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곳과 때

분류없음 2013/11/11 12:24
2009년 4월, 한국을 떠났고 이듬해 4월 들렀다가 이 도시에 왔고, 공식적으로는 5월에 남쪽 국경을 통해 이 나라에 입국했다. 그 때 잠시 미국땅을 밟았으니 누군가 미국에 가봤냐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아니다고 할 수도 없는 곡절이랄까. 여느 사람들처럼 가방끈이 긴 사회지도층 인사도 아니고 돈은 더더욱 없으니 그야말로 남루한 이주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즉 권한과 책임을 누릴 수 있는 시민은 아니지만 세계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자존감은 날이 갈수록 도타워지고 있다. 아마도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싶은 근원적 욕망 탓이리라. 한국에 있을 땐 -기껏해야 - 성차별과 소수파로서 겪는 따돌림 정도가 다였다면 인종차별, 성차별, 신분차별, 언어차별, 성정체성차별... 등을 겪고 특히 한국인들을 상대하면 그 차별과 불링-따돌림의 강도 올라간다. 아마도 지금쯤 한국은 - 한국의 이른바 운동권 집단은 더 많이 근사해졌을 것 같다. 나는 그저 한국을 떠난 2009년 4월, 거기에 딱 머물러 있다. /// 향수병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음식. 냄새. 소리. 사람들은, 글쎄... 강아지들, 한국형 강아지들이 보고 싶다. 발바리라고 해야 하나. 얼마 전 청국장을 사다가 끓여 먹었다. 진짜, 이른바 원조를 사다 끓였다면 누군가 경찰을 불렀을 거야. 아무튼 그걸 먹는데 콧구멍, 눈구멍, 목구멍, 귓구멍이 다 멍멍해서 한참 힘들었다. 하루면 물건이 오가는 첨단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왜 그러느냐고, 특히 이민오신 지 십 년 넘으신 양반들이 들으면 등짝을 휘갈기시겠지만 청국장 그 냄새에, 발꼬랑내 그 냄새에 나도 모르게 그만. 훌쩍. /// 나를 기억하는 한국 영토 내에 있는 한국인들은, 우리 엄마 포함 2009년 4월 이전까지의 나를 기억하고 있겠지. 나는 거기에 그렇게 있겠구나.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 ---- 고향에 가고 싶다.
2013/11/11 12:24 2013/11/11 12:24
tags :
Trackback 0 : Comments 3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ys1917/trackback/959

  1. 무한한 뎡야 2013/11/11 13:05 Modify/Delete Reply

    글이 너무 외롭다

  2. 꽃개 2013/11/12 23:44 Modify/Delete Reply

    좀 그런가요... 고독한 것 빼고는 잘 지내고 있어요.

  3. 사막은 2013/11/18 02:07 Modify/Delete Reply

    이궁~ 우짜꼬...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