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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유예, 버스노동자 현장 막막

복수노조 유예, 버스노동자 현장 막막

[기고] 어용지도부와 9.11야합 한국노총에 전면투쟁 나서겠다

이기웅(버스복수노조(준))  / 2006년09월13일 19시34분

우리 버스노동자들은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어용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과 그 산하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및 단위사업장지부 아래에서 고통의 세월을 살아왔다. 간악한 버스자본에 의한 교활하고 고질적인 임금착취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버스노동자들의 열망과 투쟁은 어용노조의 대명사인 전자노련의 방조 하에 예외 없이 정직이나 해고로 내몰리며 각종 노동탄압을 받아왔다.

 

한국노총 전자노련 서울시버스어용노조는 늘 버스노동자들을 기만하여 왔다. 해마다 임단투에서 파업 투쟁을 예고했으나 총파업 투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새벽에 극적 타결이라는 수순으로 파업쇼를 벌여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꺾어 왔다. 올해는 그동안의 밀실교섭과 직권조인, 지연교섭과 파업쇼에 더해 단체교섭권을 포기한 노동위원회 중재쇼까지 벌임으로써, 서울시버스어용노조는 스스로 노동조합임을 포기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버스노동자들은 곧 다가올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여 탄압과 핍박을 무릅쓰고 사측과 어용노조에 맞서 싸우며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게 되었다. 수개월의 사전준비를 거쳐 2006년 7월 5일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한국노총 전자노련 서울시버스노동조합 각 지부에 속한 버스노동자들이 어용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민주노조의 길을 가기 위하여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여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공식 발족한 것이다.

 

버스 현장은 어느 타 현장보다 단결이 안 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장에서 단결과 단체행동이라는 것은 힘있는 자의 몫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금까지 잘 이용하여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사측의 노무부서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잘 알고 있는 버스현장의 활동가들이 복수노조시대를 대비하여 이제는 버스현장의 노동조합도 바꿔야 우리 노동자가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버스현장에서는 유니온샾 제도를 적용받아 입사와 동시에 자동적으로 한국노총 조합원이 되어 노조에 가입을 하고, 사측의 눈치에다가 지부장의 눈치를 살피며 살얼음판을 걷듯이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이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승객과의 마찰, 시간과의 싸움, 나날이 늘어가는 첨단 기기들의 조작과, 교통여건의 악조건 속에서 편안할 날 없는 일상을 보내야 했다.

 

시민의 손과 발이 되어 편안함과 안전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우리 버스노동자들의 인고의 생활을 저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잘 하면 잘 한 것은 묻혀지고 못하는 만큼은 우리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것은 우리 버스노동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당하고 느껴봤을 것이다.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시내버스 회사는 약 68개 회사가 있는데 이중 단 한 개 회사도 민주노총소속의 민주버스노동조합에 가입된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버스회사가 서울시버스노동조합소속으로써 기업별노조이면서 산별의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지부도 별도로 조합설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부장에게도 막강한 힘과 권한이 주어져 지부장의 힘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막강하다.

 

이러한 지부장의 막강한 힘을 책망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막강한 힘을 우리 버스노동자들을 위해서 써달라는 것이다. 그 힘 있는 두 주먹을 노동자 민중을 위해서 힘 있게 뻗을 때 노동자 민중은 진정한 힘으로 믿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버스자본에 대항하여 버스노동자의 이익과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써야할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박해하는데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어용 한국노총은 9.11 미국무역센터 희생자 추모식이 진행되는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자본가와 밀실 야합을 자행하였다. 이 9.11야합은 노동기본권을 유린하는 반노동자적 폭거이다. 여기에 어용노총인 한국노총 지도부는 민주노총을 배제한 가운데 사용자 단체인 경총과 노동자에게 고통만 안겨준 노동부와 합의하였다.

 

노동기본권을 유린하는 9.11야합으로 노무현정권의 노동탄압적 성격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아이엘오(ILO) 총회장을 박차고 나오는 따위의 깜짝쇼를 연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 주변을 맴돌면서 노동기본권을 유린하였다. 경총으로 대표되는 자본과 정권은 한국노총의 기회주의를 활용하여 노사관계 선진화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합의를 했지만 결국은 알맹이는 전혀 없는 9.11 밀실야합이 되고 말았다

 

우리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는 노조를 민주화시키고 독선적인 지부운영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복수노조 시대가 하루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노동계는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손발을 놓고 있었단 말인가? 그때 가면 또 유예하면 되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단 말인가?

 

노사정위원회 합의안인 복수노조 전면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그동안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위해서 일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버스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가 막막할 따름이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덧붙여 "현재 부당해고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어 있는데 이제는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를 하더라도 아무 형사상의 문제가 없고 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하는데 획기적인 진전을 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버스 현장에서는 조금만 잘못을 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 당하기 일쑤이고 금전적인 불이익과 정신적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였는데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탄압이 자행될 것이 뻔한 마당에 이번 유예안은 그동안에 사업하기 좋은 여건과 관리하기 좋은 사람으로 제도적 보안을 한 다음에 복수노조를 허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제 이 고래 힘줄 같은 어용지도부를 깨부수기 위해 9.11 밀실야합을 자행한 한국노총과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고자 한다. 허울뿐인 선진적 노사관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진보적인 노사관계를 위하여, 그리고 노사관계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자. 9.11야합의 수괴 이상수 노동부장관 퇴진과 경총해체 그리고 어용 한국노총 해체투쟁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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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strike), 동맹파업(turnout), 살쾡이(wildcat) 어원 및 의미

