광화문 광장 정원 스님 영결식장에서 헌화하고 있는 명진 스님. [사진 - 조천현] |
□ 경찰버스에 붙인 스티커를 뗀다든가, 거리를 청소하고, 비폭력 시위를 강조하는 촛불집회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 나도 3차 때 빼곤 계속 촛불집회에 나가고 있는데, 처음에는 ‘아니, 촛불 들고 소리지르고 해서 바뀌겠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50만이 넘어서고 100만이 되면서 촛불 자체에 힘과 질서가 생겼다.
처음에는 청와대 쪽 경찰차벽에 사람들이 올라가고 말리고 그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비폭력 시위가 갖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유모차 끌고 나오고, 아이들 무등을 태워 나오는 아빠들을 보면서, ‘만약에 폭력적 상황이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힘이 없어서도 아니고 국민이 약해서도 아니다. 국민들은 여론을 통해서 상대방의 무릎을 꿇게 만들고 잘못을 빌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는 자신감 같은 것이 보이더라. 굉장히 자랑스럽다.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시위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하야가’를 들으면서 ‘저게 부처님 경전이다. <하야경>, <탄핵경>이다’라고 명명도 했다. 좋은 세상을 향해서 가고자 하는 끝없는 바람의 소리가 부처님 앞에 올리는 공양이고 촛불이고 그런 거다.
□ 촛불집회도 틀이 짜이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흐름도 잡혔는데, 실제로는 황교안 대행체제가 여러 영역에서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역사교과서 문제 등은 오히려 서두르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도 탄핵당했다고 봐야 한다. 지금 박근혜에 의해서 임명됐던 국무위원들은 다 탄핵을 당한 거다. 그 잘못을 물어야 하는데 나라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임시적으로 탄핵을 유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현상유지를 위한 조치만 해야한다.
그런데 사드 문제나 국정교과서 문제나 ‘위안부’ 문제, 전부다 국민들이 이해 못하는 것을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부메랑이 돼서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특히 사드 문제는 주무장관들인 국방부 장관, 외무부 장관도 모르는 상태에서 졸속으로 진행됐다. 록히드 마틴 등의 로비가 최순실을 통해 연결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인데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것도 파헤쳐야할 사항이지 마구잡이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그런데 박근혜와 보수기득권은 어떻게든 자기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이나 법원의 재판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 그나마 촛불이 타오르고 있고 특검이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 잘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특검이 희망이다. 촛불만으로는 이게 될 일이냐? 특검이 밍기적 거리고 뭉개고 있으면 어떡할 건가? 그래서 손석희를 대통령으로, 김제동을 국무총리로, 박영수를 법무장관으로 삼자고 말했다.
앵커브리핑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손석희, 성주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가서 “헌법 1조, 헌법 2조”하면서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김제동, 얼마나 멋진가. 헌법 정신에 그렇게 투철한 사람이 어딨냐? 또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황교안 보다 몇 백 배 훌륭한 총리감이다. 왜 꼭 정치한 놈들만 해야 하나? 그런 꿈이 이뤄지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하는 거잖나.
잘하고 있는 특검의 박영수는 법무장관, 윤석렬은 검찰총장, 김미화는 문화관광부 장관... 내가 조각을 다 해놨다.(하하하) 그런 꿈을 꾸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4대 강국은 통일되는 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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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진 스님은 국제정세와 남북관계에 관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했다. [사진 - 조천현] |
□ 새해는 밝았지만 정권은 아직 안 바뀌어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해 정세 전망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미국 트럼프 정권의 등장이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데, 정치적 분석이 아니라 스님의 직관으로는 어떻게 전망하나?
■ 북에 대한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정도의 사람을 지금 안보보좌관으로 갖다 놨다. 북쪽도 어떻게 보면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대해 대들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서 쏠 수도 있다는 위협을 계속 가하고 있다.
북에 대한 공격은 단순하게 리비아나 이란, 이런 데를 공격하는 것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왜냐하면 한반도라는 지형적 위치가 있고, 북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지만 뒤에 중국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반어로 봐야 한다. 북쪽 보고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북쪽이 대번에 협상에 나올 형편은 아니지 않나? 어느 시기가 되면 트럼프의 지지율이 꺾이면서 협상을 통해 북핵 포기를 조정해내는 입장으로 선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 남측 탄핵과 대선 정국이 마무리되지 않아 다소 이르지만, 올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남북관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나?
■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희망, 촛불혁명 같은 좋은 기운들이 한반도에 퍼지면서 남북문제도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서 잘 풀리지 않을까 희망한다. 나는 낙관론자다.
한반도가 분단이 돼서 북은 핵을 개발하고, 남은 사드를 들여놓고 양쪽 모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있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단순하게 보자. 분단이 고착화 되고 남북이 준전시 상태일 때 이익을 보는 집단은 누구고 손해를 보는 집단은 누구냐? 한반도를 에워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대 강국은 통일되는 걸 원치 않는다.
