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7/02/02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사람을 죽였다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사람을 죽였다
영세부품업체 사장 자살 … <중앙>-네이트, "노조 때문" 왜곡
 
 
 

"지속적인 경영악화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의 현실 앞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중압감에 어찌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중략) 저희 제조업 단가 현실과는 너무나 힘이 듭니다. 바보같은 인간이지만 저혼자 호의호식하려하지 않았습니다. 제조원가 너무나도 현실성이 안되네요."

납품단가 인하로 인한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영세업체 사장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일 오전 8시께 경남 창원시 대산면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 사무실에서 이 회사 대표 송모(48·창원시 동정동)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출근한 회사 직원 김모(28·여·김해시 진영읍)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결과 숨진 송씨는 지난 2000년부터 창원시 대산면에 직원 10여 명을 두고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하청업체를 경영해왔다. 최근 경영악화로 인한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중 1일 두 장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송씨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는 최근 중소영세업체 사장들이 환율인하와 납품단가로 인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가 적혀 있었다. 유서에서 송씨는 "제조원가가 현실과 터무니없이 맞지 않아 경영악화가 지속됐다"고 적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해까지 비교적 잘 판매되던 부품을 생산하다가 그 수요가 줄어 외국업체로부터 하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최근 환율이 급격히 내리고 원자재비도 갈수록 높아져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히려 납품 단가는 낮아져 적자폭이 계속 늘어났다.

송씨는 어려운 회사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임금체불을 막기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송씨는 "누구든 저와 같은 전력은 밟지 마세요. ○○야 정말 할 말이 없다"며 숨을 끊는 순간까지도 직원들부터 걱정했으며 "외국인 꼭 챙겨주세요. ○과장 부탁해요"라고 적어 평소 송씨가 가진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끝도없는 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송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다. 지난 2005년 1월 현대자동차는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제주도에 하청업체 임원들을 불러놓고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현대자동차노조와 부품업체인 금속노조가 강력하게 항의했었다.

지난 1월 29일 ㈜만도는 2007년 사업계획 설명회에서 "지난 현대자동차에 납품단가 인하를 800억 맞은 게 맞느냐?"는 노조 간부의 질문에 "CR을 맞은 건 맞지만 액수를 알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하청업체에게 얼마나 때렸냐?"고 묻자 "현대차에 맞은 50%의 단가인하를 요청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즉, 현대자동차가 환율인하를 이유로 1차 하청업체에게 단가인하를 때리면 1차 업체는 1차 업체에게, 2차 업체는 3차 업체에게, 3차는 4차 업체에게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결국 영세업체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회사에게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죽음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4월 19일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 노조와 자동차 부품사 노조, 금속노조 등 1200여명의 노동자가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모여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단'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그룹은 수년 째 계속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매도에 고결한 죽음마저 이용하는 중앙일보

송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환율하락과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납품단가 인하다. 해마다 계속되고 있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와 불공정거래로 인한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해 그는 결국 목숨을 끊었다. 2장 짜리 그의 유서에도 명백하게 씌여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2일자 '현대차 협력업체 사장 목매-주변선 `귀족노조 파업 등으로 자금난'이라는 제목을 달아 그의 죽음이 노동조합 파업 때문이라고 왜곡했다. 유서 어디에도 노동조합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러자 <중앙일보>는 친구의 말을 인용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노조를 매도하는 데 고인의 죽음까지 이용한 것이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악의적인 보도를 한 곳은 네이트다. 네이트는 이 뉴스를 눈에 '화제기사' 머리에 올려놓고 제목도 굵은 글씨로 뽑았으며, <중앙일보>의 제목 '현대차 협력업체...' 앞에 '파업'을 붙여 마치 현대차 파업 사태가 협력업체 사장의 자살과 관련이 있는 듯한 편집 태도를 보였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불공정거래'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 해 12월 28일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자를 청와대로 불러 상생회의를 한다고 했지만 대기업의 범죄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막기 위해 결국 노동자가 나서야 한다.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하나의 산별노조로 뭉친 금속노조는 올해 중앙교섭을 통해 '원하청 불공정 거래 중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산별교섭에서 불공정거래 중단 요구할 계획"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중소기업 육성은 전체 산업을 건강하게 하는 힘인데 하청업체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노동자들의 고통뿐만 아니라 회사의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못해 큰 문제였는데 이제는 사람까지 죽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청회사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면 하청회사는 더 옥죄려고 할 것"이라며 "자본의 몫을 줄이면 원하청 불공정거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재벌의 배를 불리고 불법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계속되고 있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노동자의 힘으로 근절해야 하는 것이다. 