'파업(strike)'이라는 말 자체는 아마도 영국의 성난 상선 선원들이 닻을 내리고 출발하라는 그들 주인의 명령을 거부했던 행동에서 기원한 것이다. 유사하게, 불어로 '파업'이라는 단어는 'greve'로서 17세기 파리의 일용 노동자들이 일당제 노동력을 충원했던 장소인 '그레베 광장(Place de Greve)'에 위치한 공장에서 무자비한 소유주에게 저항하는 행동을 도모한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두 가지의 개념 모두 19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국가가 기업단위의 파업행위를 합법화하기 오래 전에 이미 사라진 (노동자들의) 집합행동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구 사회에서는 파업이 노동자들과 사용자들의 상호 작용을 규율하는 반복적인 표준화된 절차로서 점차 널리 받아들여졌다. 미국에서는 '살쾡이(wildcat)'라는 표현이 확립된 절차, 특히 공인된 지역노조의 적법한 절차에 부합되지 않는 파업행위를 지칭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파업(strike)이 동맹파업(turnout)을 대체했다. 그 동맹파업은 지역 내 불만족스런 직종노동자의 소집단이 공장들을 돌며 각 공장의 노동자들을 부추겨서 그들의 행진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고, 성공하면 근처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그들이 지역 소유주들에게 제시할 요구사항들을 정하고 소유주 혹은 그들의 대표자가 모여 있는 곳에 대표를 보내어 회동을 갖도록 하면서 소유주들이 만족스런 조건을 제시할 때까지 노동자들이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분명히 동맹파업과 기업단위 파업은 서로 다른 생산조직에 적용되었다. 동맹파업은 주로 상대적으로 대등한 지위를 갖는 소유주(master)와 숙련공(journeyman)으로 나누어져 있는 소규모 직종공장에 가장 잘 맞는다. 파업은 더욱 다양한 노동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기업들에 적합한 개념이다. 생산조직이 변하면서 기업단위 파업이 동맹파업을 그리 쉽고 원만하게 대체한 것은 아니었다. 사법적 판결, 지역 관습, 노동자 조직 그리고 집단적 기억이 동맹파업의 변종 - 점차 불법적 음모로 불리고 있지만 - 을 자본주의적 대공장체제의 시대에도 유지되도록 했다. 일정하게는 이탈리아의 뜨거운 가을 기간에 공장 지대에서의 행진은 산업단지를 자본집약적 공장으로 대체하는 동맹파업을 재발명하여 전개한 것이었다.

 

 

출처  : <자본주의의 노동세계> 크리스 틸리, 찰스 틸리 / 이병훈, 조효래 등 옮김 / 한울아카데미 /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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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10년 역사 담아 연표집 출간

민주노총, 10년 역사담아 연표집 출간

95년 이후 10년의 민주노조운동 역사 집대성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768쪽에 담긴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

 


민주노총의 10년의 역사를 담은 연표집이 출간되었다. 이는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10년의 역사를 노동자의 시각으로 집대성한 유의미한 사료의 모음이다. 민주노총은 1995년 11월 11일에 출범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05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활동을 정리하는 백서 작업을 기획한 바 있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기획해 출판된 이번 연표집은 그 첫 번째 성과물이다. 연표집을 만들기 위해 연표 정리 작업에만 6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보태졌다. 또한 연표 입력 기간만 1년 6개월이 걸렸으며, 교정·교열 작업에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역사가 담겼다. 연표는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를 기본으로 작성되었다.

 

한국에서의 민주노조 운동은 유구한 역사에도 그 역사는 제대로 정리되지 못해 왔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은 ‘전노협 백서’를 비롯한 여러 논문으로 정리되어 있기도 하나, 민주노총 출범 이후 10년여의 역사는 비어있다. 이번에 출판된 연표집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1995년~2005년의 노동현장과 우리의 일터에서 벌어졌던 노동과 자본의 치열한 힘 대결의 역사를 회고하고 사실관계를 밝히며 그 배후의 힘들이 부딪히는 과정을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기초 사료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를 역사의 주체로 기록하기 위해”

 

이번 연표집의 책임편집 역할을 맡은 정경원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연표 정리는 “지난 활동을 정리하고자 할 때 그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어 정경원 정책연구원은 “민주노총 주요회의, 산하조직의 주요 투쟁, 연대단체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록하려 노력했다”라며 “이 자료집이 노동운동사를 재구성하는 데 활용되기 기대하며, 그 일은 노동자를 역사의 주체로 기록하고자 하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둔다”라고 밝혔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발간사를 통해 “자본과 정권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고 교육한다. 이는 자신들의 현실과 미래를 재생산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하고, “노동자 스스로 기록하지 않으면 왜곡되고 주체가 빠진 역사만 남게 될 것”이라며 “지난날의 치열했던 노동운동에서 현장성, 투쟁성, 그리고 대중성이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지 알아내고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도 기록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표집은 2만 5천 원이며, 민주노총 정책연구원(02-2670-9253)으로 연락하면 주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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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진 공장 門, 그 안에 우리 노동자

열려진 공장 門, 그 안에 우리 노동자

[기고] 금속노조 임원선거운동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

 

최윤정(금속노조) 

 

15만 금속노조의 직선 선거

 

지난 2월에 금속노조 선거가 진행되었다. 금속노조 각 단위 임원과 대의원 선출은 직선제로 해오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직선제 선거가 특별히 주목된 것은 완성차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15만 대오의 직선제 선거라는 점과, 산별노조의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금속노조 5기 임원선거에는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후보군 5팀이 출마, 결선을 통해 한 팀이 당선되었고, 2명의 여성부위원장후보가 출마해 1명이 당선, 부위원장후보에는 15명이 출사표를 던져 5명이 당선되었다. 총 32명의 후보얼굴이 2장의 포스터에 다닥다닥 붙어 조합원들을 찾아갔다.

 

5차례의 권역별 유세와 각 후보진영의 넘치는 선전공세가 있었으나, 조합원들은 각 후보의 정책적 차이와 출마의 이유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선거운동은 현장활동가들의 조직화로 채워졌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였다. 선거의 의미와 분석이 아니라 현장순회를 하면서 다가왔던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현상이겠지만 혹여라도 현장을 알고 싶어하는 동지들을 위해 귀한 지면을 요청했다.

