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이 우리 노동조합 지부 창립 18주년이다. 노조창립기념일은 노는 날인데 휴일과 겹치면 그다음날을 휴일로 한다고 지난해 단협에 맺었단다. 그러니 4월 30일일이 휴일이 되었고, 노동절 집회를 가더라도 3일간 노는데, 가만 드러누워 있을수 없다고 생각해서 길을 나섰다.

 

토요일, 느지막히 출발한게 화근이었다. 주말이나 애들이 노는 토요일에는 당연히 도로가 붐빌 거라는 걸 알고 있고, 그래서 새벽 일찍이니 밤 늦게 움직이자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행인의 말처럼 가금류가 머리가 좋지 않아서 산오리도 막혀야 얼마나 막히겠냐면서 집에서 10시에 차를 몰고 나섰더니 길바닥은 거의 주차장이었다. 시흥 처형집에 들러 가져다 줄 물건 내려주었는데, 시흥까지 가는데 두시간 꼬박 걸렸다.

그리고는 서해안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는데, 시속 20키로를 넘지않는 속도가 계속되었다. 다시 4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오후 5시가 가까워져서야 홍성에 도착했다.   



이렇게 늦게 도착했으니 무슨 일을 하랴... 생강 40킬로 눈내기로 쪼개는 것을 온아줌마와 겨우 했을 뿐이다.

 

일요일, 연하천으로 떠나기로 했으니까 생강 심는 일은 바빴다. 6시에 일어나서 아침 겨우 때우고 온아줌마 부부와 생강 심는 일을 했는데,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마음만 급해서 이리저리 서둘러 골을내고 생강을 깔고 흙을 덮었다. 뒤로 가면서는 제대로 흙을 고르는 것도 생략하면서 심었지만, 12시 즈음에 끝났다.

 

맛있게 만들어준 콩국수를 먹고 아줌마 아저씨 셋을 싣고 연하천으로 향했다. 전주에서 젊은 친구 하나를 더 태워서 마천까지 가니까 4시반. 연하천에 도착하려면 야간 산행도 감수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짐이 가벼워서 인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해가 저물 무렵에는 연하천에 도착했다. 운전과 약간의 농사일, 그리고 또 운전과 약간의 산행으로 몸은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간만에 산장지기 옹을 만났으니 거하게 저녁을 먹고 술을 한잔 마시고는 바로 퍼졌다. 다른 사람들 얘기하는 도중에도 잠을 이기지 못해 비몽사몽간이었다.  연하천에서는 보름달 가득한 달무리만 구경했다.

 

월요일, 명선봉을 들리거나 벽소령을 거쳐 가라는 산장지기를 뿌리치고 바로 하산했다. 마천에서 외팔이 아저씨의 짜장면 한그릇을 해치우고선 전주로 갔다. 전주에서 태워 온 젊은 친구를 내려줘야 했는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술마실 곳을 찾으라 했는데, 서신동의 막걸리집으로 안내해 주더라.

막걸리 세통을 양은 주전자에 따라주고 안주로는 족발 한접시, 묵은김치 조림 한접시, 그리고 삼계탕 한마리 등 3가지 안주가 나왔다. 그리고 야채나 올갱이 등의 기본안주는 그냥 주었는데, 이걸 다 먹고 돈을 내려고 했더니 만원이란다. 술값 진짜 싸다. 만원으로 다섯명이 음식과 술을 먹을수 있다니... 그러고도 안주는 절반 가까이는 남겼다.  전주 가면 이 동네 술집에 다시 가봐야 겠다...

 

술마셨으니 운전대를 복돌아빠한테 넘기고 홍성에 오니까 9시. 이제 일산으로 가야 하는데, 막걸리가 쉽게 깨지 않는다. 연속극 보다가 11시가 되어 서야 홍성을 출발했다. 초저녁부터 내린 비는 빗줄기가 더욱 굵어져서 여름 소낙비처럼 내리는데, 그 빗속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려니 왠지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그래도 무사히 일산에 도착하니 1시반...

 

화요일. 피곤하다 싶어 아침에 목욕탕 가서 목욕하고 났더니 제법 개운하다. 점심 챙겨먹고 노동자대회로 갔다. 대학로서 두어시간 앉아 있다가 교보앞까지 행진해서 갔다. 이즈음에 집회에 가는 건 그저 사람들 얼굴이나 보고, 그나마 집회라도 간다는 부질없는 자위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60살, 70살이 되어도 집회에 나와서 함께 노래하고, 함께 걸을수 있는 산오리가 되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게 또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열댓 명 남은 공공연구노조 식구들과 소주 한잔 마시고 집으로 와서는 일찍 퍼졌다.

