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이나 설 명절에 집안 어른들과 차례를 지내고 음복자리에서

정치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올해는 그나마 토론에 열중하실 어르신들 가운데 두 분이 불참하시는 바람에

제대로 된 토론은 없었고, 아버지가 한마디 물어 보신게 전부였다.

"요즘 홍준표가 괜찮다는 소문이 많던데,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요, 별 생각 없는데요...."

 

어릴 적에 집안의 서랍에 뭘 찾으려고 뒤지다 보면

민주공화당 당원증이란게 나왔다.

당원증 위인지 아래에는 황소 한마리가 그려져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는 그 젊은 나이에도 공화당 당원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당원으로 가입하셨는지, 당활동은 어떻게 하셨는지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가끔 무슨 행사에 갔다오시면 수건이라도 하나 받아 오시고 했던 거 같다.

박정희 시대의 공화당 당원이라고 하면 어디 가서 조금 먹어(?) 줬는지는 모를 일이다.

 

아버지나 친척어르신들의 박근혜 칭찬은 입이 마를 지경이다.

박근혜만 그랬으랴, 박정희부터 김성곤, 전두환에 노태우까지...

근데, 이건 무슨 생각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지역감정일 뿐이었던거 같다.

노태우도 우리 동네 사람이고, 박근혜도 그렇고...

 

그래도 자식이 노동조합 활동도 한다고 하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하니까, 몇년 전부터는 선거때가 되면 물어보시곤 하셨다.

"야 누굴 찍어야 되냐?"

"그냥 3번(이 맞나? 민주노동당 시절에)이 있으면 찍으시죠"

선거가 끝나고 나면 "나하고 너희 엄마하고는 3번 찍었다."

이렇게 확인까지 해 주셨다. 찍었는지 안찍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암튼 자식이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그놈이 그놈이니까 민주노동당을 찍어야 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으니까, 말이라도 약간의 성의(?)는 보여주셨는지 모를 일이다.

 

공화당에서 민정당으로 그리고 한나라당으로 바뀌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그 당에 대한 사랑과

박근혜에 대한 애정이 넘쳐 흐르는 건 분명한 듯하다.

자식한테 직접 자랑하지 않지만, 은근히 박근혜 빼면 할 사람도 없지 않냐느니,

또 홍준표가 괜찮은 사람 아니냐고 물어 본 걸 보면...

다른 자리에 가시면 물고기가 물 만난듯이 한나라당 자랑이 넘쳐 날거 같다.

 

2) 노동조합에 어찌 발을 들여 놓는 바람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내는 무능력한 남편의 문제를 노동조합 활동 때문이라고 몰아 붙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 왔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97년 권영길 대선부터 정치활동에 쫓아다니기 시작했고,

민주노동당을 거치고, 진보신당까지 당원으로 살아 왔다.

 

요즈음 당 게시판에 자주 들어오는 걸 보면 당에 대한 관심이 나도 모르게 크다는 걸 알았다.

사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얘기할때 나는 지역에서 통합에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전국위원에 출마했는데, 통합에 찬성하는 후보에게 져서 그나마 가지려던 관심도 끊었다.

그래서 당 대의원 대회가 열린다고 할 때면 '제발 통합으로 가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면, 나는 다시 민주노동당으로 가고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이참에 그냥 '당원은 그만두자'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지,,,,, 왜 통합안이 부결되고 말았는지 알 수 가 없다.

나는 대의원도 아니지만,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모양이구나.

 

지역에서 당협 노동위원장이라도 맡아라 해서 그러겠다고 했고, 집행부 회의때는

지난 선거 부채 갚기 위해 다시 특별당비를 거둬야 한다고 했고,

얼마씩 강제할당(?)이 떨어졌다.

통합되서 가버릴거라면 돈 안낼 거니까,

결과 보자고 얘기했고, 통합이 부결되었다고 해서 며칠 전에 약속했던 돈을 보냈다.

근데, 아직도 통합연대니 뭐니 하면서 통합 얘기가 다시 나오는 걸 보면서,

'아! 돈을 너무 일찍 보내 버렸나?...' 하면서 후회를 했는데, 돈은 이미 가버렸고,...

 

뭔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주절 거리고 있는지..

암튼 아버지는 아직도 한나라당과 박근혜를 칭찬하고 계신다.

어디를 가든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열심히 선전을 하고 계시는 거다.

근데, 나는

한 때 민주노동당 시절에 주변에 온갖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 해 가면서 민주노동당이

잘 되야 한다고 했고, 그나마 진보신당으로 갈라져 나올때 까지만 해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진보신당 당원이 되야 한다고 억지로 끌고 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어딜 가도 당 얘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 친구들이 물어보기도 하지만, 별로 대답할게 없다.

 

여전히 민주노동당으로 되돌아가고픈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진보신당 당원으로 남아 있게라도 해 주면 안될까요?

그래도 내가 당원으로 있는 이 당이 코딱지 만한 '진보'를 지키고 있다고

말할수 있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