 

닫혀있는 공장 문이 열려지다

 

"저~ 죄송한데 저희 사업장은 외부사람에게 현장순회를 한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 선거때도 못 들어가요" "이번 선거는 금속노조 선거입니다. 조합원들이 후보들 얼굴이라도 봐야됩니다. 외부사람이 아니죠. 하나의 조직입니다" "여기는 기밀부서입니다. 빨리 나가세요. 사람들이 예의가 없군..." "우린 회사기밀을 보러 온 게 아닙니다. 한 사람의 조합원이 있더라도 만나야 합니다"

 

기밀부서의 문도 열리고, 극심한 현장통제 속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조합원들에게 많은 후보들의 방문은 의외의 사건이였다.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사용자측은 단일조직이 되어버린 금속노조 선거를 방해할 근거를 찾지 못했고, 사측의 눈치를 봐오던 집행부 역시 선거운동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산별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선거를 통해 다가갔고 결국 공장의 문이 열려졌다. 조합원들의 삶이 보였다.

 

위험한 현장, 죽어가는 노동자

 

금속을 이용한 가공과 절단, 조립은 녹스는 것을 방지하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 기름 속에서 이루어진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맑은 기름속에 손을 담그고 손톱만한 금속덩어리를 이리저리 어루만진다. "장갑 안끼세요?", "장갑끼면 일을 빨리 못해서..." 손에 기름이 묻어서 악수를 못하겠다며 웃으신다.
"여긴 안전화 안 신으며 못 걸어 다녀요.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세요"
"프레스부서는 한 눈 팔면 사고나거든요. 떨어져서 큰 소리로 인사만 하세요"

 

어느 사업장, 어느 부서를 가든 위험해 보였다. 작은 조립품 공정에서는 움츠린 자세로 바짝 댄 시선, 주물공정은 불덩이들이 튀고, 기계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은 냉방병에 노출되어 있었다. 안전한 현장은 과연 있을까? 높은 음의 기계소음, 기름에 절여진 손과 미끄러운 현장, 숨 쉴 수 없는 화학약품 냄새, 게다가 심야노동까지... 우리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비정규직 사이에서 조합원 골라내기

 

"안녕하세요. 현장과 함께하는 후보 최윤정입니다" "전 직영 아닌데요?" "네?" "저 분은 조합원 아니예요" "아~네~, 금속노조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꼭 조합에 들어오세요" "노동조합 싫습니다. 지난번 비정규직 투쟁 때 너무 실망해서요. 다 자기만 살자고 하는데 그게 무슨 노동조합입니까?"

 

비정규노동자와 조합원을 구분해 내는 일은 쉽고도 어려웠다. 외견상으로는 이름표 색깔이 다르거나 작업복이 달랐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라인 속에서는 나이 많으신 노동자가 직영, 즉 우리 조합원이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눈길을 마주치는 것도 싫었는지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악수도 하지 않는다. 많은 후보들 방문에 '난 비정규직입니다'라고 얘기하는 것도 지겨웠을 것이다. 소위 빡센 업무는 대개가 비정규직이었다.

 

한 지회 간부가 말했다. "비정규직이 라인에 같이 들어와 있으니까 파업이 안되요. 조합원은 라인에 몇 명 안되니까 파업해 봐야 생산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요" 큰일이란다. "다른 동종업종 사업장은 비정규직이 별로 안보이던데요?" "거기는 부서 전체를 아웃소싱해서 그래요" 맞다. 아웃소싱한 부서는 후보에게 안내를 안하기 때문에 난 알지 못했다.

 

조합원들에게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무게가 느껴졌고 비정규노동자들에게는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우린 모두 갇혀 있었다. 이 갇힘을 열어제끼는 것은 차별철폐가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임은 분명하다.

 

미친 듯 일하는 노동자, 그러나 뒷덜미엔 고용불안

 

휴게시간이 임박하면 후보인사가 어렵다며 동지들이 재촉한다. 라인과 라인사이는 뛴다. 휴게시간 20분 전, "안녕하세요" 볼트박는 동지 뒷통수에 대고 횡설수설 떠들었다. 그래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왜 저래요? 다른 후보를 지지해서 그런가요?" "아니요. 휴게시간이 다 되서 그래요. 미리 빼놓고 더 쉬려구요" 그러나 휴게시간만 그런 건 아니었다.

 

엔진조립부서가 나란히 있다. 한 라인은 농담도 하고 웃기도하고 선전물도 읽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옆의 라인은 눈 마주칠 시간도 없다. 인사하는 사람이 무안하다. "왜 분위기가 다르죠?" "지난번 피치교섭을 대의원이 다르게 해서 여기는 좀 힘들어요" "왜 다르게 했어요?" 명확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물량이 없다는 거예요" "요즘 토요일 특근이 없어요. 잔업도 점점 줄고... 조합원들이 계속 물량 건을 얘기하는데 ... 회사는 납품단가인하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지원부서들은 외주로 넘기자고 하고, 사람 줄이라고 하고..." "힘든 부서는 다 외주화되거나 자동화가 돼요. 거기 있던 사람들 전환배치를 해야 하는데 기존 부서들은 물량 나누는 것은 싫어하니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어요"

 

하루 8시간, 주 5일 노동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가 없다. 먹고 입는 것이야 어찌할 건데 아이들 학원은 보내야 한다. 잔업과 특근이 줄면 불안해 진다. IMF이후 우리 노동자들은 하루살이로 전락했다. OT를 한 대가리라도 더 하려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열심은 일자리를 줄이는 칼로 되돌아온다. 이 사이클을 무엇으로 끊어내야 하나?

 

걸어도 걸어도 끝없는 현장, 자본의 거대함이 숨막히다

 

오전 7시, 어둠이 걷히고 있다. 파도처럼 사람들이 출근하고 퇴근한다. 허리를 굽히고 목소리를 높여 지지를 호소한다. 오전 8시30분 아침식사를 했다. 잘 먹어둬야 걸을 수 있다. 오전 9시 현장으로 들어간다. 중식과 석식시간에도 인사는 이어진다. 저녁 7시 저녁을 먹고 다시 야간조 순회를 시작했다. 새벽 2시, "이제 그만하세요" 얼마나 반가운지, 그러나 내색은 안했다. "다 했나요?", "아니요. 한 3분의 1쯤 했어요"

 

쇳덩이가 주물을 거쳐 차체가 되고, 조립을 거쳐 완성차가 되었다. 거대한 시스템, 기계설비의 놀라운 재주, 거기에 노동자의 생산력이 보태져 물건이 만들어졌다. 수천 수만의 노동자를 기계처럼 움직이게 하는 이 자본의 힘,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는 공장의 거대함이 목을 죄여왔다.