 
2007년 02월 02일 (금) 16:33:26 박점규 현장기자 bada9957@hanmail.net
박점규 현장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너무 리얼해서 무서운 메디컬 드라마

 

 

 

너무 리얼해서 무서운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은 어떤 드라마?
텍스트만보기   조은미(cool) 기자   
 
 
ⓒ iMBC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숨죽이고 지켜봤다."
"소름 끼치게 재미있다."
"친구한테 보라고 권하게 재방 좀 편성해 달라."


MBC주말드라마 <하얀거탑> 시청자게시판엔 벌써부터 기대가 넘쳤다.

지난 6일 시작한 MBC주말드라마 <하얀거탑>(안판석 연출, 이기원 극본)은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굴러간다. 2회 만에 주요 인물들은 이미 링 위에 올라갔다. <하얀거탑>은 본격 메디컬 드라마다. 병원 이야기라고 해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 외과 과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권력 싸움이다.

여기에 병원 생활이 실제처럼 펼쳐진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병원 드라마인 건 틀림없다. 이 드라마를 본 한 대학병원 의사는 말했다.

"이 드라마는 의사들에겐 공포물이다. 너무 리얼해서."

의사들에겐 너무 리얼한 공포물?

드라마 배경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인 명인대 의대 병원이다. 병원 외과 과장(이정길)이 곧 퇴임한다. 하지만 후임인 장준혁(김명민)에게 그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없다. 장준혁은 천재적인 외과 의사다. 소문도 자자하다. 과장은 자기보다 잘난 그가 싫다. 또 다른 의사 노민국(차인표)을 거기 앉히면 퇴임 뒤, 다른 자리가 보장된다.

장준혁은 실력만 최고인 게 아니라 최고가 되고 싶다. 그게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명인의대 병원 외과 과장이다. 변수는 이 병원 실세인 부원장(김창완)이다. 그는 권모술수에 닳고 닳은 달인이다.

하지만 일이 꼬인다. 그가 오진한 환자를 장준혁이 몰래 수술한다. 인간적인 내과의사인 최도영(이선균)이 부탁해서다. 그런 장준혁을 부원장이 그냥 둘 리 없다. 장준혁은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까? 외과 과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까? 천재 외과 의사의 야망의 끝은?

<하얀거탑>은 본래 소설이다. 야마자키 도요코가 쓴 일본 소설이다. 1969년에 발간됐다. 철저한 취재 뒤 사실성 높은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신문 기자 출신 소설가가 썼다. 소설은 단순히 의사들 이야기를 넘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소설이 <하얀거탑>의 원작이다.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1978년과 2003년이다. 일본에서 2003년 만든 드라마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안판석 PD도 "처음 봤던 그 드라마가 잊혀지지 않는다. 워낙 명작이다"고 말했다.

원작의 힘일까? <하얀거탑>엔 벌써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는 대화들이 넘쳐난다. 과장님 사모님조차 행여 부원장 사모님보다 튈라. 애써 수수한 옷을 고르며 말한다. "대장보다 튀어봤자, 남는 건 불똥 밖에 없는 거야."

