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회가 그저 해마다 치르는 습관적인 의례 정도로 받아 들여지고 있나 보다.

그리 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다가 의무적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 가짐에서 가니까

뭔가 재미도 없고, 무슨 의미도 가지기 어려운 듯하다.

 

오랜만에,

전야제고, 본대회고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술도 마시지 않고, 집회와 공연에 집중(하려)했다.

전야제에서는 그나마 마지막의 공연은 볼만하다고 느꼈지만,

본대회에서는 수없이 늘어지는 연설에 진절머리가 났다.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도 짜증이 나지만,

내가 앉아 있던 곳은 잘들리지 않아서

연설에 귀를 기울여도 허사 였다.

그래도 연설은 너무 많았고,

대회는 지리지리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모든 걸 다 합쳐서 2시간에 정리 못하나?'란 지적이

무겁고 크게 들렸다.



또다른 이유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볼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노동자대회를 '운동권 동문회'라고 칭하기도 하던데,

그래서, 그동안에는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

소주라도 한잔 나누어 마시고픈 생각도 컸다.

그래서 배낭 가득 옷가지 싸 넣고, 완전무장을 해서

천막잠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나이탓인지,

게으른 탓인지,

그 즈음의 내 감정 탓인지

이런 것도 시들해졌다.

 

전야제 끝나고 후다닥 일산으로 돌아왔지만,

결국엔 당원들 몇사람에게 잡혀서 술을 마셨고,

본대회 끝나고 나서도 그냥 돌아가고픈 생각이 굴뚝같았는데,

또 잡혀서 술을 마셨다.

그바람에 잔디밭에, 길바닥에 앉아서 술 마시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술마신 노동자대회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월요일 하루종일 속은 쓰리고,

술 마신 다음날의 우울함에 절망하고...

 

나이 60이나 70이 되더라도

노동자 대회에 나가서 앉아 있는게 산오리의 바람이지만,

내년쯤에는 시답잖은 의무감 떨쳐버리고,

배낭 싸들고 산으로 떠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나는 한가지는

당 사전대회에서 전남도당위원장의 연설은 재미(?) 있었다.

하이스코 투쟁에서 투쟁전술을

'거시기로 거시기해서 거시기하자, 고 했더니 경찰놈들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대처방법을 세우지 못했다.' 뭐 이런야그..

그러면서 마지막 구호는,

"민중의 힘으로 세상을 거시기하자"  하하하하

 


당 사전결의대회에 갔더니, 청소년위원회 친구들이 춤을 췄다...

젊다는 것은 그냥 좋은 일이다.... 저 즈음에 산오리는 뭘 했을까?


우리 지역위원회의 최봉식 동지다... 산오리한테 미리 발언 부탁이 있었는데, 할 얘기 없다고 사양했더니, 최동지가 찍혔다...정경화 부위원장한테..  근데, 발언하는데 엄청 당황하고, 할말을 못한다.

어제 노동위(준)에서 물어봤더니, 할 얘기 준비를 많이 해서 적어갔는데, 사람들이 많은데다 앞에 앉아 있는 심상정의원을 보니까 갑자기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더란다..   여러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잘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최경희 사무국장의 아들 상유다. 대회 시작때부터 계속 투정과 땡깡을 부리더니, 차에 가서 좀 자고 왔는지 대회가 끝날때 쯤에는 아주 활달해 졌다.. 귀연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1/15 13:05 2005/11/15 13:05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sanori/trackback/327

  1. 행인 2005/11/15 14: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년에 두 번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날, 맞아요 ^^
    저도 같은 내용으로 포스팅을 하려다가 괜히 궁시렁 거리는 말이 많아져서 지워버렸습니다.

    아무튼 참 이런 식의 노동자대회가 계속 되어야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꾸 회의가 드는군요... 쩝...

  2. 바다소녀 2005/11/15 16: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막상 안 가기도 참 섭하더라구요.
    결국 결국 늦게 늦게 혼자서 버스를 타고 갔어요.
    암튼 전 그냥 노동자 대회가 좋아요.

  3. tomoon 2005/11/16 04: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도 처음,혹은 몇 번 참여 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는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잖아요.

  4. sanori 2005/11/16 09: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인 / 동문회 맞는 거네요..ㅎㅎ
    바다소녀 / 전야제 얼굴만 잠간 보고 말았네요..일찍 사라져 죄송.
    tomoon / 그렇군요..처음오는 동지들은 기대가 클텐데...그래서 수판은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5. 날세동 2005/11/16 11: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의 노동자대회 참관기/원자력문제에 대한 이기원 글에 대한 댓글에 찬동함(꼭!만나고싶었는데,안보이더구먼)

  6. azrael 2005/11/16 17: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희는 본대회때도, 전야제 때도 맨 앞에 앉는 바람에 엄청 부담스러웠답니다..그리고..너무 추웠어요..ㅠ.ㅠ

  7. 문종상 2005/11/17 16: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눈팅만하다가 안부전합니다.
    노동조합만들고 지금까지 노동자대회는 빠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활기가 없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든데 맞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