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빠 닮아서 이뻐요. 그리고~

며칠전에 아빠 만났어요.

아빠 만나서 좋았니?

지금보니까 뒤통수가 동그라니 이쁘네.

아빠 닮아서 이뻐요.

뒤통수 납작한 아빠도 많아

아니에요. 애들은 아빠 닮잖아요. 전 아빠 닮아서 이뻐요.

 

고놈 참. 아빠 만나서 좋았다던 표현을 이런 식으로 하는구나 싶다. 아이의 할머니가 아들과 손녀의 재회를 보고 눈물 많이 흘렸다던 얘기를 하신다. 며칠동안의 장대비 속에서 아이와 어머니가 잘 계신지 궁금했던 아빠가 결국은 그렇게 찾아 오셨단다. 함께 있어주질 못하기 때문에 미안한 생각에 그리고 어색한 느낌에 철대위 안으로 차마 들어서진 못하고 어머니와 아이를 불러내서 짜장면 사주고 잘 곳이 없으니 들어와서 자고 가라는 어머님의 청을 어렵사리 거절하고 그냥 여관방에서 하루 지내다 갔다 한다. 이렇게 오랜만에 찾아와도 딸과 하룻밤 있을 곳이 없어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한다.

 

그 아이와 철대위 안의 막내가 나를 부르더니 춤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할머니 핸드폰을 빌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를 계속 반복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춤을 보여준다. 환상의 짝꿍이다.

 

아이들은 핸드폰 음악소리에 만족스러웠는지 이내 카메라 앞에서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고백. 고해성사?

 

우리 향촌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깡패들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며칠전에 **언니한테 잘못한 거 알고 있거든요. 언니한테 참 미안해요. 할머니가 집회 나가서 죽을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해요. 할머니가 안 계시면 전 혼자라는 것도 아는데요. (아이는 여기까지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하나님이 계시니까 전 외롭지 않을 거예요.

 

옆에서 막내둥이가 언니가 우는 것을 보고 눈물을 거칠게 닦아주면서 말을 거든다.

 

저두요. 우리 향촌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엄마가 죽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집회 나갔다가 몇 번 떨어져서 병원 가셨어요. 엄마가 죽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소원은 구구절절 길다. 그리고 그 소원이 어른들이 바라는 소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든 아이들의 진짜 소원이든 지체할 시간이 없다. 행정적으로 이들을 이렇게 내몰고 수습하는 것은 너무나 더디다. 하루빨리 아이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