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리...

from 단순한 삶!!! 2007/09/04 18:02

결재를 들어갔다 온 팀원이 이런다.

"높으신 분이 우리 팀이 좋은 자리라네요.."

"먼 소리래요?"

"무슨 팀에 근무하냐고 물어보길래, 대답했더니 이러시면서

   '다들 가고 싶어하는 팀에 있네요.' 이러더군요."

"좋은 팀이죠,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 좀 보내주지..ㅎㅎ"

(8월 16일자로 이동이 있었으니까 실제로 잘 몰라서 물어봤을 수도 있는데,

  몇명 안되는 인원의 배치를 협의해서 했을텐데, 그렇게 물어본건 좀 의외이긴 하다)



우리 회사에서 행정지원을 하는 사람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부서가

구매관리팀이고, 산오리는 이 팀의 팀장이다.

남들이 가고싶어하는 부서 1순위인 팀에 근무한다는 건,

막강한 파워가 있거나 아니면 일을 잘 하거나, 아니면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거나????

 

이도 저도 아무것도 아니다.

 

사실 이번 인사에서도 산오리에게 어느 팀으로 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산오리야, 어디로 보내든 그건 경영자의 몫이고,  발령이 나면 당근 가서 일할 것이다.

다만 이런저런 건 좀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었다.

 

회사생활 20년에(1년이 모자라는구나..) 첨으로 어디로 보내려고 한다면서,

본인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황송하기 그지 없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경영진에서 보내려고 하는 팀에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하루쯤은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산오리는 구매관리팀으로 발령이 났다.

뒷얘기이니까 믿을만 한건지, 농담삼아 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영진의 높으신 분들이 얘기하는 도중에

'구매관리팀에는 청렴도 높은 직원이 가야 하고, 산오리의 청렴도가 높다'는 말이 있었단다.

푸하하하... 청렴도에 걸맞는 산오리... 어째 좀 어울리는 노릇인가?

 

5년전에 이 팀의 팀장을 해 본 산오리로서는 요즘의 구매에 청렴도를 들먹이는 게

시대착오적일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큰 건들은 아예 조달청으로 바로 보내고,

대부분의 건들은 정부의 나라장터에서 입찰이 이루어진다.

1-2천만원 정도의 수의계약도 구매담당자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구매를 요청한 연구원들이 대충 업체와 가격까지 정해서 올라오기 때문에,

청렴하려면 구매를 요청하는 연구원들이 청렴해야 한다.

심지어 인쇄나 복사용지까지 최저가나 단가계약을 하는 판에 들어오는 업자들한테

오히려 사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런 판에도 머리 좋은 인간들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청렴도와 별 상관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왜 구매 관리팀에 가고 싶어 하나?

문제는 딴데 있다. 없는 것에서 쥐어짜서 뭔가를 만들어야 하고, 층층시하 간섭하는 기관과

높은 분들이 나래비로 서 있다 보니, 이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속과 다른 웃음을 지어야 하거나,

또는 밥 한끼라도 사주면서 이런저런 부탁을 해야 하는 게 싫고 힘든 것이다.

그런 일에 비하면, 구매는 현장의 연구원들이 요청하는 것들을 법에 따라, 규정에 따라

사주면 되는 그야 말로 아쉬운 소리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산오리가 이 팀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열성(?) 노조원(간부)이기 때문이다.

산오리가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오래 해 오다 보니까.

높으신 분들은 산오리와 함께 일하길 꺼려 한다.

그기다 노조전임하느라고 왔다 갔다 했지, 그러나 보니까 인사나 회계 등의 핵심(?) 부서의 일은

알지도 못하고, 해 낼 능력도 없다. 

이제는 산오리가 하고 싶다고 해도(그럴 생각도 없지만.) 높으신 분들은 여전히 맘 편하지 않은 것이다.

앞에서  약간의 불편을 얘기했던게 그것이었는데, 높으신 분들도 편하게 일하고 싶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편하게 일할수 있는 동료나 부하와 함께 일하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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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8:02 2007/09/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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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7/09/04 20: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딴 짓 하는 사이 그만 200011... ㅠㅠ 당첨을 놓쳐버렸슴돠...

  2. 염둥이 2007/09/05 12: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샐러리맨의 비애로군요. 그러나저러나 나도 놓쳤다.

  3. 뎡야 2007/09/05 12: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인생무상이군요......<왜? 그냥 그런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