 

수요일. 4일을 놀다가 출근해서 오전부터 회의다. 물론 두어시간 회의하는 동안 계속 졸다가 끝날즈음에 잠간 회의진행에 관해서만 한마디하고 밥 먹으러 갔다. 그리고 오후가 되니까 본격적으로 피곤이 몰려 오는데, 퇴근할때가 되어서는 책상에 엎드려 잠간 눈을 감았는데, 그것도 방해하는 전화가 와서 망쳤다. 이틀동안 빼먹은 국선도를 저녁에 가려 했는데, 넘 피곤하다는 핑계를 마음속으로 대면서 집으로 갔다.

 

며칠 힘들여 다니면 몸이 피곤하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또 하루 이틀 지난다음에 그 피곤이 몰려 오기도 하니까 토일요일의 힘듦이 화수요일에 몰려올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무릎 아픔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살살 잘 구슬려 가면서 산에 다니는데 지장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다시 무릎이 아파졌을까? 산행은 겨우 대여섯시간에 불과했으니까 문제는 운전일 거라는 생각인데, 그 사흘동안 8백킬로를 15시간쯤 운전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 두어시간은 다른 친구가 했고... 근데, 그 밀리는 길에서 2백키로를 6시간 운전한게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까 하는 내멋대로의 진단을 해 보긴 하는데..

 

그래서 당분간은 또 무릎 조심을 엄청 해야 할거 같다. 그나저나 노는 것도 젊어서 놀아야 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팔팔할때 다녀야 하는 건 만고의 진리가 맞는 모양이다. 그 며칠 돌아 다녔다고 무릎이 아프로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꼴을 당하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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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3 09:17 2007/05/0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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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07/05/03 14: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입술에 물집까지 생기셨다니...그런걸 모르고 제가 불렀으니 응하셨으면 어쩔뻔 했어요...휴~ 다행..(응해주지 않아서..) 그리고, 젊어서 놀아야 한다는 말은 맞잖아요! 맨날, 저 보고는 나이 먹어도 놀날 많다고 하시더니..ㅎ

  2. 행인 2007/05/03 20: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ㅎㅎ 그러고 보니 산오리님 아이디도 가금류였군요. ㅎㅎㅎ 피곤하시다고 해도 그렇게 즐겁게 돌아다니셨다니 넘 부럽네요. ^^

  3. 연하 2007/05/03 20: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뱀사골산장 폐쇄하고 연하천에 산장을 신축한다는데..
    그러면 산오리랑 친분있는 산장지기도 유탄 맞는거 아닌가???
    하루 시간내서 서북능선이나 한번 가실 의향은 없는지???

  4. 산오리 2007/05/04 09: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스머프/나이 먹어도 놀날은 많죠.. 노는 방법을 바꾸든지 해야지 몸을 너무 혹사하니 견디기 힘들어요..ㅎ
    행인/우리 종족 오리들 넘 욕하지 마세요..ㅎㅎ
    연하/뱀사골 폐쇄와 연하천 신축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는 한 모양인데, 아직 확정되진 않은거 같은데.... 그건 그렇고, 설악산 서북능선 가자구? 요즘 무릎이 정상이 아닌데, 그 먼길을 갈수 있을라나 모르겠네..ㅠㅠ

  5. 연하 2007/05/04 12: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설악이 아니구요...
    지리산 성삼재에서 바래봉(더가면 실상사)까지요.
    거꾸로 가도 되지만 대중교통으로 갈려면 성삼재에서.....
    지난주에 철쭉제 했다는데 원래 2주정도 지나면 만개하던데...

  6. 김수경 2007/05/09 00: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암튼 산오리가 젤 부러버.전 지금도 원고 쓸 게 2개 있는데 쓰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대책없습니다. 조만간 술 한잔 사주세요.15일 심의원 오는 날 뒤풀이 때가 좋겠는데...한 잔 마시면 가출하고픈 마음이 가실래나?

  7. 산오리 2007/05/10 14: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연하/무릎 다시 아프다고 했는데, 그걸 갈수 있을라나요? 당분간 자제해야 할듯...
    김수경/15일 부서에서 회식한다고 하는데...하튼 날자도 자~알 잡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