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구경..

from 단순한 삶!!! 2006/12/18 13:24

토요일 노동상담센터 회의하구서는

언제 산에 갈때 같이 데려 가 달라고 했던 젊은 친구와 산행약속을 했다.

아침 7시에 만나서 북한산을 가자고...

 

저녁에 눈이내리니까 날짜는 정말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

눈 오는 밤에도 흐뭇했다는....

 

눈이 많이 와서 차로 이동하는 건 포기고, 전철로 구파발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로 갔는데,

허걱.....

 

매표소 앞에 국립공원 관리공단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들이 나와서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서 입산통제를 한단다.

북한산에 입산통제라니... 더구나 눈 내리는 이렇게 좋은 날에...

 

막는다고 못갈소냐?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의상봉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평퍼짐한 눈길을 마냥 걷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서 바윗길을 쇠난간과 밧줄을 잡고 오를수 밖에 없었다.

 

 



헉헉 숨이 차고 힘이 들기는 하는데,

사람 거의 없는 눈길을 올라가는 건 산행 중 가장 으뜸인 산행이다.

 

의상봉에 올라 백운대를 바라보니,

백운대와 만경대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노적봉은 하얗게 눈을 덮어쓰고는 훌륭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삼천사계곡쪽은 크고 작은 봉우리들과 나무, 바위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하얀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증취봉(?)에 가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웠는데,

뒤에 앉은 아저씨 둘이서 술 한잔 하고 가라면서

양주 두어잔 얻어 마셨다.(술 가져 가는걸 깜빡했다.)

 

이 아저씨 하는말,

"어젯밤에 무슨 그랑프리 중계방송 보고 자려다가 아내와 그것도 한판 했더니,

올라오는데 힘들어 죽겠네..."

"........."

산오리는 '그밤에 그것도 한판 안했는데, 왜 이리 힘들까..ㅠㅠ'

 

봉우리 두어개 더 거쳐서 부왕동 암문을 지나 삼천사로 내려오는데,

이 길은 아무도 올라오지도 내려오지도 않은

발자국 하나 없는 길이었다.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그래도 눈 때문에 길 못찾으면 어쩔라나 하는 두려움이 잠시 있었지만,

내려가는데, 무슨 문제랴...

 

내려오는 길에 무슨 동물이 혼자 걸어다녔던 발자국이 있는데

동물들도 사람과 비슷한지,

사람이 다니는 길과 비슷한 길을 그대로 다녔고,

그기다 사람들이 쉴만한 넓고 평평한 자리에서는 이리저리 머문 흔적과 함께

오줌까지 누고 간걸 보면,

동물이나 사람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호젓한 산에 가면 풍욕이나 계곡물에 풍덩 하는건 잘하는데,

눈 내리린 후에 설욕은 어떤 맛이 날까?

옷 다 벗고 눈 속에 섰더니, 오히려 몸이 따뜻해진다.

눈 한주먹씩 집어서 온 몸 맛사지도 좀 하고,

두 팔 들어서 시원한 눈바람도 만끽하고...

이 설욕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자주 해 볼 일이다...

 

눈 내리는 날은 산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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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8 13:24 2006/12/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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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소녀 2006/12/18 13: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옷 다 벗은 사진도 올려주셈~

  2. 풀소리 2006/12/18 13: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부러버라~

  3. 하얀모카 2006/12/18 15: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눈 내린 산이 너무 좋아보입니다.

  4. tree 2006/12/18 16: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따라갈것 그랬다는~~^^

  5. 산오리 2006/12/18 16: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다소녀/산오리 블로그 포르노사이트 될까 무서버서..ㅎㅎ 같이간 친구가 사진을 안찍어 주대요.
    풀소리/같이 가잔 얘길 못했네여...ㅎ
    하얀모카/마저요...언제 같이 함 가죠.
    나무/그랬다면 고생꽤나 했을 거 같다는..~~^^

  6. 곰탱이 2006/12/18 17: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역시 궁상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제가 정서가 메말라 가는 이유가 다 있네요...ㅋ...

  7. 준혁맘 2006/12/20 14: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문자로 '으악... 넘 좋다' 하시더니 정말이네요.
    겨울산은 무서우니 꽃 피면 한 번 데려가 주세요.

  8. golabor 2006/12/20 15: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기 수통골도 국립공원이라고 우기면서..입산통제 하였네요..
    덕분에 낮술만!

  9. hi 2006/12/20 16: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aaaaaaaaaaaaaaaaaa
    부럽부럽.... 도대체 언제 눈 덮힌 북한산에 가본 것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합니다. ㅠㅠ

  10. azrael 2006/12/21 09: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얼굴이 불그스름하네요..ㅋ 특히 볼이..꺄아~

  11. 산오리 2006/12/21 13: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곰탱이 / 산에 같이 다니시죠..ㅎ
    준혁맘 / 꽃피고 새우는 날이 올라나요?
    golabor / 어? 수통골이 국립공원이라구요? 술은 쬐끔만 드세요..

  12. 산오리 2006/12/21 13: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hi / 행인 노동해방되는 날이 빨리 와야 할텐데..
    azrael / 애비를 그토록 오래 찾지도 않으니, 애비 얼굴이 어케 변했는지 모르지..이제 딸도 독립시켜야 할라나 보네..ㅎㅎ

  13. 곰탱이 2006/12/22 17: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 같이 다녀요^^. 참 동희, 동명이 줄 책이 나왔네요. 연구원으로 책 보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