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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기가 금호강에 빠진 날

 

 

아주 개인적인 일이지만 취기에 용기를 내어 지면을 얼룩지어 볼까 합니다.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지면상으로 넋두리를 풀어 놓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 있다면 즉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진저리나지만 그게 나의 삶이었고, 그 기반으로 분노를 표출하려고 했으며, 그 분노를 자제할 수 없어 어떤 빌미를 빗대어 뭔가를 요구하고 싶어 던 것 같네요. 사상적으로, 논리적으로 허약하고 비논리적일지 몰라도 도저히 제가 풀 수 없는 문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견뎌왔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그렇게 말하죠. 콩가루 집안이라고요. 제 집구석이 꼭 그런 것 같습니다. 2년 가까이 몸담았던 곳을 도망치듯이 나와 한 달이 다 갔을 때 쯤, 2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집구석에 연락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며 어머니께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제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목까지 차올랐던 원망을 쏟아 부었습니다.

 


별거 생활 중인 부모에게서 나는 무엇인가. 그래서 전화를 통해서 난 무슨 말을 듣고 싶었던가. 솔직히 말해 따뜻한 말 한마디었을텐데. 결국 그 말을 듣지 못했고, 저도 얼음장 같이 냉정하게 인간이 아니길 선언하듯이 말했죠. 이때껏 살아오면서 빗진 게 없으니 여기서 연을 끊고 사는 게 맞다며 전화를 끊으며 오기인지 끝인지 모르지만, 내 삶의 끝까지 간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찼습니다. 그게 현재 제 모습입니다.

 


그렇게 분을 삭이지 못한 체 잠을 들면서 꿈을 꾸었습니다. 사춘기 때 만나는 몽정을 만났습니다. 결국 엄마의 그늘에서 못 벗어나 악몽을 헤매다, 새벽에 잠을 깨고 말았죠. 63일째 촛불을 들고 선배들께서 사주시는 따뜻한 밥을 먹고는 돌아오는 길에 후배의 전화를 받고는 술을 한잔 얻어먹고는 아양교 다리에 서고 말았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삶을 억지로 어느 누군가 푼다고 해도 풀리는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결국 돈의 문제입니다. 어머니의 삶도 돈의 굴레에 못 벗어나 허덕이는 것입니다. 진득이처럼 부모의 피를 안 빨아 먹는 것 또한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소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차하게 이야기 하는 건 어머니가 전역하면서 마련해준 저의 휴대폰을 아양교에 던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끈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라고! 모순 속에서 제 살 갉아 먹는 논리로 이야기 하지 마라고 충고하셔도 좋습니다. 근데 어차피 제가 어머니의 돈을 받아, 아님 나의 능력으로 생활한다 해도 나의 삶과 어머니의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 너와 너의 어머니의 삶은 왜 변해야 하며, 얼마큼 변하길 원하는 데라고 묻고 싶겠죠. 단 한 가지입니다. 따뜻한 말과 소통인데, 지금은 그게 되지 않습니다.

 


피붙이와 인연은 아양교에서 던져진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 문제는 어떤 정권도, 어떤 운동도 해결해주지 못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자유롭게 살아 볼까합니다. 배가 고프면 고픈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그래서 고르게 가난한 삶이 이상이 아닌, 자위가 아닌 것으로 눈 감을 때까지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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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자유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옮겼습니다. 오늘 새벽에 토했던 오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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