 

'노동해방 세상은 어디쯤 있을까?, 아니 그건 나중 일이고 이 거대한 자본을 당장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끌고 나와야 하는데... 수많은 정보들이 재벌자본 수중에 들어가고 정보에 따라 돈이 흘러다니고, 노무과의 분석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골라 사용하겠지... 그래도 주눅들면 안돼! 악수를 해도 해도 끝없이 많은 우리 노동자들이 힘을 모으면 이 거대한 공장은 금방 녹슬어 가. 공장이 멈추면 물건도 부가가치도, 권력도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지.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행복한 세상은 우리가 뻗는 손 바로 앞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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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금속산별노조, 이주노동자 품어야 한다&quot;

"금속산별노조, 이주노동자 품어야 한다"
[기자의 눈] 잇따른 이주노동자 죽음과 산별노조의 역할
 
 
 

강원도 문막에 있는 깁스코리아라는 회사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12명의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월 평균 15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20명의 이주노동자들은 금속산업최저임금인 80∼9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깁스코리아지회 허병국 사무장은 "하청업체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폭행과 폭언이 여전한데 깁스에 와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임금도 두 배나 받고 폭언폭행이 전혀 없이 한국 노동자와 어울려 일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서 이 회사 들어갈 수 없냐는 문의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보호하는 이주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처지는 하늘과 땅이다.

한국에서 가장 '강성노조'라 일컬어지는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최근 2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건은 금속노조 내부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하고 참혹한 죽음 앞에 금속노조는 무엇을 했는지 자성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달 25일 평택의 이젠텍 공장에서 프레스에 압착해 숨진 중국유학생의 산재사망사고는 사건이 발생한 지 5일이 지난 30일 금속노조 경기지부에 알려졌고, 금속노조 본조로는 2주후인 지난 6일 문서로 보고됐다. 이젠텍 회사와 하청업체는 30일 유족을 만나 신속히 합의했고 금속노조는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금속노조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숫자도 파악 안 돼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간부들은 '작업중지권'을 발동해 기계를 멈추고 상급단체에 곧바로 보고한다. 이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책임자처벌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회사와 합의가 끝난 후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 세상에서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노총에서 가장 큰 조직인 금속산업연맹에는 250여개 회사 16만명의 노동자가 가입해있다. 이 회사에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인원이 얼마인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는 이주노동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지난 5년간 산별노조운동을 해 온 금속노조(위원장 김창한)은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노사는 지난 7월 26일 19차 중앙교섭에서 금속산업최저임금 월 832,690원(시급 3,570원)을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까지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주노동자 보호 위한 노력은 미약

이에 따라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참가하는 100여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은 9월 1일부터 월 83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005년 중앙교섭에서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나 금속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지난해에는 같은 공장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내부 규칙을 개정하기도 했고, 대전충북지부의 한 사업장에서는 산업연수생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소홀했고, 실질적인 사업들이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현재 40만명이 넘는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한국 산업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특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권리를 찾아나가지 않는다면 노예와 같은 삶은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강제추방 반대운동을 해왔던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할 때 상급단체를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문제도 풀지 못해 허덕이고 있고, 이주노동자의 투쟁을 책임질 능력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가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공장노조의 산별전환으로 금속노조가 10만명 이상으로 늘어나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산별노조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

오는 23일 드디어 14만 금속산별노조가 출범한다. 현재 14만 금속노조의 조직형식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한 공장의 모든 노동자는 같은 조직에 가입해 같이 싸워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산별노조는 대공장과 중소공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모두 같은 조합원이고 하나의 노동자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지난 해 스웨덴에 갔을 때 스웨덴에서는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았고, 도리어 더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다"며 "이주노동자들을 금속산별노조의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같이 싸우는 것이 진정한 노동자 정신"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우리 모두에 대한 부당한 대우다'(injury to one, injury to all) 남아공 노총인 코사투(COSATU)의 구호다.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금속산별노조가 품고 함께 싸우는 것이 바로 산별노조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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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08일 (수) 11:00:35 박점규 현장기자 bada99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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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통일협약 강요는 현장이 모두 죽는 꼴...&quot;

  "통일협약 강요는 현장이 모두 죽는 꼴..."
동아대의료원노조, 25일부터 조직형태변경 조합원 찬반투표
정연우 기자 adsjyw@jinbo.net
동아대의료원노조가 25일 동아대의료원 입구에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동아대학교의료원노조가 25일 조직형태변경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동아대의료원노조는 이번 투표결과에 따라 공공연맹으로의 조직전환이 가능하게 된다. 동아대의료원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수는 880여 명으로 25일 현재 50% 이상의 조합원들이 찬반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동아대의료원노조는 지난 6월 8일 열린 제5차 임시대위원대회에서 참석 대의원 만장일치로 '조직형태변경(보건의료노조 탈퇴)'를 결의한 바 있다.

 

동아대의료원노조가 적극적으로 조직전환에 나서게 된 이유는 지난 2004년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10장 2조의 문제점과 2005년 직권중재를 사실상 받아드린 중앙지도부의 지도력 부재도 문제지만, 현장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중앙집권식의 투쟁방식으로 일관하는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불만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다.

