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일탈

분류없음 2013/12/10 02:53

청와대고 야당이고 국정원이고 경찰이고간에 황당한 일이 생기면 '개인의 일탈'이라고 말하네. 재밌다, 그논리 참. 이 도시의 시장님이 연일 괴이쩍은 행실을 일삼다가 드디어 직무정지를 당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 '미틴(친) 놈'이라고. '개인의 일탈'의 또다른 버전. 

 

엊그제 일하던 곳에서 클라이언트 한 분이 자살계획을 너무나 상세하게 설명하시어 절차대로 병원에 보내드렸다. 업무지침에 따라 그런 사람을 혼자 두면 안되기 때문에 앰뷸런스를 부르고 도착하기까지 계속 같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이 사람은 이른바 '미친' 사람 같지 않다. 그런데 이 양반이 나랑 얘기하던 중에 시장님을 일컬어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동의하기에도 반대하기에도 어정쩡한 상황. 사람도, 문화도, 언어도, 생각도 너무나 달라 힘들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때마다 항상 배운다. 

 

개인의 문제로 모든 것을 돌려버리면 얼마나 편할까. 우리 박근혜 대통령 각하의 문제도 그 사람 개인의 문제로 즉, 이른바 '여성편력이 심한 편부를 둔 결손가정'에서 사랑을 못받고 자라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지고 이그러진 문제적인 사람으로 치부하면 좀 편하려나. 왜 자기들 눈의 들보는 못 보고 타인들만 바보를 만드는 일에 그렇게 혈안일까. 그나저나, 각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이제는 시간이 적입니다요, 적. 결단을 내리십사와요. 오천만 국민이 개인적으로 일탈하는 나라의 대빵이 뭐가 좋아요. 

 

여기에 살고 계시는 많은 진보적인 한국인들께서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일에는 대단히 적극적이고 진보적인데 이 도시,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불평등과 불공정 사례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침묵하신다. 관심이 없으신 것 같다고나 할까. 오히려 한국 상황을 보시면서 강 건너 집이 불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심정이란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내 생각엔 주로 할 줄 아는 일을 하려다보니 이런 아이러니가 나오지 않나 싶다. 뭐랄까, 외관은 진보인데 발상의 수준이나 인식의 패턴은 일정 보수에 가깝다. 할 수 없어도 뭔가 도전해보면, 궁리를 해보면 방법이 있을텐데. 지쳐서 그냥 혼자 알아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강 건너에도 '집'이 없다. 불에 탈 집이 없다는 말씀이다. 그냥 세계시민이려니, 내가 사는 곳이 -물리적으로- 그냥 내 집이려니 그러고 산다. 이것도 개인의 일탈이려나?

 

드디어 이번 주 여행의 테마를 정했다. 냄새소환. 지난 겨울 잠깐 들렀을 때 느꼈던 그 냄새를 소환하고 구름낀 어지러움 속에서 명상을 완수하는 그런 여행이 될 것이다. 아, 하나 더 추가. 개인의 일탈.

 

 

 

 

 

2013/12/10 02:53 2013/12/10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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