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여성 2명에게 피살됐다고 보도했다. ⓒTV조선 캡처
김정은의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여성 요원 2명에게 피살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나오자 청와대는 ‘외교안보부서에 확인 및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정보당국 입장은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고, 수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통보받기 전까지는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TV조선과 외신 일부에서 나온 소식만으로 김정남이 암살당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확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연 김정남이 김정은에 의해 암살됐는지 하나씩 검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김정남 피살, 믿을만한 소식인가?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외신을 찾아봤지만, 보도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주요 외신은 로이터 통신이었고, 이후 2월 15일 새벽에 BBC에서도 보도가 됐습니다.
외신들이 김정남 피살 소식을 인용 보도한 곳은 말레이시아의 ‘The star’와 TV조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었습니다.
TV조선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외신들과 말레이시아 통신사들의 보도만을 놓고 본다면 김정남의 피살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② 김정남은 독침으로 암살됐나?
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2명의 여성에게 독침을 맞고 살해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독침으로 암살됐다며, 기사 내에 ‘북한 암살용 주요 독총, 독침 제원’을 그래픽으로 삽입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김정남이 독침에 맞아 암살당했다고 보도한 것과 다르게 외신은 피살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The Star’와 인터뷰한 경찰관은 ‘누군가 김정남을 뒤에서 움켜 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통신사 베르나마에 따르면 ‘액체가 묻은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고 밝혔습니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김정남은 공격을 받아 고통을 호소했고, 공항 병원에 있다가 시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사망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사인은 시체 부검을 끝나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③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남성. 김철 이름의 여권 사용
말레이시아 ‘The star’가 보도한 말레이시아 경찰 보고서를 보면 공항에서 사망한 남성이 소지한 여권을 보면 이름은 ‘김철’, 여권번호는 ‘836410070’이었습니다.
여권에 명시된 생년월일은 1970년 6월 10일이었고, 출생지는 평양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김철’이라는 이름은 김정일 애도 기간에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인민무력부 부부장과 동일합니다. 생년월일과 이름만 놓고 본다면 김정남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김정남이 위조 여권을 사용했던 경력을 놓고 본다면 이번에도 위조 여권을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피살된 북한 남성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 위조 여권 때문이라고 외신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④ 김정남의 암살, 김정은이 지시했나?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는 북한 정권이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당국자는 구체적인 증거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고,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한 북한 정권은 김정은을 말합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력을 뒤흔들 수 있는 작은 불씨라도 그냥 놔두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문이 듭니다. 장성택 처형 등 반 김정은 세력을 숙청했던 시기에도 충분히 암살할 수 있었는데, 왜 하필 김정남을 지금 암살해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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