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ese Democracy review
- 17년의 침묵과 기다림의 가치-
17년. 전작 Use Your Illusion I과 II의 발매 후의 그 긴 시간이 팬들에게는 마치 Street Of Dreams의 노랫말처럼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bittersweet'한 세월이었을 것이다. 1993년 7월 17일 아르헨티나 공연을 끝으로 그들은 긴 휴식에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옛날 단 3장의 정규앨범으로 전설이 된 밴드의 라인업은 붕괴되어 버렸다. 밴드의 핵심이자 목소리였던 액슬 로즈는 새로운 멤버들로 팀을 재정비했고 2001년 새해 첫날, 라스베가스 공연을 시작으로 같은 달 15일 Rock in Rio III를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그 밴드는 더이상 1986년 선셋 스트립을 휘젓던 젊은 혈기의 청년들이 아니었다. 액슬 로즈의 달라진 목소리와 음악적 성향, KFC 버킷을 뒤집어 쓰고 쌍절곤을 휘두르는 낯선 멤버의 등장은 올드 팬들을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Madagascar와 Street Of Dreams(당시 제목은 The Blues) 같은 곡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새 앨범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도 잠시. 2002년 12월 메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을 끝으로 그들은 또다시 긴 침묵에 들어가고 버킷헤드는 밴드와 작별을 고한다.
새로운 기타리스트 론 "범블풋" 딸을 영입해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2006~2007년 시기에도 앨범이 발매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곧 나올 것이다"라는 그들의 약속은 "'곧'은 그냥 단어일 뿐이다(Soon is the word)"라는 조롱 섞인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2007년 7월 21일 오사카 공연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모습을 감추었고, 또다시 긴 침묵이 시작될 듯 했다.
열혈 팬들이 유출된 곡으로 기다림의 괴로움을 달래던 중 밴드는 매니저를 교체하고 게임 Rock Band 2에 신곡 Shackler's Revenge를 삽입하는 등 앨범 발매에 대한 기대를 다시 갖게 했고, 2008년에 앨범이 발매되면 전 미국인들에게 공짜 음료를 돌리겠다는 닥터페퍼의 조롱 섞인 약속과 "잘 마시겠다"는 액슬의 답변은 그러한 기대를 절정으로 치닫게 했다. 곧이어 Best Buy 독점으로 앨범이 발매된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고 2008년 10월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들은 드디어 앨범 발매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무덤에 있는 커트 코베인이 살아나서 너바나의 후속작을 내는게 더 빠르겠다고 조롱받던 그 앨범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CD 플레이어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일 뿐이다. (현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마트에서 닥터페퍼 한 캔을 사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 우선 필자는 GN'R의 오래된 매니아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지극히도 주관적이었다는 것을 밝힌다.
1. Chinese Democracy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곡으로, 첫번째 공식 싱글로 발매되었다. 액슬과 조쉬 프리즈가 공동 작곡한 이 곡은 싱글 발매 하루만에 미국에서만 약 700번 라디오 전파를 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대부분 국가의 차트를 휩쓸었다. 그만큼 GN'R의 신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곡 자체는 Better나 Scraped 등 다른 곡들에 비해 흡입력이 낮은 편이다. 리프는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 들고, 소절과 후렴간에 뚜렷한 변화가 없어 밋밋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앨범의 서막을 여는 역할로는 충분하다. 각종 효과음 속으로 "뭐라고 말해봐" "넌 미쳤어" "네가 틀렸어" 등의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깔리고, 드디어 곡의 시작을 예고하는 북소리(?)와 함께 인트로 리프가 반복된 후 본격적으로 곡이 시작된다. 시작 부분에서 액슬 특유의 하이톤의 스크리밍이 '역시 이건 GN'R의 앨범이구나'하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데모 버전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론의 낮은 톤의 슬라이드 기타가 듣는 재미를 더한다. 중간 부분 로빈에 이어 버킷헤드의 플레이로 이어지는 기타 솔로는 단조로운 분위기를 어느정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반적인 가사의 내용은 중국 정부의 독재적인 'Iron Fist(철권 통치)'를 비난하고, '동족을 지옥에 가둬두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파룬궁 탄압을 비난하고 있다.
라이브로는 2001년 1월 1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그들의 복귀 공연에서 처음 연주되었고, 2002년 유럽, 아시아, 북미 투어의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었다가 2006~2007년에는 간간히 연주되거나 앵콜 곡으로 연주되었다.
