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녀옴

분류없음 2013/11/18 03:37
간만에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교회에 감. 오늘 설교는 Saul 이 다마스쿠스 가는 길에 겪은 멘붕을 기록한 사도행전 이야기에 근거해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급전직하 인생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리더를 고르는 방법을 설파. // 목사는 이 나라에서 공식적인 첫 동성결혼을 이끈 비이성애자이고 다소 급진적인 사람으로 알려져있지만 한 번도 누굴 찍어라, 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리더를 고를 때엔 그 사람이 제시하는 비전을 보고, 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플랜과 실제 (practice) 를 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실수했을 때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굴 두고 하는 얘기인지 뻔하긴 하지만 냉소적이거나 우스꽝스럽게 이끌지 않아서 좋았다. 한국인 목사님들이 제발 저렇게만 설교하시면 좋겠는데. 기도하는대로 이룹니다, 주님은 지켜봅니다, 세상일을 좇지 말고 하나님의 일을 좇으세요, 예수는 천국입니다, 아프면 기도하세요, 명박하게 투표하세요... 뭐, 이런 건 아니지 않나... //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 사람들이 있긴 있겠지만 미친 것 같기는 하다, 일정. 미치지 않고 이 세상을 어찌 살겠는가. 그런데 한국 교회나 한국인들이 장사하는 교회에 비해 훨씬 좋은 점은 뭘 하라고 하질 않는다는 거. 그냥 내버려두니까 너무 좋다. 멤버쉽을 가진 뒤 가끔 전화가 오기는 해도 지금 통화하기 거북해, 라고 말하거나 그레이트, 사운즈굿, 하다가 안녕, 하고 끊어도 별 뒷말이 없다. // 오늘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시에 맞춘 송가를 들었는데 아주 그만이었다. 시에서 꽤 유명한 비이성애자 가수가 나와 곧 할거야, (뭘? 뭐든지) 라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는 것도 좋았다. 짝이 일하는 탓에 혼자 오가는 길이 쓸쓸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러나, 조용하고 한적한 그 기운이 이젠 참말로 좋다. // 언젠가 게이빌리지의 한 카페 파티오에 앉아 젊은 남자들 구경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아 잡수시는 목사 커플을 본 적이 있다. 재미나고 유쾌한 장면이었다. 목사님, 오래 사세요. 목사님 건강을 기원하다니, 참 인생은 살고 볼 일이다.
2013/11/18 03:37 2013/11/18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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