 
▲ 9일 오후 경기도 이천 세트장에서 외과 과장(이정길)과 부원장(김창완)이 장준혁(김명민)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이 촬영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5억 들인 세트장까지 사실성에 공들여

한국판 <하얀거탑>은 일단 사실성 있는 드라마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의사들로 꾸려진 자문단도 있다. 안판석 PD는 "의료적인 요소를 2006년 상황에 맞게 번안했다.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실제 지난 주말 방송에선 사실적인 수술 장면이 방송됐다. 외과의사 장준혁은 환자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환자 가슴을 열어 심장을 마사지 했다. 이때 실제 사람과 흡사한 환자 모습의 '더미'가 사용됐다. 2500만원 가량 하는 고가 소품이다.

이 드라마가 실감나는 데는 세트장도 한몫한다. 명인대학병원 모습은 6개월 동안 15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만든 1200평짜리 세트장에서 모두 촬영한다. 수술실, 병실, 중환자실, 연구실까지 세밀하게 만들었다. 정교한 병원 그대로다. 맹장 수술 정도야 당장 해도 될 정도다.

김창완씨는 말했다. "딴 생각 없이 연기만 할 수 있는 세트장이다. 자전거 타고 여행하다 보면 산에 미치고 강에 빠지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데, 이 세트장에선 정말 '하얀거탑' 속에 푹 빠지는 느낌이다."

배우들도 탄탄하다. 김명민, 이선균, 송선미 같은 젊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김창완, 이정길, 변희봉, 정한용, 양희경 같은 중견 배우들이 뒤를 받친다. 벌써부터 배우들 연기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창완은 지금껏 우리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선보였다.

불륜도 불치병도 없는 드라마, 될까?

 
▲ 6개월간 15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만든 1200여평의 명인대학병원 세트장의 수술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야망을 쫓는 장준혁을 연기한 김명민은 발군이다. 안판석 PD는 "김명민은 분석력이 상당히 뛰어난 배우"라며 "그에겐 인간의 복합성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 같은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복잡한 인물인 장준혁을 표현하는데 적역이라는 것이다. 김창완도 김명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BS <대조영>, SBS <게임의 여왕>과 맞붙는 <하얀거탑>은 지난 주말 평균시청률 11.4%, (TNS미디어 집계)을 기록했다.

안판석 PD는 "이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라며 "좋은 이야기라는 덴 자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불륜, 출생의 비밀, 불치병, 재벌2세 없는 드라마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하얀거탑>은 성공할 수 있을까?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심판대에 오르게 생겼다.
 
관련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용옥 &quot;나를 마귀로 보는 기독교인...이번에 다를 것&quot;

 

 

 

김용옥 "나를 마귀로 보는 기독교인...이번에 다를 것"
기자회견서 "정통 신앙인" 고백…"기독교의 심오함 알려주겠다"
텍스트만보기   주재일(bomgil) 기자   
 
 
 
▲ 요한복음 강해를 앞두고 1월 31일 기자들과 만난 김용옥 교수는 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쉽게 풀어주었다.
ⓒ 신철민
 
요한복음 강해를 앞두고 1월 31일 기자들과 만난 김용옥 교수(세명대 석좌)는 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쉽게 풀어주었다. 19세기 이후 기독교를 주체적이면서 전폭적으로 수용한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기독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시대를 바로 보지 못하는 일이라며, 죽어서 천당 가려고 믿는 천박한 기독교가 아닌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는 기독교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강해 작업은 기독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들도 기독교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김 교수는 기독교를 거침없이 비판했던 것을 이번 강연에서는 자제하고 차분하게 설득하며 기독교인들과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예수를 믿고, 보수 기독교인이 신앙하는 인격유일신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소통을 위해 위장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정통에 가까운 신앙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말하는 '예수와 유일인격신에 대한 믿음'은 보수 기독교인의 이해와는 분명 차이를 보인다. 기자설명회의 짧은 시간에 이러한 차이를 모두 설명하지 못했다. 그의 강연과 책을 읽으며 차근차근 확인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오늘의 브리핑
 
"독점 폐해 무시하는,
정부가 더 큰 문제"
'비MS' 운동 김기창 교수
 
 
"손학규, 여권 대선후보될 자격 있다"
피켓 들고 거리 나선 여성 아나운서
'왕따' 루아얄, 이대로 주저앉나
노회찬 "민주노총 할당제 없애야"
집나간 '시대정신' 김영환, 돌아오라
"임대주택으로 2마리 토끼 못 잡는다"
'판사 명단 공개' 논쟁은 무지의 소치
'인혁당 질문' 가로막는 박근혜 캠프
'IMF 괴물', 자살 3번 결심케한 요물
 
다음은 김용옥 교수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건가.
"최근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논술과 철학을 강의한 적 있다. 이번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로 기독교 교회에 출석하는 지성인이 내 강의를 들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관심이 많다."

