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존중

from 단순한 삶!!! 2009/01/09 14:01

1. 연말이 끝나고 새해가 왔는데,

아직도 우리 연구원 지부의 임금협약은 끝나지 않았다.

돈을 올려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높은 곳의 통제와 간섭이 하도 세다 보니까,

직원들이 고생해서 번 돈도 그들에게 제대로 돌려 주지 못하게끔 하고 있다.

20년동안 근무해 오면서 느끼는 건데,

정부출연기관은 통제만 있지 자율은 없는 곳이라는 생각만 든다.

그러다 보니 그 통제를 피하려고 편법을 동원하고,

그 편법이 발각되면 또다른 편법을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그래서 이런 관계를 노사관계라고 해야 하는지 어쩌는지...

 

2. 임금인상도 요구하지 않는 임금협약이야 타결이 되든 안되든

별로 상관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상집간부들도 교섭석상에 나서기 싫어하다 보니까,

산오리가 임금협상의 교섭위원으로 올해도 참가하고 있다.

사람 하나 일시켜 먹으려면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애걸복걸해야 하는

상근자들의 심정을 알기에, 거절하지 않고 하겠다고 한다.

별 영양가 없어서 그냥 자리나 지키고 앉아 있으려고 해도

산오리 성질에 또 시덥잖은 얘기 몇마디 듣게 되면, 혼자 열만 올라가서 목소리 높이고,

그러고 나면 괜히 그랬다고 후회하기도 하고...



3. 어제는 사측 교섭위원 한분께서 찾아 오셔서 차나 한잔 하자 해서 그렇게 했다.

이런저런 야그를 하다가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미 해도 지났는데, 노동조합에서 쟁의조정신청(이게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네..) 하고

그러면 외부 상황도 안좋은데 또 찍히는거 아닌가...

그러니까 조용히, 잘 해결되도록 노력해 봐야....

(이렇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결론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엇다고 생각했다.) 

그 전날 실무교섭에 들어가서 상황을 알고 있는 산오리로서는

또 열내서 사측이 어렇게 저렇게 하지 않고,

계속 노동조합에만 합의 하자고하니 어떻게 하라는 거냐? 고 약간의 열도 냈다.

 

4. 그러고 집에 갔는데, 다시 열이 나는 거다.

그 교섭위원분이 노동조합 위원장도 하신 분이고, 

그렇게 위원장 하실때 그 분 도와서 산오리도 열심히 노동조합 활동 했었다.

산오리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얼마나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또 그가 자발적으로 그렇게 와서 얘기했는지, 아니면 사측의 사주(?)를 받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짜증이 났다.

이 분이야 단순이 임금 협상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잘 모르고 그랬을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럴수 있다 쳐도  짜증을 버릴수는 없었다.

 

5. 그게 이번만이 아니어서 그렇다.

그전에 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거나, 또는 90년대 초반에 '다음에는 네차레!"라고

차기 위원장 감으로 낙점찍힌 분들, 또 그들은 담에는 내가 한다고 까지했던 분들이었으니까.

산오리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같이 어울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존경스럽게까지 느꼈던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이 이제는 실장이다 뭐다 해서 모두 조합울 탈퇴했고, 사용자 교섭위원으로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사용자 입장을 얘기하고, 이해시키고자 노력하고... 이런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공식석상에서는...

그런데 이런 걸 사적이 관계에까지 끌고 들어온다. 일이 잘 안풀린다 싶으면, 노동조합의 핵심에 대해

개별적인 접촉이 거론될수도 있고, 그들의 친분에 따라 잠간 얘기좀 하자 면서 말을 꺼낸다.

그리고 산오리한테 '이렇게 좀 받아 들이고 끝내면 좋지 않냐?'라고 한다.

산오리가 현재 지부장을 하거나 상집 간부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에 들락거리고, 지부장과 얘기도 잘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한두번 사적으로 얘기를 듣고 나서는 정말이지 그들을 친구로 생각하고픈 생각이 사라졌다.

 

6.  직접적으로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관들이( 그리고 그들이야 말로 사측의 핵심들이다)

산오리가 결재서류 들고 갔을때 '그거 어떻게 생각해요? 잘 좀 풀어보죠..' 이렇게 얘기하는 거까지는

그냥 이해할수 있다, 그마저도 싫지만, 답답함에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에 산오리가 상처받을 일도 없으니까..

그치만, 오래도록 노동조합 활동도 같이 해 오고, 또 같이 놀기도 하고, 그래서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개인적으로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딱한 일이다.

그들은 과연 산오리를 믿고 있는 것일까? 믿고 있기에 저렇게 얘기할수 있는 것일까?

그들은 과연 산오리를, 산오리의 생각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또 존중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사적인 공간에서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산오리가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

산오리가 물러 터져서 그렇게 얘기하면 그걸 받아 들여서 지부장이나 상집간부들한테

그렇게 하자고 주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하튼 알수 없다.

 

7. 임금협상 뿐만 아니라, 김이태 사건에서도 그랬다. 회사에 충성하고, 회사를 살려야 하고

그래서 나서서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건 이해 하지만, 왜 그렇게 회사의 논리대로만,

정부의 논리대로만 해야 살아 난다고 강변하게 되었는지... 그도 모를 일이다.

변하지 못하는 산오리가 문제인 것이겠지만, 변하지 못하는 것도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대로 믿어주고, 더 좋다면 존중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네.

산오리가 그들에게 왜 조합 탈퇴했냐구 머라 하지 않듯이,

산오리가 그들에게 왜 말도 안되는 사용자 논리만 들이 미느냐고 머라 하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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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9 14:01 2009/01/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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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두기 2009/01/09 14: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를 이용할만한 용기도 없을것 같은데..그럼 친구가 없더라구요. 그냥 차한잔이라도 할 친구.살아온 두께안에 서로 다른 것을 쌓아온 세월이 무서운거 아닌가요? 작은 열도 받지 마세요.

  2. [은하철도] 2009/01/10 08: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묻어버려요.

  3. 산오리 2009/01/12 09: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두기 / 그냥 그러려니 해야겠죠??
    은하철도 / 이 엄동설한에 땅이라도 팔수 있어야 묻든지 말든지 하죠..ㅎㅎ

  4. [은하철도] 2009/01/12 11: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드라이기 갖고 가서 땅 녹일께요. 파는게 어려우면 그냥 덮어버리죠 ㅋㅋㅋㅋ

  5. 산오리 2009/01/12 14: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무서운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