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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첫날

 

연우 어린이집 첫날이다. 지난주에 잠깐 구경가긴 했는데 오늘부터 정식으로 적응훈련을 하기로 했다.

결국 시립 어린이집으로 정해서 오전, 오후 모두 어른이 왔다 갔다 하기로 했다.

차 운영한다는 것과 간식, 점심에 생협물품 쓴다는 이유로 다른곳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곳 운영이 역시나 주먹 구구로 되어서 우리같은 사람은 나중에 원장과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게 걸렸다. 결정적으로 한시간 남짓 구경갔다온 연우가 다시 가기 싫다고 하고 시립 어린이집은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무슨 무슨 돈을 입금하지 않아서 취소가 쉬워서 다행이다. 이것도 우연이 아닌게, 거기서 말하는 무슨 무슨 항목의 돈이 헷갈려서 중앙보육센터 같은 곳에도 들어가 보면서 그곳 보육료가 법으로 정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계좌이체를 미루고 있던 터에 시립어린이집에서 9월부터 오라는 전화가 온 것이다. 할머니가 계시니 오후에는 세시쯤 데리고 오기로 했는데 사실 일곱시까지 맡아주기 때문에 적응하면 할머니 안계셔도 굴러가긴 하겠다.

한시간 반정도 기다리면서 부설 보육센터에 있는 책들을 뒤적 뒤적하다가

부모역할훈련을 배우고 실천한 엄마들이 쓴 글을 펴낸 책을 보게됐다.

이리 저리 방향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확 들어온게

"...감정 코칭을 하다가도 마지막에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러저러하게 꼭 하자~ 이렇게 확실히 해두고 싶은 걸림돌이 있는데..." 였다.

이 마지막 멘트가 있으면 그건 감정 코칭이 아닐것이다. 아이가 더 자라서 비판의식이 생기면 어쩌면 이런식으로 자기를 다루려고 하는 엄마가 막 화내는 엄마보다 더 싫을수도 있을것 같다.

 사실 연우가 요새 이를 잘 안 닦으려고 하고 밥 먹을때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게 심해서 두고 보자면 슬슬 열이 오르고 하루에 한번은 꼭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지시하는 투로 말하게 된다. 연우의 감정을 읽을 여유라곤 바늘구멍만 해져서 말이다. 화는 안내도 엄마가 기분이 저조해지는 티를 내니까 연우한테는 자기가 뭔가 잘못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데 사실 밥 먹는 문제의 정석은 어른이 식단을 짜서 차려주고 안먹으면 그냥 치우는 것이다. 연우한테 안 먹는다고 나무라거나 괜히 켕기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없는데. 또 아무리 말이 빠르다고 해도 어른한테 당할순 없으니까 마지막에 말하는 사람은 나다. 연우는 "네~" 하지만 그렇다고 행동이 달라지는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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