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의 연휴. 후다닥 지나갔다. 

일찍 올라간 금요일... 고속도로가 좀 밀릴까 했는데, 평소보다 버스는 잘도 달려서 3시 조금 넘어서 화정 터미널 도착, 3시부터 원당에서 평등명절 보내기 ‘아빠 고무장갑을 끼세요’에 갔는데 아무도 없다. 그래서 전화해 봤더니 4시부터란다. 피씨방에 가서 잠시 놀다 4시가 조금 지나서 갔더니 그제서야 긴 탁자 펴고 개스레인지 불켜고 반죽해 온 부침개 재료를 올리기 시작한다. 주로 남자들이 부침개를 부치고, 여자들은 옆에서 도와준다. 고무장갑 하나씩 끼고 피켓 하나 들고 서 있는 것도 남자들의 역할.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할머니들... 부침개 한판 그냥 주면 안되냐는 것에서부터, 자기 아들은 이미 설거지고 청소고 잘 한다고 자랑하는 할머니까지... 

집에 가서 밥 먹고 집앞 풍동 철대위에서 여는 변두리영화제에 갔다.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8시반이나 되어 갔더니 영화를 상영중이다. 상계동 철거민들을 다룬 다큐, 그리고 이어서 이주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다큐, 그리고 풍동철대위의 올해 투쟁을 다룬 다큐를 보고서는 간단한 술과 안주가 돌려졌다. 모기인지 벌레인지 물어 뜯는데도 길바닥, 전쟁터 같은 곳에 앉아서 열심히 영화를 보다 12시가 가까워질 즈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윤석영 박사네 집에 가서 둘이서 오전에 그동안 못다한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그리고는 우리가 잘하는 사우나에 가서 목욕하고 밥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명절때면 부모님께 드리라면서 술 한병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풀무학교로 들어가서 열심히 농군이 되는 교육을 받고 있는 두 친구가 소주나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명절이라 집에 와 있다면서.... 저녁에 나가서 서울에서 온 아줌마까지 합세하여 2차까지 가며 소주를 마시고 들어와서는 잠들었다.

산에 가려고 남겨두었던 일요일이다. 그런데 아침에 늦게도 일어났지만, 무릎도 편하지 않아서 산에 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신정동에 가서 갈곳 없이 들른 동생들과 부모님 얼굴 좀 뵙고 다시 일산으로 들어오면서 이재정 후보 선거사무실로 갔는데, 문이 닫혔다. 전화해도 전화는 안받고... 그냥 집으로 들어와서 자전거로 소진로를 한번 산책하고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해진 3일의 명절연휴는 언제나 똑 같다. 오전에 신정동으로 몰려 가서 여자들은 부침개 부치고, 남자들은 송편을 만든다. 그런데, 방앗간에서 송편재료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빈둥거리다가 오후 늦게 송편을 만들었다. 그래도 올해는 여자들까지 도와주는 바람에 쉽게 빨리 송편 만들기가 끝났다. 저녁 먹고 나자 여자들과 애들은 또 뿔뿔이 흩어져서 사라진다. 남은 사람은 아들 넷 뿐이다. 아들 넷과 어머니가 밤 늦게 돼지고기 썰어놓고 소주를 한잔씩 마신다. 어머니는 결혼한 막내딸의 시댁 여자들이 맘에 안든다고 걱정을 늘어 놓고, 아들들은 어느 집이나 여자들은 꼭같다면서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하고 있다...

명절 당일날 집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남자들은 하루종일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차례를 지내는 걸로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이번 명절에는 상도동 3종형님 한분이 시간좀 당겨 달라는 바람에(아들이 영화표 사 줬다는 시간이 4시라고 그시간까지 끝내야 한다나..) 상도동 두집, 신정동 두집은 따로 따로 지냈다. 그래서 6집을 돌아야 끝나는데, 4집을 돌고 3시 전에 차례는 끝났다. 집에 다시 돌아 와서는 동생들과 애들 피자 사주기 화투를 잠간 쳤고, 그리고는 저녁도 마다 하고 의정부 처남집으로 갔다. 밤 늦게 처남들과 동서가 모여 할일은 술 마시는 것 뿐이다. 

연휴 마지막날 오전에 문밖 논에 나가서 메뚜기를 몇십마리 잡았다. 메뚜기가 의외로 많은데, 논이 질어서 쉽게 들어가지 못해서 잡기가 쉽지 않다. 메뚜기 후라이팬에다 튀겼더니 발갛게 구워진데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는 온 식구가 다 몰려서 포천 소리울 유원지로 가서 오리고기를 배터지게 먹고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차 밀릴 거 같아서 전곡으로 적성으로 돌아서 왔는데, 적성으로 들어가는 곳부터 밀렸고, 자유로도 일산에 이를때까지 계속 밀렸다.

저녁에 집에서 시간이 좀 남자 아내는 고추를 펼쳐 놓고 고무장갑과 물수건을 들이 민다. 고추 한포대 깨끗이 닦고 꼭지 따고 나서야 일과가 끝났다. 이렇게 닷새의 연휴가 지나 갔다.