-고전을 강의하면서 우리 시대의 이슈에 대한 발언을 쏟아내 화제를 모았다. 이번 강의에서도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룰 생각인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반추해보자. 이렇게 종교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민족이 세계 어디에 있는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불교를, 조선시대는 유교를, 19세기 말부터는 기독교를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우리 민족의 특수성으로 봐야 한다. 기독교를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하다. 기독교는 외국 선교사가 던져준 종교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수용했다. 이제 남북통일의 문제와 함께 종교 화합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시점에 왔다. 인구까지 줄어드는 마당에 기독교가 팽창할 시기는 지났다. 기독교 입장에서도 새로운 틀을 정립할 때가 되었다. 내 강의가 한국 기독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이미 대선 정국에 들어섰기에 교수님의 발언에 더욱 민감할 것 같다.
"좋은 대통령이 뽑히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에 관해서는 최근 4개월 간 정보를 모은 게 없어서 잘 모른다. 노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해서 우리 시대를 잘못 이끈 대통령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단지 인기가 없을 뿐이지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5년 동안 긍정적인 성과를 잘 살펴 이어가야 한다. 대통령의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노무현 정권 5년을 너무 각박하게 평가하지 말자. 우리 사회는 진보했고 민주 세상을 향해 가는 길이다. 크게 불행한 시기는 아니었다. 우리 시대를 폄하하지 말자."

 
▲ 김용옥 교수는 "기독교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정치적 입장과 거리를 두고, 신앙 공동체의 본래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철민
 
-기독교의 사회책임이나 한기총 등 기독교인들의 정치 활동 어떻게 보는가.
"기독교를 수용한 배경에는 억압 받았던 우리 민족의 고통과 이스라엘이 겪은 고통의 역사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래서 기독교가 감동을 주었다. 처절한 우리 민족에게 기독교는 굉장한 힘을 주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KSCF,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같은 기독교 단체가 한국의 민주화를 주도했다. 지금 이런 물줄기가 다 사그라지고 보수화되는 시대로 갔다. 보수화되는 게 상당히 염려스럽다.

종교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이 많다. 기독교는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 어느 한편에 서면 곤란하다. 정치와 종교가 결부되면 급속히 망하는 첩경이다. 로마와 결탁한 교회 권력도 망했는데, 지금 우리나라라고…. 종교와 정치의 결탁은 교회 자멸하는 길이다. 기독교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정치적 입장과 거리를 두고, 신앙 공동체의 본래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종교는 문명통합적이어야 한다. 어떤 종교든지 민족을 분열해서는 안 된다."

-강의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요한복음은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1장이 가장 난해하다. 1장을 지나면 그다음부터는 쉽다. 1장에서 만들어진 인식론적 틀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10강을 녹화했는데 1장에서도 10절까지 나갔다. 요한복음 전체를 하려면 최소한 100강 규모는 되어야 한다.

강의 초반에는 철학적인 설명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20강 이후에는 영어 강독 형식으로 진행된다. 철학적인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하는 이유는, 헬라 철학을 특히 로고스 사상이라는 배경을 설명하지 않으면 요한복음 해설이 안되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은 희랍 세계, 특히 희랍의 지식인들을 향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학계는 요한복음을 구약과의 관계에서만 해설하려는 경향이 짙지만, 요한복음은 희랍과의 관계에서 이해하는 게 좋다.