 

동아대의료원노조, 25일부터 조직형태변경 조합원 찬반투표 들어가

 

전혜정 동아대의료원노조 지도위원
이에대해 동아대의료원노조는 "보건의료노조가 중앙교섭에서 임금 등 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세세하게 다루는 것도 문제가 있는데 전 지부를 동일하게 적용, 대입시키는 통입협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중앙은 강화되는데 현장은 모두 죽는 꼴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무집행회의에서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전혜정 동아대의료원노조 지도위원은 2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들도 미래에 다가올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없다"며 "그래서 보건노조를 탈퇴하고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함께 투쟁하기 위해 찬반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혜정 지도위원은 부산 서구 암남동 고신대병원을 예로 들며 "고신대의료원의 경우 중앙이 산별교섭 중인데도 노조지부가 정년을 60세에서 54세로 낮추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30명 내에서 구조조정을 합의했다"며 이 때문에 조합원 한명이 5월경 자살했지만, 보건의료노조나 고신대의료원지부에는 아무런 입장발표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대의료원노조, "보건의료노조부산본부 관계자 조합원 분열유도하는 선전물 배포해"

 

한편 동아대의료원노조는 "보건의료노조부산지역본부 관계자들이 2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병원에 들어와 현장조합원들의 분열을 유도하는 선전물을 배포했다"며 "이들이 동아대의료원노조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2005년 부산지역본부장 선거후유증의 문제로 왜곡축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25일 동아대의료원을 방문한 이승현 보건의료노조부산본부 조직부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동아대의료원노조 집행부가 일방적인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도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해명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7일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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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의료원노조, 조직형태변경 가결

동아대의료원노조, 조직형태변경 가결

조합원 찬반투표 통해 27일 보건의료노조에서 공공연맹으로
정연우 기자 adsjyw@jinbo.net
 동아대의료원노조

보건의료노조동아대의료원지부가 27일 압도적인 찬성률을 얻어 동아대의료원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가결했다.

 

동아대의료원노조는 그동안 25일부터 3일간 조직형태변경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이날 조합원 93.9%의 높은 찬성률을 얻는데 성공했다. 조합원 찬반투표에는 총 조합원 879명 중 703명(82.6%)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660명(93.9%)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따라 동아대의료원노조는 민주노총공공연맹 소속으로 조직변경했으며, 오는 9월 1일 전국병원노조협의회의 공공보건산업노동조합(가칭) 창립대회와 동시에 공공보건산업노조에 가입할 예정이다.

 

이미 동아대의료원노조는 지난 6월 8일 열린 제5차 임시대위원대회를 통해 참석 대의원 만장일치로 '조직형태변경(보건의료노조 탈퇴)'를 결의한 바 있다.

 

간부명칭도 지부장에서 위원장으로 부지부장에서 부위원장 등으로 각각 변경되며 남은 임기는 승계된다.

 

앞서 전혜정 동아대의료원노조 지도위원은 지난 2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들도 미래에 다가올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없다”며 “보건노조를 탈퇴하고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함께 투쟁하기 위해 찬반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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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의료원노조, 조직형태변경 가결

동아대의료원노조, 조직형태변경 가결

조합원 찬반투표 통해 27일 보건의료노조에서 공공연맹으로
정연우 기자 adsjyw@jinbo.net
 동아대의료원노조

보건의료노조동아대의료원지부가 27일 압도적인 찬성률을 얻어 동아대의료원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가결했다.

 

동아대의료원노조는 그동안 25일부터 3일간 조직형태변경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이날 조합원 93.9%의 높은 찬성률을 얻는데 성공했다. 조합원 찬반투표에는 총 조합원 879명 중 703명(82.6%)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660명(93.9%)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따라 동아대의료원노조는 민주노총공공연맹 소속으로 조직변경했으며, 오는 9월 1일 전국병원노조협의회의 공공보건산업노동조합(가칭) 창립대회와 동시에 공공보건산업노조에 가입할 예정이다.

 

이미 동아대의료원노조는 지난 6월 8일 열린 제5차 임시대위원대회를 통해 참석 대의원 만장일치로 '조직형태변경(보건의료노조 탈퇴)'를 결의한 바 있다.

 

간부명칭도 지부장에서 위원장으로 부지부장에서 부위원장 등으로 각각 변경되며 남은 임기는 승계된다.

 

앞서 전혜정 동아대의료원노조 지도위원은 지난 2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들도 미래에 다가올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없다”며 “보건노조를 탈퇴하고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함께 투쟁하기 위해 찬반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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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 창립발기인대회

전국병원노조협의회, 산별노조 전환 가결
 
9월1일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 창립발기인대회
 
전국병원노조협의회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칭)공공보건산업노조로의 전환을 결의했다. 지난 18일부터 나흘 동안 8개 병원에서 진행된 조직형태 변경 투표에는 82.1%(평균)의 조합원이 참여해 85.5%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1일 제주지역 4개 병원노조가 이미 산별전환 투표를 마친 것을 감안하면, 병노협 소속 6,000여명 조합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산별노조 추진에 합의한 것이다.

오는 9월1일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가 창립발기인 대회를 열면 병·의원 등 보건산업에는 보건의료노조와 더불어 두개의 산별노조가 활약하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특히 보건산업노조의 경우 규약에 조합원의 임원 소환제, 소수노조 할당제 도입 등을 규약에 못박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사업장 벽 허물고 지역중심 산별로


병노협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산별의 모습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건강한 보건 산별”이다. 지역 중심의 산별노조를 건설하겠다는 것인데 사실 이런 조직형태는 노동계에서도 아직 낯설다. 지난 6월 산별전환을 결의한 병노협 소속 제주지역 병원노조에서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제주지역 병원노조는 서귀포 병원 등 4개. 이들은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제주지역의료노조라는 하나의 노조로 뭉쳤다. 지난 19일 제주지역의료노조라는 이름으로 창립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보건산업노조 역시 빠른 시일 안에 지역지부로 전환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병노협이 “그간 보건의료노조의 경험을 반성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업별 체계가 유지되는 반쪽짜리 산업노조가 아닌 기업을 넘어 지역을 골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미조직된 노동자의 조직화에 방점을 둔 강한 산업노조”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은 이런 성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수노조 할당제, 소환제 등 제도 도입

조직형태가 선언한 것처럼 병노협은 “보건의료노조의 한계극복”을 얘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 10장2조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탈퇴한 뒤 ‘대병원 이기주의’, ‘기업별 노조로 회귀’ 등 왜곡된 시선을 실천으로 바로잡겠다는 자존심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실제로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의 규약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동시에 노조의 관료화를 막고 소수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항을 명시한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대의원에 소수노조와 여성 몫을 할당하는 것과 대의원과 조합간부에 대한 조합원 소환제 등이다. 아울러 자주성과 민주성, 현장성을 노조활동의 기본 운영원칙으로 세웠다.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위원을 선임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병노협은 “이번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직형태 변경투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기업과 업종을 넘어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더 큰 노조로 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현정희 병노협 집행위원장
"기업 벽 허물고 지역 중심으로"
전국병원노조협의회가 산별전환에 성공한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해준 덕이다. 목이 쉴 정도로 전국을 뛰어다니며 토론도 벌이고 수십차례 간담회도 열었다고 한다. 22일 현정희 병노협 집행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 추진될 산별의 모습을 들어봤다.


