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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꺼지고 약해지면 세상은 거꾸로 간다"

퇴진행동, 23차 범국민행동의날..'촛불없는 대선 강력 경고'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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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9  23: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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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차 범국민행동의 날 '광장의 경고! 촛불의 민심을 들어라'가 5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29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전 마지막 촛불집회가 될 제23차 범국민행동의 날  '광장의 경고! 촛불의 민심을 들어라'가 연인원 5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29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명실상부 촛불이 만든 ‘촛불대선’이지만 촛불의 민심은 사라지고 선거만 남았다는 자조 속에 유력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의 정치 공학적 우클릭에는 엄중한 경고가, 적폐세력의 난무하는 준동에 대해서는 분노의 질타가 가해졌다.

최근 강행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 광화문 사거리 고공 단식농성중인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의 정리해고 철폐·비정규직 철폐·노동3권 쟁취, 강간미수범 적폐후보 사퇴 촉구, 군내 동성애자 색출 규탄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등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각계각층의 요구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지난 6개월간 광장의 촛불과 함께 한 '박근혜정부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공동대표인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1,700만 촛불혁명이 만든 조기대선인데 촛불 민심은 사라지고 권력다툼만 계속되고 있다. 적폐청산과 과감한 사회대개혁의 청사진은 보이지 않고 이리저리 눈치보며 퇴행하는 대선주자들의 모습만 보인다”고 최근 대선 정국을 진단했다.

“어떤 후보는 촛불민심을 왜곡하고 비난하면서 민주노총과 좌파들의 민중혁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서는 이제 3년 했으니 그만하라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런 자들은 감옥이 아니라 무덤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삶이 바뀌어야 진짜 촛불혁명이고, 우리 삶을 바꾸는 대통령선거가 되어야 한다”며, “세상을 바꿔나가는 건 훌륭한 대통령이 아니고, 금뱃지 반짝이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1,700만 촛불의 주인공 바로 우리들”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박근혜 없는 나라를 만들었으니 이제 부패한 권력, 관료들을 개혁하고, 적폐를 청산하고, 노동자, 서민들이 잘 사는 사회대개혁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또 “촛불이 꺼지고 약해지면 세상은 거꾸로 간다”며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왼쪽부터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 강해윤 원불교 비대위 교무,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강해윤 교무는 지난 26일 새벽 성주 소성리에서 미국 사드를 불법 반입하는데 불과 100명도 안 되는 주민들을 상대로 1만여 명의 경찰이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작전을 벌였다며, “즉시 이 야만적인 전쟁놀음을 멈추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 교무는 당시의 참담한 심경을 밝히면서 “생전 보지도 못한 사드 장비들이 줄줄이 지나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울부짖는 주민들 사이로 경찰의 호위를 받아가며 유유자적 들어가던 미군이 웃음을 머금고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있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며, “피가 거꾸로 솟는 이 장면은 아직도 우리가 미국의 속국이고 그들이 여전히 점령군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고 뜨거움을 삼켰다.

이어 “대통령 없는 데서 대통령 행세하는 황교안과 주인 없는 청와대에서 주인 노릇하는 김관진이 이런 엄청난 일을 대선을 열흘 앞에 둔 상황에서 저지르는 동안 이들을 전혀 제어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대선에만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과연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며, 국민들이 소성리의 평화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매일 소성리는 전쟁터와 같다. 수시로 날리는 헬기소리,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소리에 할매들이 통곡하고 절규하고 있다”며, 5월 초에 연휴가 많으니 13일 평화버스를 포함해 소성리에 많이 와 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또 “지금 사드배치가 완료된 것은 아니고 일부 장비가 불법 반입됐을 뿐”이라며, “우리 땅 내주고 우리 돈 지불하면서 미국 패권 지키고 일본 방위 도와주고 한반도엔 전쟁위협 가중시키는 사드는 절대로 안된다”고 역설했다.

강해윤 교무는 지난 2월 28일부터 롯데골프장 입구 진밭교에서 48일째 철야농성을 이어 왔으나 이러다가는 소성리 주민들이 세상이 모르는 가운데 다 죽어가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어 27일부터 광화문 광장 정원스님 빈소가 있던 천막에서 무기한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직접 겨냥해 “엄혹했던 유신독재 시절 동료들이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울 때, 돼지발정제로 강간을 모의했던 자”라며, “강간미수 가담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그가 속한 당의 반응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혈기왕성할 때 벌어진 일이라며 두둔했고, 자신 또한 이미 자서전에서 사과했으니 이제 그만 문제 삼지 말라며 도리어 불쾌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고 지적하고는 “혈기왕성한 때에는 강간모의를 해도 봐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폭력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일을 자서전에 버젓이 쓰고 심지어 여성에게 강간하러 간 날을 ‘결전의 날’이라고 표현한 것 등을 보면, 그는 자신이 한 행동의 심각성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여성의 인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후보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지난 14일부터 광화문 사거리에서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를 외치며 고공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아사히, 삼표동양시멘트,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현대차, 콜드콜텍, 세종호텔,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김혜진 대표와 전화 연결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 사회를 맡은 김덕진 퇴진행동 대외협력팀장은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선거법 위반여부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진 않지만 누가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은 할 수 있다”는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온통 하지 말라는 것 뿐인데 과잉 단속으로 위축시키지 말고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지 철저하게 감시하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나 힘쓰는 것이 좋겠다”고 선관위의 단속행태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날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 신분으로 지난해 10월 방송계의 비인간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가 나와 담담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CJ E&M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은 최근 대선 토론회를 계기로 뜨겁게 달궈진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성소수자 인권은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모두의 존엄과 보편적인 인권의 가치로 연결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촛불의 요구를 무시하고 사드 배치와 성과연봉제‧노동개악 등 적폐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규탄의 의미로 삼청동 총리공관 방면으로 행진해 공관 100미터 앞 우리은행 지점 앞에서 사드철회를 요구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한 후 밤 9시 30분께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와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장은 반값등록금, 최저임금 1만원, 청년부 신설, 차별금지법 제정, 청소년참정권 등 청년정책을 제안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최근 남대서양 우루과이 인근 해역에서 침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선 '데이지 스텔라'호의 한국인 선원 8명의 가족들이 대회에 참석해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꽃다지의 공연, 주문+시대, 내가 왜, 이 길의 전부 등을 들려주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드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한 발언은 사드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광화문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는 노동악법 철폐와 정리해고 철폐 요구를 앞세워 행진에 참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화통일시민행동에서 들고 나온 '사드반대'[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촛불민심 짓밟는 사드도둑배치 철회! 황교안을 감옥으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불법사드 당장 철거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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