북쪽은 핵을 자위적 수단으로 보고 인민들이 의식주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핵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민들에게 돌아가야 될 경제적 혜택이 핵으로 들어간다. 남쪽은 안 그런가? 우리도 남북대치 때문에 들어가는 40조의 국방예산이 교육이라든지 복지에 투자되면 한국 사회가 많이 바뀔 것이다.
‘남북, 일제 강제징용자 유골 금강산 신계사 봉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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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8월 북해도포럼의 도노히라 스님과 함께 강제동원 희생자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명진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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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월 장병이었던 명진 스님이 2015년 7월 베트남 민간인 학살 현장을 방문해 참회의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 - 명진스님] |
□ 스님도 예전부터 남북교류에 앞장 서 왔는데, 새로운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부터 재개해야할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일이 크지 않지만 금강산관광 재개 관련해서는 불교가 할 일이 있을 것으로 본다. 남북화해의 기운을 받아 금강산 신계사를 복원해 뒀기 때문이다. 올해가 신계사 복원 10주년이 된다.
개성공단이 경제공동체의 미래를 상징한다면, 금강산은 마음의 화해를 상징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남과 북이 같이 할 수 있는 일로 일제 36년 동안 징용으로 끌려갔던 분들의 유골을 금강산으로 모셔오는 일을 하려고 한다.
일제시대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지만 신원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도쿄, 홋가이도 등 일본 각지 사찰에 합사돼 유골로 모셔져 있는 분들이 있다. 남에서도 끌려가고 북에서도 끌려간 분들이다. 그래서 북쪽으로 모셔도 안 맞고 남쪽으로 모셔도 안 맞다.
신계사 복원 1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이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면 어떤가 싶다. 새 대통령이 뽑히면 이 문제를 가지고 면담을 신청하려고 한다.
□ 일제 징용자 유골을 금강산 신계사로 봉환하는 일을 구상한 계기는?
■ 홋카이도에 이치조지(一乘寺)의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 스님이 2006년도에 유해를 발굴했는데 이례적으로 하동과 구례 출신 네 분의 신원이 확인됐다. 네 분을 모셔와야 하는데 한국에서 받을 곳이 없어 내가 주지로 있던 봉은사로 모셔서 위령제를 지내고 망향의 동산에 안치했다.
그런 인연으로 도노히라 스님 쪽에서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조계종 민추본(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도 물러나고 남북문제에서 손을 떼게 돼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연초에 조계종 총무원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계종이 남북화해를 위해 이런 문제를 좀 풀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또 하나는 일본 문제다. 특히 12.28‘위안부’ 합의와 부산 소녀상 문제가 현안이다. 아베의 신군국주의화도 심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일본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다.
■ 앞서 강제징용으로 끌려가신 분들 얘기도 했지만 아직 일본과 우리는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남아 있다. 이걸 덮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독일은 유대인학살에 대해 브란트 수상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일본 역시 그런 진정한 사과가 필요한 것이지 10억 엔이란 돈으로 역사를 거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문제는 일본을 향한 문제도 있지만 우리 안의 친일 역사에 대한 단죄와 청산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게 안 되었기 때문에 일본을 향해 제 목소리를 못내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에 대한 문제는 한‧일관계만이 아니다. 북‧일관계도 있고 남북관계도 있다. 남북이 한 목소리로 일본을 상대할 문제다. 남북 공동으로 일본에 대처해나가면서 서로 화해의 기운을 높이는 것도 좋은 길이라 여겨진다.
총무원장 출사표, “남북통일운동에 불교계가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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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덮힌 오대산. [사진제공 - 명진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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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을 아산 외암마을. [사진제공 - 명진스님] |
□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의 출두 명령은 어떻게 된 건가?
■ <오마이뉴스>와 지난해 11월 22일 강원도 월정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때 촛불은 타오르는데 불교계는 참여가 좀 저조했다. 그래서 내가 자승 원장 자체가 권력지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의 하수인 소리까지 들었던 사람이고, 박근혜 때도 자승의 최측근 하나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 식으로 정치권력하고 밀접하게 돼 있는데 촛불에 나오겠느냐 이렇게 비판했다. 그 동안 조계종에 대해 비판을 강하게 해왔는데 그걸 빌미 삼아 징계 절차를 밟으려는 것 같다.
□ 일반적인 조계종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승 총무원장 스님과 각을 세운 것이 크게 작용했나?
■ 그렇게 본다. 조계종 자체를 비난한 건 별로 없다. 다만 자승 주변에 측근으로 있는 사람들이 탱화 도둑놈, 간통한 놈, 모텔 소유하면서 지하에다 룸살롱 운영하는 놈, 장가가서 쌍둥이 낳은 놈 등이 몰려 있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종단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도 뻥끗 못하거나 솜방망이처벌하면서 그런 것들을 비판한 나를 징계한다는 것이다. 그걸 보고 도둑놈이 몽둥이 든다고 표현하는 거다. 자승의 행위는 적반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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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나서면서 “남북통일운동에 불교계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조천현] |
□ 조계종 호법부는 계속 등원하라고 부르고 있는데,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 3차로 17일까지 등원하라고 또 문자가 왔다. 3차 등원 때도 안 가면 호법부에서 내 징계를 결정할 거다. 초심호계위원회에 넘기면 초심호계위원회에서 받아서 재판하는 거다. 거기서 나오라고 출두 요구를 할 것이다. 또 안 나가면 자기들이 공권정지든지 제적이든지 해서 재심으로 넘긴다. 재심이 대법원이다. 재심에서 결정나면 징계가 결정되는 거다.
