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의 제주걷기여행을 읽고 제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 바두기가 먼저 내려가서 11개 코스를 풀로 걷고 있는중이라,

그 중간에 하루이틀 꼽살이를 끼면 될 거 같았다.

 

어딘가 남아 있었던 마일리지에다(겨우 5000),

카드 쓴 걸로 남은 포인트를 마일리지로 바꿔서

겨우 1만마일리지를 만들어 벵기표를 끊었다.

그리고 토욜 낮에 제주로 갔다.

 

공항에 내려서 버스타고 남원으로..

남원 포구에 가니 바두기가 동그라니 바위에 걸터 앉아 있다.

민박집 가서 예약하고, 산책이나 할까 했더니

주인아저씨가 곱창 구우면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해서,

소주 몇잔 마셨고, 소화 좀 시킨다면서 남원서 위미까지 걸었다.

돌아올때는 버스타고 오고...

 

담날은 위미로 버스 타고 가서 걷기 시작해서

제주대 수련원에 숙소잡고서 서귀포 70리길(?)까지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날은 이중섭 거주지에서 강정포구까지.

5~7코스까지 3개 코스를 이틀에 걸은 셈인데,

마지막 7코스에서는 강정포구에서 월평포구까지는 빼먹었다.

11개 코스가 대충 15킬로 정도이고 긴 코스가 20킬로 정도 되는거 같다.

그러니까 너댓시간 걸으면 한코스 소화하기는 어렵지 않다.

 

길은 대체로 걷기에 좋다. 내가 걸었던 코스에는 오름이 겨우 하나 있어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오름을 오르고 내리는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길이 포장되어 있어서 포장길을 걷는 건 좀 괴롭다.

그나마 길에 차와 사람이 없어서 좋지만, 아마도 날씨가 좋아지면,

걷는 사람들도, 차도 많아지면 짜증이 좀 날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나마 마지막 7코스는 포장도로가 거의 없는 코스였다.

 

바다와 절벽과, 자갈과 모래와, 그리고 논과 밭....

바람과 소나무와 야자수와 억새와 해녀와...

사람들이 사는 집과, 개와 고양이... 그리고 죽은 갈매기까지..

어쩌다 만나게 되는 올레꾼들과...

심심치 않게 걸을수 있었다.

 

헐렁헐렁 걸으니 힘들 건 없었고,

집에 돌아오니 종아리 부근이 조금 뻐근한 정도.

많이 걸은 바두기는 발에 물집에, 고생좀 하고, 절룩거리기도...

이틀간은 날씨가 너무 좋고 더워서,

입고 갔던 옷을 다 벗었는데,

마지막 날은 비가 좀 뿌리고 날씨가 흐렸다가

오후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러니까 좀 추웠다.

 

가는 길에 만난 음식점은 그리 맛나는 건 아니었다.

엄청 짠데, 짜다고 하면 주인들은

자기네 집 음식이 가장 맛나다고 자랑만 늘어 놓는다.

비싼 갈치와 회로 저녁은 과하게 먹었다.

물론 한라산물 순한 소주도.... 여전히 맛나더라.

 

사람들이 드문 겨울이라 그런지

민박집이고 음식점이고, 주인장들은 왜 그리 말이 많고,

자기 자랑이 많은지, 그걸 들어주거나 대꾸해 주는 게 일이 될 정도였다.

그냥 걷는 사람들 얘기 차분히 들어주면 안되는 걸까...

뭔가 물어보거나 말을 걸어오면..

하튼 음식점은 음식점대로, 민박은 민박집대로

자기네 집의 서비스가 최고이고,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자연산을 쓰기 때문에 인근에서 소문이 났다는 것을 자랑하고,

또 살아온 것들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자랑도 대단한데,

한참 듣고 나면 정신이 없다.

그렇다고 밥값이 싼것도 아닌데...

그래도 밥 먹고 나면 귤 한 바가지씩 안겨 줘서

걷는 동안에 그거 까먹고도 남았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비싸고 시설도 별로다.

그래도 주인장은 자기 집 자랑에 끝이 없으니..

제주대 연수원은 싸고 좋다. 근데 성수기에는 예약이 쉽지 않겠지..

강정포구에는 해군기지가 들어온다고 해서

주민들의 반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고,

노래소리에 집회까지..

이놈들은 도대체 가만 두는 것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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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2 12:10 2009/02/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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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경 2009/02/12 12: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밑에서 위로 네번째 사진요, 바닷물 색이 어쩜 저래 넘 이뻐요 훗 좋으셨쎄여??

  2. fessee 2009/02/12 14: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가셨군요 +_+
    저는 지리산 테두리길 -_-;;;인가 하는 트래킹 길이 완공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립니당..
    강정마을... 잠시 제주에 머물던 시절 일대 논쟁거리였는데 위미, 강정, 화순...
    땅과 바다 모두를 필요로 하는 해군기지를 누가 반겨 주겠습니까만은

    •  address  modify / delete 2009/02/13 08:42 산오리

      어느 식당에서 점심 먹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지리산 '둘레길' 가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육지와 섬은 서로 가보고 싶은 곳인가 봐요..ㅎㅎ

  3. 말걸기 2009/02/12 14: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외가가 제주도여서 그곳에서 태어났고 여러 번 방문했었지만 이렇게 걸으면서 놀러다닌 적은 없네요. 음... 나중에 다음달에 나올 아가가 성장하면 가봐야겠어요. 근데 그때 되면 이미 '관광지'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4. 2009/02/12 21: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월 아님 오월에 저도 올레길 걷고 싶어요. 사진만 봐도 빨리 오라고 말 거는 것 같아요. 으~~부럽..

  5. [은하철도] 2009/02/14 08: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육지사람은 섬을 동경하고, 섬사람은 뭍을 동경하죠. 좋네요. 잘 다녀오셨습니다.

  6. 김수경 2009/02/15 23: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가고 싶다. 애들한테 각자 자기 통장 털어서 동남아 가자고 했더니 싫다네요. 순간 수빈이가 제주도엘 다시 가쟤요. 그래서 봄에 다시 다녀와볼까하는데... 그 때 올레를 걸을 수 있을래나? 아마도 아이들이 싫어하겠죠? 하여튼 산오리가 젤 부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