강의 형식은 고전 강독이다. 구닥다리 영어가 아니라 현대적 영어를 구사할 것이다. 한 단어에 담긴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해설도 내 평생 배운 것을 녹여서 충분히 할 생각이다."

-인터넷에 댓글이 올라오면 반응할 생각인가.
"지식의 전수는 쌍방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일이 대응할 생각 없다. 내 일 하기도 바쁜데, 창조적인 일을 해야지. 그런 것은 취사선택하는 게 민주 사회의 정도다. 사람들이 민주를 자기들의 요구만 들어달라는 식으로 오해한다. 지식의 세계는 그런 게 아니다. 나는 내 지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강요가 아니다. 나는 독자들하고 채팅하는 그런 지저분한 짓을 절대 안 한다. 평생 그렇게 생각해 왔다. 집에 컴퓨터도 없고, 자판을 두드려본 적도 없다. 난 컴맹이다. 너무 불편해서 배워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정말 인터넷 문명이 대단하다. 내가 30년 동안 모아야 할 책을 며칠 만에 샀다. 아마존은 남의 서재에 꽂힌 책도 가져다주더라."

-과거 논어 강의를 끝마치면서 다시 대중 강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 일은 하사관이 해야지 장교가 할 일은 아니라고 표현했는데.
"그렇게 말했다. 텔레비전에서 대중 강좌를 하다보면 불필요하게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다. 공짜로 강의가 뜨는 게 아니라 돈을 내고 홈페이지에 들아와야 내 강의를 볼 수 있다. 그 정도 열심을 내 들을 정도면 소위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내 신념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또 관객 없이 카메라 앞에서 강의하니 청중에게 쏟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 에너지를 강의에 집중하니 한 번에 다섯 강좌를 연속으로 녹화해도 끄떡없고 재미있더라. 과거 텔레비전 강의는 지나가면 끝이었지만, 이제는 내 작품으로 남으니까 나도 보람을 느낀다.

나는 인류의 3대 지혜서로 노자의 도덕경, 인도 문명의 금강경, 중동의 요한복음을 꼽으면서 이 문헌들을 강의하고 싶다고 밝힌 적 있다. 당시는 막연했지만 그 계획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신학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한복음을 강해하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그래서 안 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렇지만 불트만이나 다드의 주석 못지않은 작품을 내놓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 강의와 책이 결코 경박한 작품은 아니다."

 
▲ 김용옥 교수는 "우수한 신학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요한복음을 강해하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그렇지만 불트만이나 다드의 주석 못지않은 작품을 내놓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 강의와 책이 결코 경박한 작품은 아니다."
ⓒ 신철민
-과거 교수님은 불트만 신학을 토대로 성서를 해석했다. 현대 신학은 불트만 이후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한국 기독교는 불트만을 이해한 적 없다. 불트만의 책을 제대로 번역하지도 못했다. 허혁 선생이 불트만을 깊게 연구했는데 기독교 내부에서 배척받다가 외롭게 돌아가셨다. 불트만은 한국에 비신화화 신학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지독한 정통신학자다. 신앙 형태도 지극히 보수적이다. 불트만은 성서의 신화적 표현 때문에 기독교가 진리를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서에 나오는 신화는 신화로 해석해야 전통적 신앙을 이해하고 보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불트만을 넘어선다. 불트만 이후에 나온 각종 고대 문헌들을 섭렵했고, 불트만 이후의 현대 신학에 대해서도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불트만이 요한복음을 영지주의적 문서로 이해하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내 접근은 정통신학에 가깝다. 철저하게 성서가 말하려는 본래 의도, 예수의 말씀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강해한다. 정통신학에 가까울수록 더 자유로워야 한다."