◆ 개인 평점 : ★★★★
2. Shackler's Revenge 리듬액션 게임인 'Rock Band 2'에 삽입된 곡이다. 그 전에 'Chicken Dinner'라는 제목으로 유출된 적 있다. 'Chicken Dinner'라는 제목은 아마 'Chinese Democracy'의 약자인 CD를 가지고 장난스럽게 붙인 것이 아닌가 한다. 기존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곡인데, 다른 곡들도 어느정도 그렇지만 특히 이 곡은 기존 건즈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곡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들으면 맨슨이나 롭좀비같은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곡 자체로 놓고 본다면 액슬의 초저음에서 고음을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보컬과 빠르고 그루브있는 리프 등 흠잡을 데가 없다. 기타 솔로는 버킷헤드가 아닌 범블풋이 했는데, 중간 솔로에선 플렛리스, 끝부분 솔로에선 플렛 기타를 사용하고 있다.
◆ 개인 평점 : ★★★★
3. Better
두번째 싱글 넘버로, 뉴욕 복귀 공연을 얼마 앞두지 않은 2006년 2월, I.R.S와 함께 유출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곡이다. 로빈의 피치 사운드의 기타와 액슬의 가성 보컬이 곡의 시작을 열고 이어 파워풀한 리프가 빈틈없이 강렬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중간 부분에서 리프의 변화가 버킷헤드의 속주 솔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이어지는 I never wanted..부분에서 액슬은 강렬한 고음 보컬로 절정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곡이 유출된 시기에는 한참 옛날의 Oh My God과 빅대디 SCOM을 제외하곤 공개된 스튜디오 음원이 없었기 때문에 액슬이 과연 예전의 강렬한 보컬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다시피 2001~2년의 액슬의 라이브 보컬은 폐활량은 지금보다 나았지만 전반적으로 거의 절망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의문은 일종의 불안감이 되어 다가왔다. 하지만 이 곡의 완벽한 보컬을 접하고 그러한 의문은 자취를 감췄다. 또한 슬래쉬라는 큰 기둥을 대체하기에 로빈 핑크의 자질은 팬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이 곡을 로빈이 작곡했다고 알려짐에 따라 그러한 불안감들도 많이 사그라들었다(여전히 그의 연주 스타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데모에서 버킷헤드의 솔로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탈퇴 후 그의 솔로를 들을 수 없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 다행히 앨범에도 그대로 실려있다. 버킷헤드의 섬광같은 솔로와 대비되는 후반부의 블루지한 로빈의 솔로는 이렇게 헤비한 락 넘버에서 어떤 편안함까지 느끼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이 곡은 '06버전과 '07버전의 데모가 각각 존재하는데, '06버전은 사운드가 좀 더 거친 반면 '07버전은 좀 더 부드러워지고 피트먼의 기계음이 강조되어 있다. 앨범 버전에는 드럼 사운드가 보강, 론의 기타가 추가되고 기계음이 균형있게 배치되었다. '07년 후반 공연에 사용된 브릿지 부분의 기타 슬라이드음도 삽입되었다(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별로다). 이런 차이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06, '07, 그리고 앨범 버전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이 현상은 유독 이 곡에서만 심하게 나타나는데 그만큼 이 곡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크기 때문인 듯 하다.
라이브에서도 거의 모든 공연에서 연주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2006년 12월 20일 공연을 추천해주고 싶다. 론이 가장 라이브에서 공연하기 힘든 곡으로 이 곡을 꼽기도 했는데, 무대를 돌아다니며 연주하다가 고음 코러스를 할때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한다. 한때 할리 데이비슨 Black Sheep 시리즈 배너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였으나 계약문제로 곧 Paradise City로 대체되기도 했다. ◆ 개인 평점 : ★★★★★
4. Street Of Dreams
2001년 1월 1일 처음 라이브에서 공개된 후로 거의 8년간을 The Blues라는 제목으로 불렸던 노래가 Street Of Dreams로 변경되어 앨범에 수록되었다. 필자를 포함해 이 곡을 좋아하고 아꼈던 팬들에겐 무척 낯선 일일 것이다. 아마 액슬은 좀 더 희망적인 느낌의 제목을 원했던 것 같다. 본 앨범에 실린 발라드 곡 중 가장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곡으로, 라이브 세트리스트에서도 거의 예외없이 연주되었다. 디지의 잔잔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의 인트로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부드럽고 때로는 거친 목소리로 애절함을 노래하는 액슬의 보컬은 그 목소리에 지난 모든 세월이 담겨 있는 듯 아련한 느낌을 준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블루지한 로빈의 기타 솔로를 지나 이어지는 잔잔한 브릿지, 곧이어 다시 폭발하는 고음의 보컬과 후반부 "what'd I tell you" 부분에서 찢어지는 듯한 액슬의 절규가 절정을 이루고, 페이드 인 되는 아웃트로는 마치 영화가 끝나도 엔딩 크레딧을 보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의 기분처럼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November Rain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한편의 서사시라고 생각한다. 완벽하다.
