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부....

from 단순한 삶!!! 2007/08/08 17:12

국선도 새로 시작한지도 어언 1년하고도 일곱달이 지났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범님이 호흡 단계를 올려주면 주는대로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내가 한 단계에서 며칠씩이나 수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5월 하순부터 책상달력에 수련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출석부를 쓰기 시작한거였지.

(실지로 도장에는 출석부가 있어서 가는날 마다 도장을 찍지만(실제 도장을 찍는다..ㅎㅎ),

  그게 한 단계의 시작과 끝을 적지 않기때문에 며칠씩 한단계를 했는지 알수는 없고,

  또 그걸 기억했다 하더라도 출근부를 꺼내서 일일이 도장갯수를 세어보기도 거시기 했다.)

 

6, 7월 출근부 개근이다...

개근은 완전 출석을 해야 하는거니까 완전 개근은 아니고 하루씩 빠졌다.

올 4월부터 수련도 주 5일제로 바뀌었으니까 한달에 20일 수련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주5일제 수련 바뀌기 전에는 '오늘 빠지면 내일하지...'  뭐 이런 생각이 있어서

자주 빠지곤 했는데, 5일제 수련으로 바뀌고 나니까 하루만 빠져도 며칠씩 쉬게 되어버려서

안빠지게 된 거 같다.

수련회비가 아까워서라도, 그리고 아침 수련하지 않고 출근하면 뭔가 뒤가 땡기는 것처럼

찌뿌뚱하기도 해서, 안빠지고 수련을 하게 된 모양이다.

 

고등학교때가지는 몸 아파 병원에 실려갈 정도가 아니라면,

그리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신게 아니라면

학교 빼먹을 엄두도 내지 못한 범생이었고,

대학때도 수업은 들어야 한다면서,

술먹고 얼굴 벌개서 강의실 뒤에 앉아서 졸았던 기억이 있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출퇴근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눌러져 있는 걸보면,

 

운동한다고 하면서 개근하는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닌듯하다.

 

나이 50 먹어도 이렇게 개근에 목숨걸고 사는

산오리는 제대로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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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8 17:12 2007/08/0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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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회사 일로 출장을 갔다가,

서류에 펜으로 몇자를 써서 제출할게 있었는데,

이 몇자를 적으면서도 손이 떨리고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 거였다.

카피해 간 다른 문서에 있는 제목을 옮겨 적는데,

한 단어는 고사하고, 한자씩 한자씩 보고 옮기고..

그러고도 제대로 쓰는 것인지 확신이 안드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글자를 종이에 연필로, 볼펜으로, 만년필로 써 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서류 보고 결재란에 고작 이름 쓰는 게 대부분이고,

문서로 만들어진 건 연필로 그어가면서 다른 한두자 써보는게 전부다.

그러니 문장이라도 만들어서 쓰려고 하면

문장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손이 떨리고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 꼴이 된 것이다.

 

흰종이 꺼내놓고 한번 써 봤다.

씌여지긴 하는데, 글자 정말 볼만하다.

그 전에 종이에 글자 쓸때도 달필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내가 써 놓고도 무슨 글자인지 잘 모르겠다.

 

수십년 전부터 몽당연필에 침묻혀 가면서 어렵게 배우고,

또 십수년간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쓰고 또 써 온 것이기에

버릴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별로 쓸모 없는 것이기에 쉽게 버려도 되는 것일수도 있는데...

 

종이에 볼펜으로 글씨를 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뭐 중요한걸 잃어버리는 건 아닐테지?

그래도 뭔가 찜찜하고 아쉬운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건

부질없는 아쉬움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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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8 13:12 2007/08/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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