- 병노협이 추진하는 산별 조직은 어떤 형태인가.
“(가칭 공공보건산업노조는) 기업단위에 묶이는 게 아니라 지역중심성을 강화할 것이다. 우선 기업단위를 해소하고 지역지부에서 조직과 교섭, 투쟁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기업별 단위가 해소된 이후에는 현장위원을 둬 간부와 대의원 역할을 함께 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위원은 단위사업장을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중추 역할을 맡을 것이다. 현장이 살아야 기존 조합주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비정규직 문제를 산별 건설을 통해 안고 가겠다고 밝혔는데.
“중소 영세 병의원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애초에 기업별 노조에서는 조직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중소병원의 경우 노조가 만들어지면 그 족족 깨져나갔다. 대형 병·의원과 달리 조합원이 적어 병원측의 탄압에 쉽게 무너지고 또 이직률도 높아 조직하기 쉽지 않다.
10년전에 (보건산업 노동자가) 40만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직종이 생기고 있어서 60~70만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조직노동자는 4만명에 불과하다.  결국 90% 이상의 노동자들이 미조직 상태이자 동시에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보건산업노조는 초점을 중소병의원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둘 것이다. 건강한 노동운동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투표결과를 보며 확신했다. 자신감도 얻었다.”


- 보건의료노조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여러 병원이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했는데 사실은 산별노조에 대해 대단히 실망했다. 노동자 간 차별이 단체협약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노조를 제명했다. 안팎에서 기업별노조 회귀네, 대병원 이기주의네 하며 이상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왜곡과 편견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겸허하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반성했다. 어쨌든 소중한 경험으로 작용했다. 탈퇴 병원들이 1년만에 건강한 산별을 세우고 빠른 시일 안에 출발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 노동조합 관료화를 지적했는데, 어떻게 바꿀 생각인가.
“산별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크게 고민한 것 중 하나가 관료화다. 100%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운동 기풍이 필요하다. 제도로만 혹은 기풍만으로는 바꿀 수 없고, 둘이 함께 가야 한다. 지도부가 관료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약에 소환제를 도입할 생각이다. 일정수 조합원, 예를 들어 조합원의 1/4이상이 소환발의 하거나 총회를 소집하면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소환대상은 지역지부 간부일 수도 있고 대의원일 수도 있다.
또 소수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도 고민했다. 큰 병원과 중소병의원의 대의원 수는 차이가 있다. 이는 큰 병원 위주의 의사결정구조로 나타났다. 이는 소수노조 할당제를 통해 해결할 생각이다. 대의원의 30%를 소수노조에 할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할당제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 이런 제도가 오히려 노조를 분란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방법을 찾을 것이다. 조합원들이 그렇게 강정적이거나 편파적이지 않다. 조합원 대중은 건강하다. 또 한두명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일정수 이상 조합원이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는 없을 것이다.
사실은 문제제기 과정에서 해결해야 한다. 소환까지 갈 정도면 이미 그 노동조합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위기에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적 운영과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 현장을 순회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큰 병원들이 (불리한 내용이 많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투표 때까지 6개월 이상 간담회를 가졌다. 대병원 이기주의나 기업 내 복지 문제에만 연연했다면 이런 투표결과는 안 나왔을 것이다. 전체 노동운동이 가야 할 길을 조합원들이 알고 있었던 셈이다. 기업단위 중심을 지역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지도부가 얘기했고 조합원이 선택했다. 현장 간부들이 열심히 했다.”


- 앞으로 과제는.
“교섭도 논란이 될 것이다. 산별교섭이라고 중앙에서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 안 된다. 불만과 요구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교섭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본다.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지부는 지역대로, 단위사업장은 단위사업장대로 교섭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할 일이다.
환자들 문제도 우리의 관심사다. 병원노동자뿐 아니라 환자들도 같은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투쟁을 할 것이다. 현재 조합원들이 의료현실을 조사하고 있다. 진료실에 환자를 2~3명씩 대기시켜 놓는 것은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환자들의 사생활과 진료권이 침해되고 동시에 노동강도도 급속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9월1일 산업노조 창립발기인 대회와 함께 병노협은 해소된다. 건강한 산업노조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조직이었다. 이제 소속노조 4곳이 남아 있는데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계희 기자  gh1216@labortoday.co.kr
     
2006-07-24 오후 8:05:34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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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의제 노동자운동, 학계로부터 듣는다② - 이상호 연구위원

2006.07.10 14:16
정치의식의 기본적 고양이 필요하다
보편의제 노동자운동, 학계로부터 듣는다② - 이상호 연구위원
강서희 기자 메일보내기
 

<프로메테우스>는 지난달 17일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분석, 시민사회적 의제와 노동자운동의 관계, 연대공동체로서 노동자운동의 방향, 보편의제 노동자운동에 대한 내용으로 제1회 프로메테우스 포럼을 개최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전국노동자회와 공동기획으로 보편의제 노동자운동에 대한 학계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6개의 공통질문과 추가질문으로 구성됐으며, 임운택 교수(계명대 사회학과), 이상호 상임연구위원(진보정치연구소), 김유선 소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해영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남구현 교수(한신대 사회복지학과)가 참여했다. - 편집자주 -

<공통질문1>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에 대한 진단은 분석 지점이나 결과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민주노조운동이 위기상황 속에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90년대 위기 논쟁과 달리 2004년 말부터 제기된 내용은 내부적인 요인에 대한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조직노동자의 의식이 아직 기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노동자 내부의 격차와 분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 현장투쟁이나 공동투쟁이 실질적인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나 언론의 공작도 존재하지만 대기업 조직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민주노조운동이 가지고 있는 구조환경적이고 객관적인 조건에서도 이해해야 하겠지만, 이는 너무 오래되어온 문제이다. 신자유주의시대 노동유연화와 구조조정의 압력이 노동운동 자체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노동운동 스스로의 주체적인 노력과 실천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이 위기 극복을 위해 일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공통질문2> 그렇다면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극복 방향은 어떠해야 하나.

