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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산별노조, 이주노동자 품어야 한다"

"금속산별노조, 이주노동자 품어야 한다"
[기자의 눈] 잇따른 이주노동자 죽음과 산별노조의 역할
 
 
 

강원도 문막에 있는 깁스코리아라는 회사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12명의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월 평균 15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20명의 이주노동자들은 금속산업최저임금인 80∼9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깁스코리아지회 허병국 사무장은 "하청업체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폭행과 폭언이 여전한데 깁스에 와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임금도 두 배나 받고 폭언폭행이 전혀 없이 한국 노동자와 어울려 일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서 이 회사 들어갈 수 없냐는 문의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보호하는 이주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처지는 하늘과 땅이다.

한국에서 가장 '강성노조'라 일컬어지는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최근 2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건은 금속노조 내부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하고 참혹한 죽음 앞에 금속노조는 무엇을 했는지 자성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달 25일 평택의 이젠텍 공장에서 프레스에 압착해 숨진 중국유학생의 산재사망사고는 사건이 발생한 지 5일이 지난 30일 금속노조 경기지부에 알려졌고, 금속노조 본조로는 2주후인 지난 6일 문서로 보고됐다. 이젠텍 회사와 하청업체는 30일 유족을 만나 신속히 합의했고 금속노조는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금속노조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숫자도 파악 안 돼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간부들은 '작업중지권'을 발동해 기계를 멈추고 상급단체에 곧바로 보고한다. 이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책임자처벌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회사와 합의가 끝난 후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 세상에서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노총에서 가장 큰 조직인 금속산업연맹에는 250여개 회사 16만명의 노동자가 가입해있다. 이 회사에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인원이 얼마인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는 이주노동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지난 5년간 산별노조운동을 해 온 금속노조(위원장 김창한)은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노사는 지난 7월 26일 19차 중앙교섭에서 금속산업최저임금 월 832,690원(시급 3,570원)을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까지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주노동자 보호 위한 노력은 미약

이에 따라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참가하는 100여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은 9월 1일부터 월 83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005년 중앙교섭에서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나 금속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지난해에는 같은 공장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내부 규칙을 개정하기도 했고, 대전충북지부의 한 사업장에서는 산업연수생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소홀했고, 실질적인 사업들이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현재 40만명이 넘는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한국 산업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특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권리를 찾아나가지 않는다면 노예와 같은 삶은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강제추방 반대운동을 해왔던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할 때 상급단체를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문제도 풀지 못해 허덕이고 있고, 이주노동자의 투쟁을 책임질 능력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가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공장노조의 산별전환으로 금속노조가 10만명 이상으로 늘어나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산별노조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

오는 23일 드디어 14만 금속산별노조가 출범한다. 현재 14만 금속노조의 조직형식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한 공장의 모든 노동자는 같은 조직에 가입해 같이 싸워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산별노조는 대공장과 중소공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모두 같은 조합원이고 하나의 노동자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지난 해 스웨덴에 갔을 때 스웨덴에서는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았고, 도리어 더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다"며 "이주노동자들을 금속산별노조의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같이 싸우는 것이 진정한 노동자 정신"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우리 모두에 대한 부당한 대우다'(injury to one, injury to all) 남아공 노총인 코사투(COSATU)의 구호다.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금속산별노조가 품고 함께 싸우는 것이 바로 산별노조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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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08일 (수) 11:00:35 박점규 현장기자 bada99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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