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서울대....

from 단순한 삶!!! 2005/01/12 13:17

1. 동명이가 흥사단이 주최한 '국토대행진'(?) 인가 하는 프로그램에 일주일간 갔다 왔다. 여름에 춘천서 홍천까지 걷는데 갔다 오더니 겨울에는 진도에서 여러곳을 돌아 다니면서 역사와 문화를 보고 배웠단다.

"아빠, 강남은 땅값이 비싸?"

"응, 꽤 비싸지..."

"아파트값도 일산 보다 비싸?"

"응, 훨 비싸지..."

"분당은 어떤데?"

"분당도 일산 보다 비싸지... 근데 그건 왜?"

"이번 순례에 강남에서 사는 애가 하나 왔는데, 선생님들이 그애를 서로 자기 조에 넣겠다고 하거나, 그애한테 잘보여야겠다고 하길래 왜그러나 했더니... 아파트가 비싸고...돈이 많고...어쩌고...해서"(선생들은 흥사단 대학생들이 맡은모양이다.)

"허거....그래서? 걔가 너네 조였어?"

"아니, 우리 조 아닌데.... 도대체 강남애는 어떤가 해서 그애를 한번 봤는데, 허접스럽더구먼...."

"............"

 

2. 역사와 산에서 가야산엘 갔다. 내려오는 도중에 너무 추우니까 한 친구가 개스버너를 켜서 물을 끓이고 오뎅이라도 데워서 따듯한 국물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추운날씨에 개스는 당연히 잘 안나오고 불은 불같지 않아서 물을 끓이기가 쉽지 않다.  이 친구는 애들을 둘을 데리고 왔는데, 애들은 물론이고 주위에 몇 명이서 둘러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가면서 불이 제대로 붙고 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개스통이 차가워서 잘 안되니까 그 친구는 지포라이터로 계속 개스통을 달구고 있었고, 조금 지나자 불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도 쉴새 없이 옆에서 응원을 보내고 있던 그 친구의 딸(중학생 쯤 되어 보였다)이 하는 말이,,,

"역시 우리 아빠는 서울대 나와서 개스불도 잘 살리네!."

"................"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강남'과 '서울대'는 이미 이토록 깊이 애들한테까지 깊이 스며들었고, 그 세습은 끝없이 이어져 가고 있다. 어른이라는게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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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2 13:17 2005/01/1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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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불면 2005/01/12 14: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슴이 많이 아프고, 슬픕니다.

    서울대의 명칭을 바꾸어 지방으로 이전하면 강남 땅값과 집 값이 비쌀 이유가 있을까요?

  2. kanjang_gongjang 2005/01/12 18: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서울대가 아니라 사립명문이라 자칭하던 고등학교들을 죄다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날리던 고등학교 다 강남으로 몰리지 않았습니다.(양정-목동으로 이전, 휘문/배재/경기/서울/중동(등) 들이라 지칭하던 사립명문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죄다 옮기면서 8학군을 조장하지 않았습니까?)
    학교를 옮기면 자연스럽게 학부용은 따라갑니다. 분산시켜 보내면 지역균등발전 저절로 되지 않을까요..
    서울대보다 명문 사립들의 이전이 시급.... 그럼 맹모삼천지교가 되지 않을까요.(대학입학하였다고 읍내 걸린 플래카드가 어색하였던 기억이 가물가물...씁쓸)

  3. 삐딱 2005/01/12 23: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서울대 아빠가 잘 못 가르친게 아닐까요? 그런걸로 믿고 싶네요.

  4. NeoScrum 2005/01/12 23: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딸 아이 얼굴을 보면 혁명이 아니라 재벌이 되고 싶다던 친구 얼굴이 계속 생각나네요. 쩝쩝.. 저는 어쩌지요?. 고졸 밖에 안 되지, 돈도 없지, 앞으로도 그다지 부자가 될 것 같지는 않지. 큰일이구만요. 그러고보니 아직 결혼도 안 했네요. 그건 다행이라고 해야될지.. 흐..

  5. 조커 2005/01/13 05: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뜬금없지만...
    가스통을 라이터로 직접 가열하는 건 위험해요..
    그냥 찬물만 부어도 된답니다. ^^;;;;

  6. hi 2005/01/13 05: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오/ 아직 안떠난겨??? 버어어어얼써 갔는줄 알았쥐... ^^;;;
    산오리/ 무서운 얘기네요... ㅜㅜ

  7. NeoScrum 2005/01/13 12: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hi/ 그렇게 미웠던겨? 보내버리고 싶었는갑네. 헐헐헐..

  8. 전김 2005/01/13 13: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슴이 아프네요.

  9. babo 2005/01/14 22: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냥 막 때려주고 싶어...양반, 노예제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인간들 싹 쓸어 버려서 태평양 한가운데에 매장시켜 버려야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