◆ 개인 평점 : ★★★★★
5. If The World
앨범 발매 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Body Of Lies의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곡이다. 그에 앞서 2008년 6월 유출 사건 때 Riad N' Bedouins, Prostitute와 함께 유출된 바 있다. 유출시킨 블로거가 FBI에 체포된 유명한 사건이다. 힙합 분위기의 드럼머신과 스패니쉬 기타가 만들어내는 늘어지는 듯 하면서도 그루브감이 있는 리프, 복잡한 악기 편성과 심플한 가사, 긴 호흡을 자랑하는 보컬은 멤버 각각의 연주가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어 이상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준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치 밴드의 미발표곡 'Just Another Sunday'의 힙합 버전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 개인 평점 : ★★★☆
6. There Was A Time
약 7분에 이르는 한편의 서사시같은 느낌의 곡이다. 데모로는 '99-'06-'07-'08의 4가지 버전이 존재하고, 액슬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라이브로 단 2회밖에 연주되지 않았을 정도로 구성이 방대하고 보컬의 난이도 또한 상당하다. 곡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성가대 화음과 무려 여섯 대의 기타로 이루어지지만 전혀 난잡하지 않은 꽉찬 리프와 멜로디, 또다시 자신의 과거에 대한 회상과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번민이 뒤섞인 질문을 던지는 노랫말, 후반부에 길게 이어지는 간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버킷헤드의 환상적인 솔로는 액슬과 그의 밴드가 추구하는 완벽한 사운드의 이상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곡이 끝난 후 이어지는 성가대 화음은 그닥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라이브로는 2006년 5월 28일 마드리드 공연을 추천해주고 싶다.
◆ 개인 평점 : ★★★★☆
7. Catcher In The Rye
액슬과 폴이 공동으로 작곡한 곡으로, 2006년에 데모가 유출된 적이 있다. 데모 상으로는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참여했었는데, 아쉽게도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다. 그의 기타 솔로 자리를 로빈과 론의 솔로가 대신하고 있는데, 뭔가 많이 아쉬운 느낌이 난다. 데모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 탓도 있을테고 브라이언 특유의 감성이 빠져서 뭔가 미완성된 듯한 느낌이다. 후반부의 솔로는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과 잘 맞아떨어지지만 중간 부분의 솔로는 아무래도 브라이언 버전이 훨씬 감성적이다. 하지만 조악한 음질의 데모와는 달리 완벽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들려주니 그것으로 만족하자. 나중에 B-Side에라도 브라이언 버전이 실렸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이 곡은 필자가 앨범 중 Street of Dreams 다음으로 꼽는 발라드곡이다. 스크레치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매끄러운 액슬의 보컬-데모와 비교해봤을 때 보컬은 일부 재녹음되었다-과 서정적인 곡의 분위기가 완벽히 맞아떨어져 한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해낸다. 특히 곡 후반부 'On an ordinary day'부터의 멜로디는 GN'R의 모든 노래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이 곡은 2006~2007 투어 시기에 유출됐음에도 한번도 라이브로 연주되지 않았는데, 브라이언의 부재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의 파트가 빠진 채 수록된 걸 보면 그런 이유는 아닌 듯 하다. 어쨌든 라이브 공연도 굉장히 기대가 되는 곡이고, GN'R의 새로운 발라드 히트곡으로도 손색없는 훌륭한 곡이다.
이 곡은 존레논에 대한 헌정곡으로 알려져있는데, 그를 살해한 마크 채프먼이 체포 당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듣던 노래, 누군가가 안식을 얻었던 그 노래가 들리지 않고' 부분에선 레논의 노래를 더이상 들을 수 없는 슬픔을 묘사했고, '그 목소리가 내게서 떠나버렸다'라는 가사로 레논을 추모하고 있다.
