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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한미 FTA 금융투자분야,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미 FTA 금융투자분야,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 상 호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2006.06.27

지난 6월 9일 한미 FTA 1차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진영에서는 합의내용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협상의 “원칙”을 강조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협상은 시작부터 협정체결을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과 미국의 협상팀은 11개 분과에서 통합협정문 초안을 합의하였다. 자동차, 의약품, 서비스, 금융, 투자, 지재권, 노동 및 환경 분야에서 미국은 공세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 성공한 반면, 한국은 직물기준 원산지 채택, 개성공단제품 한국산 인정,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남용 등의 협의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물론 정부 인사들의 말대로 앞으로 남아있는 협상과정에서 농업, 위생검역, 섬유, 무역구제분야에 대한 양국 간의 이견이 좁혀지고 한국에 유리한 양허안과 예외조항 등이 합의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1.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금융과 투자분야의 합의사항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이번 1차 합의내용이 한미 FTA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신자유주의체제로의 편입을 가속화시킬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이미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금융, 투자분야의 “독소조항” 합의소식 때문이다.

먼저 금융 및 서비스분야의 합의내용을 살펴보자. 협정 체약국의 자발적 자유화조치는 자동적으로 협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래쳇(톱니)조항이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접근상의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의 경우 포괄주의방식을 채택하여, 예외로 규정하지 않은 모든 분야는 개방하게 될 것이다. 서비스공급을 위한 지사나 지점의 설립이 없이도 서비스공급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비설립 서비스 공급권리’조항 역시 큰 문제이다.

특히 금융서비스의 국경 간 거래를 허용하고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신금융서비스의 도입을 합의했다는 사실은 전면적 금융개방을 암시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현재 추진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의 방향과 내용으로 볼 때, 금융서비스분야에서의 합의내용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자발적 수용을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은 투자분야에서 투자의향단계부터 국내기업과 동일한 대우, 현지인과 현지부품을 써야 하는 의무부과 금지, 투자자의 재산수용시 보상조치, 투자자의 국가상대 분쟁소송 인정, 핫머니와 지재권 등의 투자개념 포함 등에 합의했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의 초국적 투기자본이 한국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였던 한미 BIT(양자투자협정) 초안내용과 동일한 것이다. 특히 해외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직접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조절 및 과세문제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왜 론스타가 올해 초 미국 정계에 한국시장에서의 투자자보호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를 했겠는가?
 

    2. 금융세계화의 구조적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과정에서 금융과 투자분야는 체결국의 이해갈등이 가장 심각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협상팀은 너무 쉽게 금융서비스와 투자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였다. IMF 외환위기를 통해 신자유주의시대 초국적 자본의 폐해를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게 겪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정부의 선택은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적 함정에 스스로 몸을 던진 꼴이다. 이러한 독소조항을 협상카드로 이용하기 보다는 순순히 내어줌으로써, 이미 “짝퉁” 신자유주의경제에 병들어가고 있는 한국경제는 미국 투기자본의 온상으로 고착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몇 개월간의 여론공방 속에 한미 FTA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규명은 점차 실종되고, 어떻게 이 협상을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완조치에 더 많은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미 FTA 체결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간주하고 분야별 양허안을 통해 미국 측의 양보를 이끌어내어야 한다는 기조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미 FTA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저지해야 한다. 완전개방과 경쟁절대선이라는 금융세계화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사회경제의 양극화해소와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한 핵심적 발판은 금융기관의 공적 기능의 복원과 사회적 책임의 확보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 FTA 협상에 대응하여야 한다. 자본주의경제에서 금융과 투자의 역할은 동맥과 같은 것이다. 금융자산이 생산적 투자와 서민경제에 재분배되는 경로를 회복하는 것이 구조적 위기에 서 있는 한국경제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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