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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구치소에 있는 민진이

민진아,

구치소 독방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니. 

화성경찰서에서 조사받으면서부터 유치장에 있을 때까지 별 얘기도 나누지 못했구나. 그 날 조사받을때 옆에서 보면서 많이 안타까왔다.
니가 순수한 마음으로 주민들과 함께 농사지을려고 들어와서 생활한 것이
무슨 죄이길래 그토록 고통을 받아야 하고 구속까지 되어야 했을까?
 

그래도 유치장에 있으면서는, 너는 어느 단체 소속도 아니고 더욱이 간부도 아니고 하니 별 일없이 풀려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덜컥 영장이 청구되고 구속까지 되는 걸 보고 얼마나 안타까왔는지..이 나라 법이라는게 그렇게 힘없고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마저 옭아매서 철창에 가두는 것이구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니. 면회를 가야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먼저 편지라도 띄우자는 생각에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니가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힘을 잃지 말고 희망을 가지자.
재판받고 금방 풀려날 거라고 나도 생각해. 
몸 건강히 지내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보자.

 

2006. 5. 23

 

 

안녕,
지난 번에 보낸 건 받았는지 모르겠구나.
구치소 생활은 어떠니. 그런 곳에는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을텐데
참 고생이 많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제는 대추리에 다녀왔어.
솔부엉이 도서관을 다시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랑 같이 갔었다.
마을회관 옆 골목으로 조금 내려간 곳에다가 솔부엉이 도서관을
다시 만들었어. 국방부에서 찾아온 책들을 다시 닦고 손질하고,
마을 분들이 여기저기서 책장을 구해다 주시고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집을 청소하고 꾸며서 도서관을 다시 열게 되었지.
개관식은 노인회장님이 인사말을 하시고, 이민강 할아버지가 노래 한자락 하시고 도서관장이 한마디 하고 아이들이 율동도 하면서 흥겹게 치렀어. 그래도 학교가 무너진 뒤로 사람들 마음도 휑 했는데 솔부엉이 도서관이라도 다시 만들어지니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들이었지.
여기저기서 축하해주러 많이들 왔고 말이야.

난 그 자리에 너도 함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저녁때는 농협창고에서 촛불집회를 했어. 창고 안에서는 요즘 미술가들이 평택 관련한 작품전시회를 하고 있지. 조각도 있고 그림도 있고 사진도 있고.
마을 분들은 농사일도 꾸준히 하시고 계신 것 같아. 주말에는 학생들을 비롯해서 농활도 많이 오고.
빨리 너한테 면회를 가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틈이 잘 나지 않네. 그래서 더 미안하기도 하고. 꼭 갈께. 안녕.

 

2006. 5. 29

 

* 민진이는 평택지킴이로 있다가 지난 5월 5일 연행되어 구속되었고 수원구치소에 있습니다.

- 수원시 팔달구 동수원우체국 사서함 17호 (우편번호 442-600) 수번 306 윤민진

* 전자서신 보내는 법 : http://suwon.corrections.go.kr/에 들어가서 전자서신 메뉴를 누르고 가입을 하고 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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