◆ 개인 평점 : ★★★★★
8. Scraped
Best Buy의 프로모션 광고에 삽입되어 발매 전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곡이다. 아카펠라 화음과 날카로운 고음의 보컬이 포문을 열고, 이어지는 폭발적인 리프는 "이제 우릴 막으려고 하지마. 내가 그냥 두지 않을테니"라는 저돌적인 가사와 어울려 전형적인 락앤롤의 정신을 담아낸다. "Sometimes I feel like.."로 시작되는 소절의 멜로디는 그들의 초창기 트랙 'Oh My God'을 연상케 하고, 다양하게 변화되는 리프와 버킷헤드, 론의 신들린 듯한 솔로는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노래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곡 전반에 걸쳐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는 밴드의 의지를 담아낸 듯한, Better와 함께 대중의 큰 인기를 얻을 거라 예상되는 아주 멋진 곡이다.
◆ 개인 평점 : ★★★★☆
9. Riad N' The Bedouins
'리야드와 베두인 사람'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곡이다. 원래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를 뜻하는 리야드는 'Riyadh'로 표기하는게 맞는데 '정원이 딸린 모로코식 주택'을 뜻하는 'Riad'란 단어도 있으니 후자의 뜻일 수도 있고, 제목의 연계상으로 생각해볼 때는 'Riyadh'의 의도적인 오타라고 볼 수도 있다. 2001년 복귀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후 비슷한 분위기인 Silworms와 함께 가장 약한 트랙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앨범 버전에서는 그 생각을 무색케 할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인트로는 금방이라도 사막에서 모래바람이 몰아칠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어지는 헤비한 리프와 날카로운 보컬이 일품이다. 정신을 쏙 빼놓는 듯한 후반부 버킷헤드의 솔로는 새삼 그의 부재를 아쉽게 한다.
◆ 개인 평점 : ★★★★
10. Sorry
시종일관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곡이다. 마치 핑크 플로이드와 블랙 사바스가 만난 듯한 느낌이다. 제목만 보면 누군가에게 미안한 감정을 털어놓은 노래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sorry는 '미안하다'의 뜻이 아닌 '안됐다'라는 뜻으로 쓰여서, 나를 상처입힌 그 누군가에게 '넌 참 안됐구나'라는 조롱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분 55초까지의 느낌은 상당히 좋았으나, 그 뒤에 이어지는 후렴구의 멜로디는 마치 어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판소리 명창의 스페셜 무대가 마련된 듯한 어색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후의 블루지한 기타 솔로는 맘에 든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런 우울한 발라드는 개인 취향에는 그닥 맞지 않는다. 세바스찬 바하가 코러스에 참여했는데, 그의 최근 솔로 앨범에 액슬이 세 곡이나 참여했으니 기회가 되면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 개인 평점 : ★★★
11. I.R.S
뉴GN'R 최초의 유출곡으로, 2004년 야구 선수 마이크 피아자에게 온 익명의 팬레터에 이 곡이 담긴 CD가 들어있었고, Eddie Trunk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었다. 1999년의 데모도 존재하므로 곡이 쓰여진 시기는 그 이전일 것이다. '99-'06-'07-'08로 이어지는 네가지 버전의 데모는 이 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제목만 봐서는 밀린 세금을 받아내고자 하는 국세청 직원의 의지를 담은 노래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강한 집착을 가진 한 남자의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푸념을 담고 있다. 대통령, 탐정, 국세청도 모자라 FBI까지 호출해야 하는 그의 사정은 무엇일까. 이 곡은 라이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특히 2006년 12월 20일 LA 공연과 2007년 7월 21일 오사카 공연을 추천하고 싶다. 프로샷으로는 2006년 6월 2일 락앰링 공연을 추천한다. "It's such a crime you know it's true" 부분에서 엄청난 호흡량을 자랑하는 액슬의 고음 보컬과 이어지는 버킷헤드의 속주 솔로와 스위치온-오프 주법을 사용한 마무리는 어떤 전율마저도 느끼게 한다. 한가지 아쉬운건 보컬의 파워가 좀 부족하다는 점이다. 데모에서의 보컬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재녹음을 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운드는 대폭 보강되어 만족스럽다.