-교수님은 기독교의 내세적인 특성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렇지만 초월은 종교의 중요한 특징이다.
"묵시록과 종말론은 다르다. 묵시록은 미래의 한 시점에 어떤 특별한 계시가 있다는 기대다. 종말론은 시간의 끝이라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종말론적 긴박성은 오늘 여기 나의 문제다. 지금 여기라는 실존적 상황을 벗어나서 말하는 종말론은 없다. 요한복음은 이러한 종말론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예수는 너희는 나를 믿지 않기에 이미 심판을 받았다고 말한다. 최후의 심판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요한복음은 초월적 측면과 묵시론적 측면을 깊이 있게 종합하려고 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예수나 복음서 기자들이 하나님이 누구라는 걸 말한 적 없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규정할 수 없는 세계다.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를 초월한 분이고, 인간은 하나님을 묘사할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에 대한 경건은 인간의 문제로 귀결된다. 절대 규정할 수 없는 분, 그렇지만 우리에게 말씀을 보내시는 존재가 하나님이다. 기독교 사상도 깊이 들어가면 동양 사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인격신이라는 입장을 벗어나지 않는다. 유일인격신이라는 정체를 깔아뭉개면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찍힌다. 나는 유일신 사상에 기독교의 강력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일신에 대한 해석을 잘해야 한다."

-기독교인을 배려하는 측면이 많다.
"내가 그토록 비판했는데 안 되니까. 이젠 북돋아서 함께 가자는 입장이다. 나도 늙었다. 죽기 전에 반론이 아니라 정론을 내놓고 싶다. 내 인생의 모드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 EBS에서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었다. 감사한다."

-이번 강연이 기독교계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파문이 일면 좋겠다.(웃음) 그렇지만 나는 성서 입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나를 마귀로 보는 기독교인들이 있었지만, 이번 강의를 두고 그렇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같은 집단이 무조건 까지 말고 협조해서 기독교를 잘 알려야 할텐데…."

-한때 기독교인이었고 신학도 전공했는데.
"나는 장로교 집안에서 자랐다. 예장 목회자들 가운데 훌륭한 분치고 우리 집 안 거쳐간 분들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은 목사님들을 대접했다. 우리 집 가까이에 씨알농장이 있어 함석헌 선생의 설교도 많이 들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고 한 때 목사가 되겠다고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1년 후 신학대학을 떠나 철학을 공부했다."

-그럼 신앙을 버린 것인가.
"신앙을 버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기독교인이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럼 누가 기독교인가. 교회를 다닌다고 다 기독교인인가. 아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 기독교인이다. (예수를 믿는가)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면, 나는 예수를 믿는다. 내 안에 예수에 대한 심상이 있다."

 
▲ 김용옥 교수는 "다락방 같은 교회에서 성령 충만한 신앙 공동체가 나온다. 그런데 한국에는 살아 있는 신앙 공동체를 보기 어렵다.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철민
 
-예수의 심상이 어떤 건가.
"짧게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예를 들면, 성경에 오병이어 사건이 나온다. 예수 주변으로 5000명이 모인 것이다. 그것도 배고픈 사람들이다. 예수는 진지하게 사태를 파악한다. 우리에게 뭐가 있는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도시락으로 싸온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그것을 들고 축수(두 손을 모아 빎)한 다음 나누어 먹었다. 뭐 음식이 계속 불어났다는 둥,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둥 하는 말이 없다. 그저 나눠 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수는 그렇다."