아니다, 나도 입을 바지가 없어서 빨아 놓은 바지 하나 다림질하고서는 일과가 끝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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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30 10:15 2004/09/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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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닷새간의 연휴...

    Tracked from 2004/09/30 11:35  delete

    명절이라고 모인 식구는 행인 포함 딱 셋. 어무이와 행인과 동생. 차례상 차림이야 행인과 동생이 했다지만 일년 내내 이산가족처럼 서로 연락도 잘 못하고 살던 처지에 간만에 만난 반가운

  1. 하하 2004/09/30 11: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역시 산오리 다운 명절을 보내셨군여..고생 마니 하셨습니다.
    저는 의외로 너무 헐렁한 명절 연휴여서 인지 시간이 무지하게
    안가기도 했습니다만...
    산오리와 만나 술한잔 못하고 흘려보낸 연휴가 너무 아쉽네요..쩝~
    가까이만 살았어도 참~ 좋았겠다는 야무진 상상을 해봅니당.
    다시 일상으로....

  2. 산오리 2004/09/30 12: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 / 하하님의 고생이 많죠..
    얼굴 한번 볼 때가 다가 오고 있나요?

  3. 하하 2004/09/30 13: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혹시, 하하인 내가 누구인줄 아시고 하시는 말씀이신지...
    흐흐...

  4. 술라 2004/09/30 13: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좀전에 선배랑 그 얘기 하다가 결국 또 잡혀 갓어요 !! 정말 이제 화가 날라 그럼다..흠..근데 선배님도 결혼식 온단 말씀인가요?

  5. 바람불면 2004/09/30 14: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 산에 가실 생각이 있으셨으면 연락주시지 그랬어요.

  6. 산오리 2004/09/30 14: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 / 아니 내가 알고 있는 '하하는' 님인줄 알았는데...
    하하는님의 필명이 남용되고 있나 보네...어쩌죠?
    바람불면 / 바람에 실어서 '산에 가고 싶다'고 연락했는데
    못받으셨나 보네요... 이번 주말에라도 함 갈까요?

  7. 산오리 2004/09/30 14: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술라 / 잡혀 가면 좀 얻어 터지나요? 명절 끝나고 눈팅이 밤팅이 되면
    좀 안타깝겠네요,,, 근데, 결혼식엘 제가 왜 가요? 누군지도 모르는데....ㅋㅋ

  8. 바람불면 2004/09/30 21: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 일요일날 일찍 선운사에 한번 갈까요. 올라 올때는 내소사와 다모의 촬영지(어제 텔레비젼을 보다 알았슴)개암사나 들려올까요. 연락주셔요.

  9. 산오리 2004/09/30 23: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요일 당일치기면 오케이 임다.
    새벽에 출발하면 선운사 까지 갔다 오나요?
    그럼 출발해 보죠...

  10. 바람불면 2004/10/01 10: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청앞(역사와산출발지)에서 7시에 뵙도록하죠.

  11. 꿈꾸는 애벌레 2004/10/01 10: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욜날 선운사 가세요?? 나도 내 친구랑 가는데...
    혹시 우연히 만나면...풍천장어나.. 복분자 술 사주시나요??ㅋㅋ

    글구..저 위에 바람불면님은..아무래도 단목대마왕 같네요..
    ㅋㅋ 고창땅에서 우연히 만나기를...ㅋㅋ

  12. 산오리 2004/10/01 12: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애벌레 / 글게 말여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와서는 산에가자 해서 황당햇지요. 모르는 사람과 산에나 가자고 해서 간다 했더니, 단목대마왕이네요. 나쁜 사람...ㅋㅋ

  13. azrael 2004/10/01 13: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무지 바쁜 명절 보내셨네요..우리집 남정네들은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는데..실은 저도 집안 일 잘 안도와주니 할 말이 없고..저희 집은 절대 평등 명절 따위는 안올거 같어요..

  14. 서희 2004/10/01 19: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평등명절...지금 세대가 모두 증조할아버지가 되는 100년 후에나 가능할까.
    저는요, 대전 유성이 시댁 큰집인데요, 설겆이를 매끼니당 100개씩은 하나봐요. 물론 설겆이가 가장 쉬운일입니다. 그래서 며느리 중 막내인 제가 독차지 합지요...남자들이(그것도 일부만) 하는 일은 밥먹은 그릇 부엌에 갖다주는 일 뿐입니다. 하하...

  15. 서희 2004/10/01 19: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평등명절이 되어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우리 옆사람만이 무지 미안해한다는 마음이 와닿을뿐...그닥 즐겁지 않은 명절입니다. 별로 하는 일 없는것 같은데도 온 몸이 쑤셔서 수요일날은 하루 죙일 잠만 잤네요. 그래도 산오리님 댁은 양성평등명절 냄새가 술술~ 좋~습니다. 물론 아즈라엘님도 부럽군요...ㅋㅋㅋ 하지만 안하시는건 좋은데 남동생이라도 시키셔얍죠!

  16. 산오리 2004/10/01 22: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서희 / 블로그도 조용하고 해서 어디로 사려졌나 했더니
    명절에 넘 고생하셨군요...
    열심히 투쟁하세요...
    여성들이 명절 파업도 몇번 벌이면 평등 명절이 앞당겨 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