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우리 지부 창립기념일이라 휴무...

평일날 집에서 혼자 빈둥거릴까 생각하니, 좀 아쉬운거 같아서, 홍성에 전화..

별로 할 일 없지만, 일할 거리 만들어줄테니까 오란다.

마침 다리 아프다고 집에서 쉬고 있는 꿀단지 한친구 태워서 27일밤에 출발....,

28일 새벽 5시 반쯤에 일하러 나가는 지역주민을 보고선

나야 그렇게 까지 무리할 거 없다 싶어서 그냥 좀 더 개기다가.

7시쯤에 돌아온 그와 함께 일할 집에 가서 아침밥 얻어 먹고

본격적인 오전 일을 시작한 건 8시쯤...

 

비닐하우스 안에 쌓아둔 모판에서 싹이 튼 걸 덜어내서 그 옆의 마른논에 옮기는 작업.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 때문에 푹푹찌는 찜질방도 저리가라 할만큼 더워서 금새 옺은 후즐그레하게 젖었고, 모판은 들어내도 들어내도 줄어들지 않고...

 

10반쯤에 참으로 빵과 과일을 먹고, 다시 시작...

모판 2-3개 들어서 작은 손수레에 실어서 옮기고, 다시 내려놓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게 일의 전부이니, 허리가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동네 노인네들이 4-5명 합세해서 사람수가 늘어나니 일은 팍팍줄기 시작했다.

2천개는 넘을듯한 모판을 모조리 옮기고 그걸 부직포 덮어서 논에 물대는 것까지 하고 나니 1시.

점심 먹는데, 밥맛이 없다. 더위도 먹고 허리가 내 허리 같지 않아서 아무생각이 없다.

 

오후는 좀 쉰다고 다른 친구네 가서 좀 자다가  쉬다가 밤 늦게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허리둘레 전체에 알이 배긴거 처럼 뻣뻣하다. 앞으로 숙이거나 의자에 앉을때도 허리가 아파서 신음소리가 나온다.

운전을 해서 그런지 오른쪽 허벅지도 알이 배겼다.

농사일인지, 노가다인지 겨우 한나절하고서는 이모양인 꼴을 보니 내 스스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60대,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능숙하게도 힘들지도 않게 일도 잘 해내시던데...(그렇게 평생을 일하셧으니 병원 안다니는 분들 한분도 없단다..)

 

벼농사 대부분 기계로 짓는다고 해도 , 사람손 안들어가는 곳 없고,

모판 잠간 옮긴 것도 이렇게 힘이 드니,

농사지으며 먹고 살라고 하면 살아남지 못할 듯하다...

 

아이구, 허리야...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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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9 12:59 2005/04/2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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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i 2005/04/29 13: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농활하고 오셨군요~! *^^* 아직 고향에서 과수원하고 있는 친구가(지금은 철도청 직원노릇도 하고 있죠)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다 때려 치고 농사나 지었으면..."이라는 도시인들의 말이랍니다. 농사"나"? 지들이 농사 한 달만 지어보라 그래~! 이게 그 친구의 지론입죠. 모판 내셨군요. 그거 법당 3천배 하듯 해야하는 건데... ㅋㅋ 고생 많으셨어요~~~ *^^*

  2. sanori 2005/04/29 13: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인/ 딱 맞네요... 법당에서 절하는 거랑 같군요.. 근데, 이건 모판을 2개, 3개, 4개씩 들고 구부렸다 폈다 하니까 더 힘든거 같아요..ㅋㅋ

  3. kanjang_gongjang 2005/04/29 18: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모줄을 나르는 어르신들 모습이 기억나게 하는 글이네요. 지금은 모종을 하는 일도 지금은 모판을 나르겠지만 이전 모종한 것들을 하나름씩 모아 로터리질을 한 논에 모종을 듬성듬성 던져놓던 일들 그러나 시골구석까지 용역이 들어와 대신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씁쓸했는데... 품앗씨 할 사람들이 없어 읍내 용역에 전화를 하여 사람을 구하는 풍경과 사뭇 대조를 이루네요.
    유기농이며, 농사지으러 귀농하는 이들은 어느정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분 아니고는 농사는 빚잔치 노동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소작농들 대부분이...-
    모줄을 나르며 노래하던 동네 어르신의 입담이 그리워지네요... 그 모줄을 나르며 오전에 먹던 설탕국수도 생각나구요.
    농사를 한다지만 이전과 다른 일이지요. 조금은 편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힘든 일이군요.
    아스팔트 농사를 올해도 여전히 지어야 할 전농분들의 근심도 걱정 되네요..

  4. 2005/04/29 22: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 놀다 오신 게 아니네요. ^^

  5. sanori 2005/05/01 21: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kanjang_gongjang /설탕국수는 뭐래요?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어서..
    단 / 글게 말이예요. 이제는 일하러 가지 말아야지, 넘 피해가 커요..ㅋㅋ

  6. kanjang_gongjang 2005/05/02 19: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설탕국수 농번기때 자주 먹는 전라남도 국수랍니다.
    펌프물에서 금방 퍼온 물 또는 시원한 우물 물에 국수를 넣고, 설탕을 알맞게 부어서 먹는 국수입니다. 자주 먹었거든요. 농번기때 참으로요.
    그 설탕국수의 생명은 차가운 지하수인데.... 도시에 올라와 해먹어 보았지만 도통 그 맛이 안나네요.
    시골집에 가서 먹으면 맛이나는데.... 손 맛이려나 하지요.

  7. sanori 2005/05/03 08: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간장공장/국수에 설탕이라... 잘안어울릴 거 같은데,, 맛있다니 함 먹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