-신학대를 떠난 뒤 신앙의 진보가 있었나.
"지금도 방황하고 있다. 도마복음서에 보면, 방황하는 자가 되라는 예수님 말씀이 있다. 성경에는 내가 평화를 주러온 것이 아니라 분란을 주러 왔다고도 말한다. 세속적인 인간관계를 떠나야 한다는 말이다. 방황하라는 것은 세속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세도 40년 동안 방황하다가 부름을 받았다. 그가 민족을 이끌 수 있었던 힘은 방황에서 왔다. 예수는 광야에서 유혹을 받았고, 사도 바울도 아라비아 사막에서 방황하는 시절을 거쳤다. 부자가 천국에 못 들어가는 것은 자기 부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40년의 세월 동안 신앙적으로 크게 자랐다고 자부한다. 나의 체험이 한국 기독교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교회가 퇴보했다고 아쉬워했다. 무엇을 두고 한 말인가.
"대한성서공회가 발행한 성서에 명백한 오자가 엄청나게 많다. 내가 다 써놓았다. 성경의 축자무오류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타임즈에서 1년에 몇 번 없는 오자가 나도 엄청난 일로 처리하는데, 수천만 명이 보고 엄청나게 많이 판매한 성경에 그렇게 많은 오자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문학자로서 보기에 관주성경에 나오는 한문이 틀린 게 많다. 말하면 지적해줄 수 있다. 여기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할 사람 말고 기독교 명전들을 번역할 인물을 키워야 한다. 그런 작업은 출판 논리로는 불가능하다. 교회들이 재정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의 책을 번역 안 하고 건물만 지으려 한다. 건물은 절대적으로 비게 되어 있다. 그렇게 크게 지어서 100년을 버틸 수 있겠나. 유럽 교회를 봐라. 21세기 기독교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 지금 규모로도 충분하다. 배타만 하지 말고 여유롭게 포섭하면서 어른 노릇해라. 기독교가 가장 강력한 종교 아닌가. 다락방 같은 교회에서 성령 충만한 신앙 공동체가 나온다. 그런데 한국에는 살아 있는 신앙 공동체를 보기 어렵다. 반성해야 한다."

-그럼 한국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교회는 억압받던 일제강점기에 감동의 여파로 만들어진 조직력에 의존해 여태 기생하고 있다. 이런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조직력에 의존해 교회를 유지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설교가 감동적이어야 한다. 목사가 공부해야 한다. 자신이 배운 것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지 않고는 절대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많은 목사들이 성경 몇몇 구절을 암기해서 일상에 버무려 구라를 친다. 학문적으로 깊게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위대한 기독교가 솟아날 것이다. 요한복음 주제는 생명, 빛, 진리, 자유, 영생이다. 한국교회에 끊임없는 성령의 감화와 은혜가 솟아나야 한다."

 
▲ 김용옥 교수는 "한국교회는 해외선교할 사람 말고 기독교 명전들을 번역할 인물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건물만 지으려고 한다"며 질책했다.
ⓒ 신철민
 
-한국 기독교의 뿌리 가운데 명동촌에서 형성된 전통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강원룡 목사님을 생전에 만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를 만나 명동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내가 너무 늦게 명동에 대한 이야기를 알았다.(문익환 목사의 사모인 박용길 장로님이 살아계신다) 그런가. 꼭 한번 만나러 가고 싶다."

-여전히 기독교계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교수님을 평가한다.
"나의 강의는 신도들에게 엄청 감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독교를 깽판 놓으려는 사람이 아니다. 기독교가 새로워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다른 종교에서는 나에게 집회를 맡기는데, 왜 기독교만 마귀 취급하는가. 기독교를 통해서 위대한 물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기독교가 제대로 끌고 가야 한다."

-현대 신학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자유주의신학의 오류는 아기 목욕물을 버리라고 했는데 아이까지 버린 일이다. 나는 그들에 비해 훨씬 보수적이다. 기독교를 강력하게 비판하지만, 기독교의 장점을 평범하게 만들어선 안된다는 생각한다. 기독교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른 종교와 깊게 대화할 수 있는 우리 나름의 신학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상황에 천착한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은 보수 종단의 반감을 샀고, 오히려 보수 쪽을 도와주는 꼴이었다.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은 소중한 노력이지만, 이론적 기초가 없었다. 한국 신학의 과제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어떻게 한국에서 새로운 신학을 세우느냐 하는 것이다."

-후속 작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강연이 끝나면 대형 교회를 돌아가며 방문해보고 싶다. 한국교회가 어느 수준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다양한 층의 기독교인을 만나는 건 어떤가.
"좋다. 청년들과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불러 달라."

-교수님의 강의와 관련된 후속 논의가 진행되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
"언제든지 좋다. 격조만 지켜달라."
 
