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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지난 금요일,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모임이 한 주 쉬었다.

미국 갔다와서 계속 달려온 것 같아

금요일부터 남쪽으로 차를 몰아, 몰아

 남의 살림살이에 며칠 묻어서 먹고 잘 수 있는,

연우 외할머니집에 갔다 왔다.

이번 봄엔 진짜 남쪽을 가고 싶어서

갈 때 광주에서 나주, 영암을 지나 강진땅을 들리고 싶었다.

23번 국도 타고 마량 바닷가까지 강진만을 죽 내려가

강진읍으로 돌아와 다산 초당, 백련사를 보고 싶었지만

금요일 오전따라 연우가 어찌나 안 도와주시던지...

12시에나 출발해서 겨우 겨우 강진땅 들어선 시간이 네시 반이 넘어 버렸다.

23번 국도를 타고 칠량 지나 '경치 좋은 곳'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쉬고

다시 올라올 시간 밖에 없는 것이다.

 초록색 보리밭을 처음 본 것 같다.

칠량 근처 마을인가? 폭이 이미터 반밖에 안 되는, 시멘트로 발라버린 길을 따라

보리밭 지나 구비 구비 내려 가면 앞마당 같이 잔잔하게 들어와 있는 바다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그 땅을 밟아 보고 싶었지만...

어! 저기... 하면 이미 ZL이 운전하는 차는 벌써 이만치 와서 멀어져 버리고, 버리고 했다.

꼭 다시 가서 밟아보고 싶은 땅이다.

 

아무튼 엄마집에 일곱시 반쯤 도착하려고 차를 서둘러 돌렸는데

무슨 마가 끼었는지 차가 다시 영암, 나주를 되집어 광주로 가면 될것을

한참을 달려 벌교 방향 표지판이 나와버렸다.

벌교!가 얼마나 광주에서 먼데, 순천, 여수가는 길인데,

세상에...  어질 어질 했지만 ZL은 매우 논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중간에 지도상 이렇게 저렇게 가면 더 빠르게 나왔다는 것.

지도가 최신판이 아니어서 있던 길이 없어지고 새 길이 났나 보다.

그래도 해남 방향 버스는 항상 영암, 나주 길로 다니지

그런길로 안 다녔다고.

나도 몰랐던건데 나한테 분명 지역차별의식이 있는게 분명하다.

이럴때는 속으로 아래와 같은 대사를 하고 있거든.

' 참, 내, 전라도라고 같은 전라도가 아니라니까.  전라북도 고창이 본가인 사람이

뭘 알겠어.  나로 말하면 나, 장, 광, 창에 나오는 담양 창평이 본가인 사람이요.

나도 강진은 초행길이지만 여기 사람들 (그러니까 어디 사람들이란 건지...)

은  광주서 나주, 월출산을 거쳐야 강진, 해남 가는 줄 다 안다고'

진짜 웃기지도 않지 않는가, 피식.

 

올때는4월 5일이 한식이어선지 고속도로, 국도에 차가 아주 많았다.

1번 국도로 일찍 들어섰는데

정읍, 김제에 오리들사이에 괴질이 돌아서

오가는 차들에 방역을 하고 있었다.

어휴... 어찌 어찌 가다 보니 익산 미륵사지 표지판이 보인다.

'저기나 가자! 뭐, 남는게 있어야지.'

그러나 7XX 지방국도는 어디로 들어가는지 한참 가니까

ZL 에게 심히 다행스럽게도 그 표지판이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원래 이인 휴게소쯤에서 오줌을 누이려고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연우는

카시트에 쉬를 해버리고 내 자리에 옮겨와선 나와 계속 몸살을 하면서 갔다.

휴...

 

밤에 집에 와서  달리기 책 하나랑 요가 책 하나를 샀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더 바닥나서 인터넷 서점 들어갈 기력도

없어지기 전에 보강을 해야겠다.

 그래, 달리기를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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