◆ 개인 평점 : ★★★★★
12. Madagascar
2001년 Rock in Rio III에서 처음 라이브로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곡이다. 복잡한 악기편성과 드라마틱한 구성이 한 편의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중간 부분에서는 마틴루터킹 목사의 'I Have A Dream'등의 연설과 미시시피 버닝, 세븐, 브레이브 하트, 그리고 Civil War에도 삽입된 유명한 Cool Hand Luke의 대사 등을 인용하여 웅장한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노래하는 가사와도 문맥적 흐름을 같이 한다. 단지 아쉬운 점은 데모에서의 보컬을 그대로 썼다는 점이다. 데모가 유출됐을 때 팬들 사이에서도 보컬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는데, 초반 소절에서의 보컬 톤이 굉장히 불안하고 작위적인 느낌이 난다. 마치 Big Daddy OST 버전의 Sweet Child O' Mine에서의 억지스러운 보컬이나 2006년 다운로드 페스티벌에서 Better때의 힘빠진 보컬을 듣는 기분이다. 분명히 이것보다 나은 녹음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데모의 보컬을 그대로 썼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라이브 공연으로는 2002년 12월 2일 보스턴, 2006년 5월 31일 부다페스트, 2006년 12월 20일 LA 공연 등을 추천한다.
◆ 개인 평점 : ★★★★☆
13. This I Love
본 앨범에서 액슬이 혼자서 작곡한 유일한 곡이다. 원래 이 곡은 1993년 이전에 오리지날 GN'R 시절에 만든 곡이며 UYI 후속 앨범에 실릴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의 레코딩 테입이 파리, 런던, 시드니 등 각지에 흩어져있어서 이 곡의 테입을 찾는데 몇 주가 걸렸다는 후문이 있다. 또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어떤 영화에 수록 예정이었다는 말도 있다. (시기상으로 아마 피셔킹이 아닐까). 루머에 따르면 이 노래가 Don't Cry-November Rain-Estranged로 이어지는 3부작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스트링과 하프 연주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가사는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평범한 내용이다. 어떻게 들으면 멜로디가 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자꾸 들으면 나름 중독성이 있다. 그러고보면 액슬은 사랑의 아름다움 보다는 슬픔과 애절함을 더 많이 노래하는데, 지난 세월의 아픔에서 비롯된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 개인 평점 : ★★★★
14. Prostitute
Antiquiet 유출건 때 제목미상(Song #2)으로 유출되어 당시 유출된 세 곡 중 가장 인기를 얻었던 곡이다. 곡 전반에 깔리는 피아노 반주를 잘 들어보면 액슬이 2002년부터 November Rain의 인트로로 연주했던 피아노 곡과 동일하다. 따라서 최소 2002년 이전부터 작업된 곡임을 알 수 있다. 스트링 세션을 담당한 Buckmaster가 언급한대로 마치 얼음과 불의 조화처럼 잔잔한 피아노 반주로 시작되다가 공격적인 기타리프와 액슬의 보컬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오케스트라가 곡에 웅장함을 더한다. 스트링 파트를 위해 1바이올린 10대, 2바이올린 8대, 비올라 6대와 8대의 첼로가 동원되었다. 곡이 끝난 후 오랫동안 깔리는 잔잔한 오케스트라는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고 여운을 남기기에 적합하다. Chinese Democracy가 긴 인트로로 앨범의 서막을 열듯이 말이다. 작곡은 액슬과 폴 공동으로 표기돼있다.
전반적인 가사 내용으로 보아 슬래쉬에 대한 노래가 아닌가 싶다. 밴드의 해체와 슬래쉬의 탈퇴에 대한 여론의 비난, 항상 자신을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前멤버의 그늘, 이런 상황들을 가사에 대입시켜 보면 얼추 상황이 맞아 들어간다.
◆ 개인 평점 : ★★★★☆
CD를 가득 채운 14곡이 구성하는 71분의 서사시 속에서 무려 12명의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전혀 난잡하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한편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날카로우며 또 때로는 신경질적인 액슬 로즈의 목소리는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담아둔 그간의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려는 듯 다양한 노랫말을 14곡의 이야기에 담아냈다. 어떻게 보면 뉴 GN'R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폴 토바이어스의 영입 후 1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야 그들은 그 첫번째 결과물을 내놓았다. 여전히 제멋대로이고 여전히 파괴적인 이 락앤롤 황제를 위해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비워두어야 할 때이다.
◆ 전체 평점 : ★★★★☆
글 : RaspAxl - 2008년 11월-
http://blog.daum.net/raspaxl
|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