懷疑스런 會議

from 단순한 삶!!! 2005/03/24 08:30
어제 지역위원회 운영위원회는 저녁 8시에 시작해서
밤 12시 반이 가까워서야 끝이 났다.
나도 한 10분쯤 늦게 갔는데, 이미 회의가 진행중이었으니까 제시간 맞춰서 시작된 듯하다. 회의가 계속되는 동안데 나보다도 늦게 온 운영위원 몇사람이 더 왔고, 결국은 모든 운영위원이 참석했다.
그리고 또 10시가 넘어서면서부터는 한두 명이 이런 저런 일로 먼저 가기도 했지만, 회의는 끝까지 진지하게 이어졌다.



뭐 개인적이고 선천적인 장애(?)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회의가 두시간을 넘어가면 그다음에는 무슨얘기를 하는지 사실상 관심이 없다. 없는게 아니라 아예 내 체력의 정신력의 한계를 넘어서 남의 얘기로 들릴 뿐이다. 얘기 자체가 안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졸거나 딴짓을 하거나 온갖 몸짓으로 시간 보내기에 혈안이 되곤한다. 그냥 잠들어서 많은 시간이 가버리면 편하겠지만, 그 불편한 의자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수 있으랴? 어제저녁에도 10시가 넘고 11시가 넘자 허리가 아파서 앉아 있는 거 자체가 고통일뿐이었다.

집에 가자마자 세수도 안하고 드러누웠는데, 웬일인지 내 스스로에게 화가 엄청 났다. 왜 부위원장 하라 그럴때 ' 그 짧은 눈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맘 약하게, 순진하고 멍청스럽게' 그걸 하겠다고 했는지, 스스로에게 정말 화가 났다. 그래서 누우면 잠드는데, 한 30분은 잠들지 못하고, 내 스스로에게 어떻게 분풀이를 할까 고민하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소진로 걷기를 하고 평상시처럼 출근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멍청함과 분함이 풀리지 않는다.

"에이, 멍청한 산오리야! 어이구, 바보 멍텅구리 같은 놈아!"

내 잘못이고, 내 멍청함이지만, 그 분풀이 할 곳이 마땅치 않고,
또 앞으로도 어디론가 탈출할 곳이 보이지 않고,
그래서 앞으로2년동안 그 고문을 고스란히 당하고 앉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암담하고, 처참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간이란게 자신의 잘못이기는 하더라도, 이렇게 답답하면
또 남 탓도 좀 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회의를 4시간 넘게 했는데, 가만히 되돌아 보면
그 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다시 처음부터 되돌아가서 많은 문제점
지적과 함께 얘기를 했고,(불가피하게 빠질수 밖에 없었지)
또 지적을 하거나 고치라고 하는 내용들이
하나하나 틀린 것들이 없지만은 또 그것 고치지않고 그냥 냅둔다 해서
사업이 달라지거나 틀어질 것도 별로 없는...
그러니까 얘기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 더 많았던 거 같다.
누구의 얘기대로 해도 내용상으로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

국민의 세금 먹고 사는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에는 아직도 회의가 많이
그리고, 하나의 회의만 해도 길게 늘어지게 한다.
그래도 그들은 업무시간 이외에 회의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의는 근무시간을 때우는 도구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고 느낀다.

노동조합도 별로 다르지 않다.
어차피 근무시간에 많은 회의가 잡혀 있고,
별다른 투쟁 없으면 내내 각급단계의 회의만 수두룩하게 벌인다.
그리고 근무시간이 끝나고서도 계속되기도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토론해야 할 것들이라면 1박2일로 수련회를 잡아서 토론한다.
그러니 노동조합에서 회의를 오래 해도 별로 나쁠 것은 없는듯하다.
시간도 보내고, 또 밖에서 싸우지 못하는 일들을 회의로써 열심히 안에서 싸우기도하고..

당은, 더구나 지역위원회는 좀 다르다.
전임자라는 동지들도 낮에 여기저기 쫓아 다니고, 모자라는 곳에 땜질하고 다녀야한다.
그기다 맨날 밤늦게까지 붙잡아서 회의하는 것은,
나머지 비상근자들을 위해서 할수 없이 밤에 하는 것이다.
비상근자들 역시 낮에 자신들의 '밥공장'에서 몸 팔다가 와서는 가욋일을,
지겨운 회의를 하는 것이니 당당히 할 말이야 많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이 밤에 회의로 풀어야 할 일은 아닌듯 하다.

요즘의 기업들이 회의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잠시 차한잔 마시면서 서서 한단다.
회의가 길어지는게 결코 효율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사람을 미워하게 만들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업의 문화가 따라가야 할 문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그 많은 회의를 통해서 진정 무엇을 얼마나 얻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눈빛만 봐도 그 뜻을 알수 있고,
몸짓만 봐도 그 행동을 알수 있는
그런 믿음으로 동지들과 함께 할수 있을때
진보정당도 발전해 가지 않을까?
모든걸 의심하고, 토론해야 하고,
내 뜻을 관철시켜야 하고
그 속에서 무슨 자발적인 활동이 나올 것인가?
어제 많은 사업계획 속에서 활동할 인자들을 많이 발굴하고,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고, 서로 똑 같은 얘기를 가지고 한참 실갱이하면서
무려 4시간 다섯시간을 회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반적인 당원들이, 과연 마음에 든다면서 '활동인자'로 나서서 활동하고 싶을까?
두번 다시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멍청한 나는
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天刑을 앞으로 2년동안 어떻게 견디어 낼 것인가?
날씨는 따뜻해지고,
봄도 가슴으로 밀려드는데,
왜 이렇게 화가 밀려드는지....

이 화를 어떻게 하면 다스릴수 있을라나...
이렇게 화를 삼키면서,(내스스로 다스리지도 못하면서)
會議에 계속 참가해서 懷疑만 내뱉고 있을 것인지...

 

*지역위원회 게시판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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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4 08:30 2005/03/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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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회의'

    Tracked from 2005/03/24 10:21  delete

    * 이 글은 산오리님의 [懷疑스런 會議] 에 쬐금 관련된 글입니다. 산들어린이집에서의 마지막 총회에 대한 기억. 이사회에서 제출한 안건에 대하여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정확하게 옮길 수

  1. tree 2005/03/24 09: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회의가 길어지는게 결코 효율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사람을 미워하게 만들게 한다-에 한표..
    나무도 자주 느끼는 거에요^^;; 수련회 잘갔다올께요~~!!

  2. hi 2005/03/24 13: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정말 회의가 오래 되어야할 때는 발언조차 못하게 하는 회의들을 하면서... 아무튼 참 회의주의자들의 미래가 암담하긴 합니다. *^^*

  3. 정양 2005/03/24 18: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
    공감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해지는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