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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 창립발기인대회

전국병원노조협의회, 산별노조 전환 가결
 
9월1일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 창립발기인대회
 
전국병원노조협의회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칭)공공보건산업노조로의 전환을 결의했다. 지난 18일부터 나흘 동안 8개 병원에서 진행된 조직형태 변경 투표에는 82.1%(평균)의 조합원이 참여해 85.5%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1일 제주지역 4개 병원노조가 이미 산별전환 투표를 마친 것을 감안하면, 병노협 소속 6,000여명 조합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산별노조 추진에 합의한 것이다.

오는 9월1일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가 창립발기인 대회를 열면 병·의원 등 보건산업에는 보건의료노조와 더불어 두개의 산별노조가 활약하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특히 보건산업노조의 경우 규약에 조합원의 임원 소환제, 소수노조 할당제 도입 등을 규약에 못박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사업장 벽 허물고 지역중심 산별로


병노협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산별의 모습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건강한 보건 산별”이다. 지역 중심의 산별노조를 건설하겠다는 것인데 사실 이런 조직형태는 노동계에서도 아직 낯설다. 지난 6월 산별전환을 결의한 병노협 소속 제주지역 병원노조에서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제주지역 병원노조는 서귀포 병원 등 4개. 이들은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제주지역의료노조라는 하나의 노조로 뭉쳤다. 지난 19일 제주지역의료노조라는 이름으로 창립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보건산업노조 역시 빠른 시일 안에 지역지부로 전환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병노협이 “그간 보건의료노조의 경험을 반성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업별 체계가 유지되는 반쪽짜리 산업노조가 아닌 기업을 넘어 지역을 골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미조직된 노동자의 조직화에 방점을 둔 강한 산업노조”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은 이런 성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수노조 할당제, 소환제 등 제도 도입

조직형태가 선언한 것처럼 병노협은 “보건의료노조의 한계극복”을 얘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 10장2조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탈퇴한 뒤 ‘대병원 이기주의’, ‘기업별 노조로 회귀’ 등 왜곡된 시선을 실천으로 바로잡겠다는 자존심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실제로 공공보건산업노조(가칭)의 규약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동시에 노조의 관료화를 막고 소수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항을 명시한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대의원에 소수노조와 여성 몫을 할당하는 것과 대의원과 조합간부에 대한 조합원 소환제 등이다. 아울러 자주성과 민주성, 현장성을 노조활동의 기본 운영원칙으로 세웠다.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위원을 선임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병노협은 “이번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직형태 변경투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기업과 업종을 넘어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더 큰 노조로 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현정희 병노협 집행위원장
"기업 벽 허물고 지역 중심으로"
전국병원노조협의회가 산별전환에 성공한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해준 덕이다. 목이 쉴 정도로 전국을 뛰어다니며 토론도 벌이고 수십차례 간담회도 열었다고 한다. 22일 현정희 병노협 집행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 추진될 산별의 모습을 들어봤다.


- 병노협이 추진하는 산별 조직은 어떤 형태인가.
“(가칭 공공보건산업노조는) 기업단위에 묶이는 게 아니라 지역중심성을 강화할 것이다. 우선 기업단위를 해소하고 지역지부에서 조직과 교섭, 투쟁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기업별 단위가 해소된 이후에는 현장위원을 둬 간부와 대의원 역할을 함께 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위원은 단위사업장을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중추 역할을 맡을 것이다. 현장이 살아야 기존 조합주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비정규직 문제를 산별 건설을 통해 안고 가겠다고 밝혔는데.
“중소 영세 병의원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애초에 기업별 노조에서는 조직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중소병원의 경우 노조가 만들어지면 그 족족 깨져나갔다. 대형 병·의원과 달리 조합원이 적어 병원측의 탄압에 쉽게 무너지고 또 이직률도 높아 조직하기 쉽지 않다.
10년전에 (보건산업 노동자가) 40만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직종이 생기고 있어서 60~70만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조직노동자는 4만명에 불과하다.  결국 90% 이상의 노동자들이 미조직 상태이자 동시에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보건산업노조는 초점을 중소병의원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둘 것이다. 건강한 노동운동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투표결과를 보며 확신했다. 자신감도 얻었다.”


- 보건의료노조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여러 병원이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했는데 사실은 산별노조에 대해 대단히 실망했다. 노동자 간 차별이 단체협약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노조를 제명했다. 안팎에서 기업별노조 회귀네, 대병원 이기주의네 하며 이상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왜곡과 편견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겸허하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반성했다. 어쨌든 소중한 경험으로 작용했다. 탈퇴 병원들이 1년만에 건강한 산별을 세우고 빠른 시일 안에 출발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 노동조합 관료화를 지적했는데, 어떻게 바꿀 생각인가.
“산별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크게 고민한 것 중 하나가 관료화다. 100%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운동 기풍이 필요하다. 제도로만 혹은 기풍만으로는 바꿀 수 없고, 둘이 함께 가야 한다. 지도부가 관료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약에 소환제를 도입할 생각이다. 일정수 조합원, 예를 들어 조합원의 1/4이상이 소환발의 하거나 총회를 소집하면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소환대상은 지역지부 간부일 수도 있고 대의원일 수도 있다.
또 소수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도 고민했다. 큰 병원과 중소병의원의 대의원 수는 차이가 있다. 이는 큰 병원 위주의 의사결정구조로 나타났다. 이는 소수노조 할당제를 통해 해결할 생각이다. 대의원의 30%를 소수노조에 할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할당제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 이런 제도가 오히려 노조를 분란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방법을 찾을 것이다. 조합원들이 그렇게 강정적이거나 편파적이지 않다. 조합원 대중은 건강하다. 또 한두명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일정수 이상 조합원이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는 없을 것이다.
사실은 문제제기 과정에서 해결해야 한다. 소환까지 갈 정도면 이미 그 노동조합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위기에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적 운영과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 현장을 순회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큰 병원들이 (불리한 내용이 많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투표 때까지 6개월 이상 간담회를 가졌다. 대병원 이기주의나 기업 내 복지 문제에만 연연했다면 이런 투표결과는 안 나왔을 것이다. 전체 노동운동이 가야 할 길을 조합원들이 알고 있었던 셈이다. 기업단위 중심을 지역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지도부가 얘기했고 조합원이 선택했다. 현장 간부들이 열심히 했다.”


- 앞으로 과제는.
“교섭도 논란이 될 것이다. 산별교섭이라고 중앙에서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 안 된다. 불만과 요구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교섭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본다.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지부는 지역대로, 단위사업장은 단위사업장대로 교섭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할 일이다.
환자들 문제도 우리의 관심사다. 병원노동자뿐 아니라 환자들도 같은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투쟁을 할 것이다. 현재 조합원들이 의료현실을 조사하고 있다. 진료실에 환자를 2~3명씩 대기시켜 놓는 것은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환자들의 사생활과 진료권이 침해되고 동시에 노동강도도 급속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9월1일 산업노조 창립발기인 대회와 함께 병노협은 해소된다. 건강한 산업노조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조직이었다. 이제 소속노조 4곳이 남아 있는데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계희 기자  gh1216@labortoday.co.kr
     
2006-07-24 오후 8:05:34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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