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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가 혼재된 곳_바라나시_01

 

 

한겨울, 이른 아침의 갠지스... 안개가 자욱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듯하면서도

멀리 가물가물 형태가 보인다.

목욕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마니까르니까 가트 manikarnika ghat.

이 곳은 다른 가트들과는 달리 화장터로 이용된다.

(그런 가트가 한 군데 더 있지만 규모가 작다.)

마니까르니까 가트에는,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길 원하는 힌두교도들의 시신이

하루에도 십수 차례 실려온다.

 

하얀 천에 둘러싸여 갠지스 강물에 담궈졌다 올라오는 시신,

이제 곧 태워지려 천에서 벗겨져 들어올려지는 작고 깡마른 노인의 시신,

천에 싸인 채 강으로 떠내려가길 기다리는 아이의 시신.

 

타다 남은 살. 타고 남은 재...

 

이 곳에서는 생과 사가 이렇듯 적나라하다.



 

가난하고 늙고 병이 든 자들은, 이 곳에서 죽기를 기다리기도 한단다.

관광객들의 기부금으로 먹고 자고 보살핌을 받는 자들...

 

시신 한 구 태우는데 200킬로의 목재가 필요한데,

1킬로에 145루피란다.

한참 설명을 하던 가이드는 이 부분에 이르자, 보시를 하란다.

너의 업(카르마)을 덜어줄 터이니.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면죄부를 사는 듯해 우스웠고...

여행자의 주머니를 털려는 수작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내 그들을 믿고 따른다.

그들을 존중하고 싶었으므로.

 

언젠가부터 내 여행에 원칙이 몇 가지 생겼는데,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 것.

현지인과 똑같이 먹고 자겠다고 만용부리지 말 것.

박물관보다는 자연을, 유적지보다는 작은 마을을.

느리게 걸으며 길을 음미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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