관련
기사
도올 김용옥, EBS '영어로 읽는 요한복음' 강의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기숙 새 책 나오자마자 '십자포화'

 

 

 

조기숙 새 책 나오자마자 '십자포화'
<조선>-심재철 맹비난... 조 교수 "책이나 읽고 비난하라"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 심재철 한나라당 홍보위원장은 2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최근 책을 출판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해 "여당이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게 최고라는데, 참으로 오만하기 그지없다. 이거야말로 건방죄를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를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저서 <마법에 걸린 나라>(cafe.naver.com/chomagic)가 출간되자마자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공격을 받았다.

<조선>은 2일자 4면에 '여당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게 최고'라는 제목으로 조 교수의 책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보수성향의 인터넷신문 <데일리안>도 <조선> 기사와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책 내용을 보도했다.

한나라당 홍보기획위원장을 맡고있는 심재철 의원은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에 대해 "여당이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게 최고라는데, 참으로 오만하기 그지없다. 이거야말로 건방죄를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심 의원은 <조선> 보도를 근거로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의 책) 내용이 오늘 보도됐는데, 전형적인 노빠(노무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를 비하하는 말 - 기자 주) 류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저지른 것이라고는 '국민정서법 위반죄'라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국민정서 오판죄'다. 또 '노 대통령이 여론에 편승하지 않았다'며 이것을 '여론편승 거부죄'라고 한다. 이거야말로 민심순응 거부죄라고 얘기했다. '노빠' 류의 지독한 아집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심 의원은 "조 교수가 또 '학자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며 희한한 어용론을 펼쳐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 의원의 말이 끝나자 장윤석 인권위원장은 "법률가도 모르는 죄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조선> 보도와 심 의원의 주장처럼 조 교수의 책은 '노빠'의 아집만을 보여준 것일까? 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조선>을 필두로 한 수구언론과의 담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진보진영이 민심을 얻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짚어냈다.

조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선>의 왜곡된 기사와 곧바로 이어진 심 의원의 발언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조동문 프레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실제로 <조선> 기사와 조 교수의 책을 대조해보면 어감에서 차이가 나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조선> 기사는 "그는 '열린우리당이 오만하고 편가르기를 해서 싫다는 여론조사는 무시하는 것이 최고'라며 더욱 오만해질 것을 주문했다"고 했고, 이는 "여당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게 최고"라는 제목으로 채택됐다.

책의 원문은 이렇게 되어있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왜 싫냐고 했더니 오만하고 편가르기 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여론조사는 무시하는 것이 최고다. 리프만의 명언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가 사람들의 행동과 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매일 이런 조사 결과를 진실처럼 읊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참 괴로운 일이다."

조 교수는 "특정 언론사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인데, 의도성 있는 여론조사를 여론으로 비틀어 소개한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에 "학자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인용된 대목도 원문은 이렇게 되어있다.

"과거 독재정권에 협력했던 학자들에게 어용의 낙인이 찍히듯, 앞으로는 수준 낮은 언론에 협력한 부끄러운 학자로 기록되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 대한 봉사이며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다음 정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언론을 위해 봉사하는 교수들은 특정 정파를 위해, 혹은 특정 자본가를 위해 일했다고 기록될 수도 있다."

국민들의 선택으로 집권한 정부에 학자들이 협력하는 것은 독재시대 어용 학자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학자가 정부에 협력하는 것을 무조건 어용으로 몰아붙인다면 한나라당이 향후 집권을 하더라도 한나라당 정권에 참여하는 모든 학자들이 어용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조 교수는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헌법보다 무섭다는 국민정서법 위반죄, 여론편승거부에 따른 괘씸죄라고 할 수 있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국민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이성과 논리와 합리로만 정치를 한 것이 꼭 올바르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조 교수는 "심재철 의원이야말로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조선> 기사만 보고 신문사의 지시대로 로봇처럼 움직인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교수는 8일 영풍문고(저녁 7시)에서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조 교수는 "<조선> 기사만 읽고 책에 거부감을 느낀 분들과 이 자리에서 토론을 하고싶다. 책을 집필하는 데 도움을 주신 '개혁 네티즌들'에게는 책을 무료로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2007-02-02 11:42
ⓒ 2007 Ohmy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