□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면 끝나는 것 아닌가?
■ 계속 가겠지만 나는 자기들이 자기 발등 찍는 거라고 본다.
□ 자승 총무원장도 정권이 바뀌면 힘이 빠질 것 아닌가?
■ 그런데 워낙 정치적으로 줄을 잘 서고 지금도 여기저기에 줄을 댄다는 소리가 파다하다.
□ 봉은사 주지로 있다가 나와서 단지불회를 만들고 조계종과 척을 지기도 했는데, 총무원장 출마는 약간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왜 총무원장에 도전하는 건가?
■ 그동안 쓴 소리를 많이 해왔는데 그만큼 애정이 있어서다. 총무원장 출마는 비판을 넘어 정말로 좀 바뀌었으면 하는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몇 가지 공약을 가지고 있다.
첫째, 봉은사에서와 같이 모든 재정을 투명하게 오픈시키겠다. 둘째, 천일 동안 매일 조계사에서 법회를 주도하겠다. 그러니까 법문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천일 동안 아침, 점심, 저녁으로 참회의 108배를 하겠다. 그동안 불교가 국민여망에 따르지 못 했고 불자들에게 실망을 준 잘못을 참회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비극인 분단의 비극을 통일의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남북통일운동에 불교계가 앞장서겠다. 마지막으로 이 공약이 안 지켜질 경우에 나는 즉시 원장직을 내놓겠다는 이 다섯 가지 공약을 걸고 원장 출마를 하려는 것이다.
조계종은 대중의 열망인 직선제를 외면하고 간선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간선제로 치러지더라도 나보다 더 좋은 공약을 내걸고 나온 사람한테 투표를 해라는 것이다. 조계종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를 내가 리트커스 시험지가 돼 보겠다.
기존 선거운동은 개인별로 찾아다니면서 돈쓰는 방식으로 해왔는데 나는 일체 그런 것 없이 공약만 가지고 선거를 한번 해보겠다.
□ 총무원장 선거는 언제고, 임기는 몇 년인가?
10월에 선거가 있고 임기가 4년인데, 원장이 되면 나는 완전히 말년이 고생길로 가는 거다. 내가 지금 예순 여덟인데, 원장이 되면 예순 아홉이고, 천일기도 끝나면 일흔 셋이다.
그렇게 4년간만 하면 조계종 개혁의 발판은 만들어지지 않겠나 본다. 인사정책을 공평하게 해서 정말 수행자다운 사람들을 포교할 수 있는 자리에 보내고, 재정을 투명하게 하고. 원장이 직접 법당에서 매일 108배 참회하고... 나는 봉은사에서 이미 했으니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 원장선거 끝나고 대선으로 가지만 조기대선을 치르면 대선 끝나고 원장 선거로 간다. 집권세력이 어디가 되느냐에 따라서 불교계도 영향을 받을 거다. 불교도 희망을 만들어야하지 않겠나.
이재용 불구속, “돈이 많으면 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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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명진 스님. [사진제공 - 명진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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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명진 스님. [사진제공 - 명진스님] |
□ 추가로 질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구속 처리돼 최근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스님이 이 부회장과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 내가 봉은사 주지일 때 두 번 찾아왔고, 내 책 『스님은 사춘기』를 번역해서 불교신자인 스티브 잡스한테 권하고 싶다고 관심을 가진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만나서는 “존경받는 기업인이 돼라. 세상이 돈이 다가 아니지 않느냐. 국민들이 존경하는 기업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 정경유착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에도 구속을 피해가고 있다.
■ 나는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소됐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고, 세계적인 스마트폰 기업의 이미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거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창피하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보잘 것 없는 강남 아줌마네 식구들 뒷바라지를 한다고 몇 번씩 찾아다니면서 반도체 작업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는 야박하게 대했던 것이 삼성이다. 기업이 가져야할 도덕성조차 없어진 것이다.
이번에 삼성이 대통령의 말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자기 기업의 이익 때문에 그런 거다. ‘공갈‧협박’은 본인들의 이야기고 다들 먼저 접촉해서 최순실을 만났을 것으로 본다. ‘세금 감면내지는 상속세 줄여 받는다’, 그동안 말이 많았다.
법조계 전관예우는 화이트칼라의 가장 더러운 범죄행위이고, 정경유착은 정치계와 경제계가 밀착해서 부정부패를 저지른 가장 구조적인 권력형 범죄행위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의 3세 계승자 이재용의 기소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돈이 인간의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그런데 이재용은 청문회에 나와서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처참한 몰골을 보였다. 재벌이면 뭐하고 돈이 많으면 뭐하겠나. 깊이 반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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