△ 이상호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 프로메테우스 강서희
극복방안은 세 가지로 나눠 접근할 수 있다.
일단 모든 조직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오래된 조직일수록 관성화되고 관행에 물들어 가는 게 있다. 따라서 내부민주주의를 재구축하고 조직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의원대회로 대표되고 있는 대의기구에서 실질적인 소수자들의 권한 의사 의결권을 보장하는 방안들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첨예한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산별전환이다. 기업별 노조체계의 핵심은 종업원 의식을 재생산시키는 것이다. 노동자의식을 대체하고 상쇄시켜는 종업원 의식을 가진 기업별 노조를 넘어서 산별 전환의 조직화 과제가 중요하다. 그래서 산별전환 투표가 가능한 성사되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산업별 노조가 어떤 내용과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논의가 지체되지 않고 계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좀 고민이 되는 지점인데, 산업, 사회, 지역의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에 있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운동이 사회나 산업, 지역에 대한 개입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업별 노조체제에서 이미 굳어져버린 종업원 의식에서 지역사회나 정치적 주체, 즉 대다수의 주체로서의 의식전환이 없었고, 현장의제가 아닌 것에 대해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민주노조운동이 독자적인 산업·지역·사회 의제를 풀기 위한 교육과 논의가 중요하다. 정치의식의 기본적인 고양이 병행이 되지 않으면 그 의제는 듣기 좋은 이야기 하는 것 밖에는 안 될 것 같다.

<추가질문1> 교육을 통한 정치의식의 고양을 이야기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가.

우리의 보통 정치의식하면 대부분 정파교육으로 한정시켰지 않았나. 이런 구조는 아니고 공식적인 정치위원회 등을 통해 민주노동운동가를 위한 정치적인 공간에서의 역할이라든지 지역의제, 산업의제, 사회의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각 사업장에 고착화 되어있는 정파조직들이 동의한 공동의 모임을 만들고 논의하면서, 노동조합의 조합원 교육과 병행해야 한다.  각 의제에 대해 초기업적인 차원에서 제기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파에서 할 수 있겠지만 공동의 과정이 없이는 지금 정파구조에 땜빵 하는 식으로 될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공통질문3> ‘포괄적 사회 프로그램을 제출하는 노동자운동’이 현재 위기의 극복 방향이라는 주장에 대해 의견을 말해 달라.

노동운동이 ‘사회에 대한 포괄적 문제제기를 수행하고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다. 당위론적이 아닌 명제로서 동의한다.
그런데 문제로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부분은 공동실천, 공동투쟁의 경험들이 사실은 각 노동조합이나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집행부들이 존립근거이거나 타격이 되는 방식으로 잘못돼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괄적인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노동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개발이나 대안마련, 노동운동의 존재 이상을 인정하는 시민사회단체와의 공조도 중요하지만, 각 영역의 불신을 먼저 깨야 한다. 그거 해봤자 조직들이 깨지고 교육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적이 없었다고 보지 않나. 즉 실천 영역 속에서 실질적인 의제개발을 더 면밀하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예를 들면, 이것은 이미 명제화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세밀한 접근들이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정규직 노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지역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뭐냐, 이런 세부적인 고민들이 있어야 한다.

<추가질문2>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독일을 예로 들면, 한 기업에서의 불법적인 비정규직 채용 등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지역 내 노동조합간의 협의망을 구축해 채용 과정 속에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처럼 노동조합 스스로가 감시 장치를 만들어 내거나, 여러 측면에 있는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한 시간 노동 임금에 대해서 기부한다거나, 제3세계에 나가있는 생산입지에서 교육시설, 사회 인프라 조성에 노동조합이 직접적으로 참가해 기업에 압력을 가한다든지 이런 것들도 항목이 될 수 있겠다.

<공통질문4> ‘포괄적 사회프로그램을 가지는 노동자운동은 노동자운동을 통해 시민사회와 노동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민사회와 노동사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와 노동사회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시민사회와 노동사회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시민사회 영역과 노동사회 영역이 중첩되어 있는데, 기존의 민주노조운동은 중첩된 부분에서 중심이 뭐냐에 대한 논리를 따지면서 시민사회 영역에 대한 의제를 소홀해 왔고 이를 부차적인 것으로 봤던 것은 사실이다. 노동운동이 시민사회 의제를 설정해내고 노동운동의 기존 의제들하고 결합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가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좁혀서 이야기한다면 노동조합에서 대의원대회를 하면 연맹이라든가 숫자, 규모에 따라 다 나누어 버린다. 사실은 직업훈련생 같은 청년부분,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등 소수계층 이해방식이 조직논리상 무거운 주제로 다가온다. 이것은 제도로서 보완할 수밖에 없다. 시민운동에 대해 노동운동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고립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부적으로 이 지점을 더 치중하고 중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어야 된다. 이것은 내부에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스스로 실천이다. 실천을 보이지 않는 한 노동운동이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하나의 쇼맨십에 불과하지 않을까한다.

<추가질문3> 노동사회와 시민사회가 중첩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두 사회간의 연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공통질문6> 노동자는 노동자이면서 시민이기도 하다는 전제에 노동조합운동이 환경, 여성, 평화, 소수자 등 시민사회운동의 영역에 개입해야 하며, 노동자운동일 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이기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첩되어 있는 건 맞는데, 제 경우에 볼 때 민주노조운동에 조합원들은 당이건 당 외곽에서 활동하건 대부분 조합원이라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고민하는 거 같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당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면 조합활동의 연장선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계속되는 한, 노동사회란 기업별 공장에 있는 공장중심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부터 넘어서야 된다.
정치적인 의식에 대한 논의, 지속적인 자기반성과 비판 없이 시민사회 의제를 가지고 개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역효과나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정책적 영역을 지역사회 문제에서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단순하게 지역사회에 욕을 듣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 면에서 단위 노조가 실질적으로 조합원이 각 지역단체 등에 참여해 그 속에서 조합활동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게 한 뒤 스스로 설득하는 과정들이 되어야만 자신의 문제로 알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니겠나. 단지 시민사회 영역도 중요하지만 못했기 때문에 해야 된다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판단인 것 같다.

<공통질문5> 사회안정망이 취약하지만 국가와 기업이 사회적 비용을 분담할 의사가 전혀 없고 정규직 노동자의 고임금에만 문제를 돌리고 있는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먼저 독자적으로 조합 안과 밖을 향한 연대공동체운동, 나눔운동을 추진하여 국가와 기업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눔운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조합 내에서 종업원 의식을 넘어설 수 있는 정치의식을 발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회 공공과 같은 자전적 행위로 환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전적 행위는 결국 좀 더 나은 상태를 나눠주는 것이라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동일한 존재이며, 동일한 존재로서 똑같이 할 수 있는 것을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기업이 이야기하는 방식처럼 나누거나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좁혀 보면 민주노조운동에 가장 큰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 내 격차에 문제인데, 내부 분열이나 분화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조직 노동자들의 사회연대성이란 차원에서의 활동이나 기금조성을 제기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기금문제에 있어 연대기금의 형식으로 가자고 이야기 하는데 맞다. 그게 하나의 중요한 적립기금이고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연대기금이란 형식으로 해서 외부로 돌리는 것은 참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기업등록의 규모나 아니면 적립기금의 양에 따라서 1~5% 등 부분적이고 단계별로 쓰는 방도를 좀 넓히자.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등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정책기금, 내부 조직전환과 관련된 조직기금, 연대기금으로 분화를 시킨다면 설득하기가 좀 낫을 것이다.

나눔운동까지는 자선이 되겠지만 공동체운동은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므로 중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맞다. 특히 지역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굉장히 큰 대기업 같은 경우에 조직노동자들로 구성된 민주노동운동 진영이 공동체운동을 발굴해내고 주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연대공동체운동, 나눔운동을 통해 기업과 국가를 압박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대안이 조원단위에서 운영될 수 있는 걸 확인하고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목표나 경로를 갈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면 된다. 내부적으로는 스스로의 독립성이라는 조직화 부분이 있겠지만 결국 외부적으로는 노동자가 사회에 특정한 유익한 사회활동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어야 된다. 쉽고 실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 확인 가능한 방법이 지역사회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 만이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자기문제하고 가장 연관될 수 있는 일은 지역사회에서의 이해당사자들 간의 교육과 중첩된 의제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산업별 의제라는 큰 이야기를 이야기 하는데 그럴 수도 있다. 그건 총연맹 차원이라고 한다면 대공장에서 다시 한 번 산별 연대 싸움이라도 대공장에 남아 있을 거고 대공장에 있는 조직노동자들의 역할은 바로 그런 개념일 수 있다.

<추가질문4> 노동조합이 국가정책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동조합 고유의 중요한 문제로 고용문제를 볼 수 있는데, 환경친화적이고 미래지속가능한 고용창출을 핵심으로 국가의 산업정책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이야기는 추상적이다. 고용창출에 있어 여러 가지 단어를 구사해 지속가능성이라든지 환경친화적, 생태지향적, 또 노동친화적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것은 어떤 단계가 있다. 그 단계에서 국가 단위에 대한 문제보다는 차라리 산별노조가 현실적으로 산업별 노조의 전환과 동시에 산업에 대한 의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환경친화적이고 미래지속가능한 고용창출이) 상징적이거나 선정적인 이야기였지 연관되어있는 프레임을 짜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과연 그게 진짜 사회적 의제로 적극적인 쟁점을 만들 수 있을지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총연맹이 고민했던 과제라고 한다면 산별노조 차원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기업별 체제이면서 사실은 대국가나 대자본가의 여러 가지 협상의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총연맹이라는 점이다. 연맹은 떠있는 조직이었다. 산별노조 전환을 했다고 한다면 연맹들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총연맹이 자기 위상이나 처해있는 조건에 맞지 않게 과도한 역할을 맡아 과부화되어 책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것을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산업별의 집중점을 강화되는 방식으로 총연맹이 지원해주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산별노조가 더 튼튼하게 된 상태에서 중심을 갖고 그런 것을 이야기했을 때 실제적이 파워를 나타나는 거지 중간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계속적으로 제기됐을 때는 결국 불신을 받을 뿐이다. 불신과 회의가 반복될 때에는 이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산별노조 체계에서는 총연맹은 산하 조직의 지원시스템으로 가야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추가질문5> 산별노조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산별전환이 되어도 과제는 여전히 남는 것이 아니겠나.

투표 방식에서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밑에서부터 논의가 얼마만큼 됐으며 과정상의 불안정성이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인정하긴 하지만, 밑에서의 과잉화된 자원들, 위에서의 과부화된 역할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교섭방식하고 조직방식이 사실은 잘 어울려 있으면 좋은데 지금 상황에서 조직은 좀 크게 가고 교섭은 조금 분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별 조직 전환하는 조직투표는 여러 가지 많이 있다 하더라도 한 조직으로 묶는다는 의미에서 51% 이상은 좋은 것이다. 일단 조직적으로 묶이는 거 자체는 동의하고, 그 내부의 규정, 규약을 어떻게 짜느냐는 또 다른 치열한 논쟁이 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섭은 인정하다 보니까 지부, 지역, 기업, 레벨도 정하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왜냐면 같은 공장에 있는 지부의 조직이 아니라 소속이 지부라는 것 때문이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환을 생각해보면,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같은 공장에 일하는데도 소속이 딴 곳이라는 이유로 못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 내용이 자기들의 산별조직의 딜레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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