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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3/06
    정보인권과 양립할 수 없는 무인좌석발급기
    산적-1

정보인권과 양립할 수 없는 무인좌석발급기

김화중 / 정보인권모임 활동가 :: heejung1977@hanmail.net

 

  지난 2004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도서관 이용에 있어서 개인정보 입력을 필수적 절차로서 강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 하여 시흥시립도서관에 시정권고를 했고, 도서관측은 이를 받아들여 개선을 약속했다. 개인정보의 입력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에 한해서 기존의 방식인 수기식으로 열람증을 발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겉보기에는 인권침해가 해결된 듯 보이나 실상 또 다른 인권침해의 시작이었다. 도서관측은 수기식 제도의 도입이라는 절차가 왜 생기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용되는지 명시하지 않았으며, 이 제도를 알리는 방법에도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를 이용하는 시민은 하루 평균 700여 이용자 중에 처음 무인좌석발급기의 문제를 제기한 한사람에 불과했다.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 상당수의 시민들이 도서관 홈페이지에 반대의사를 게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을 직접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제도에 대한 정보 접근성의 취약, 불편, 매번 직원과 직접 자신의 좌석을 상의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 도서관측이 게시한 문구대로 자신이 도서관의 정책에 <거부감을 갖는 이용자>라는 사실이 직원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이라는 수기식 제도가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인 것도 주시해야 한다. 열람증이 좌석과 관계없이 단지 도서관의 열람실 이용자라는 사실만을 공지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모든 좌석은 열람증의 개인정보 바코드와 좌석번호의 지정에 의해 이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극소수의 수기식 이용자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더라도 임의의 번호로 지정, 저장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 시흥시립도서관 관계자들도 수기식 제도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개선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 문제를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무인좌석발급기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전국의 23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도서관과 국립 및 사립대학들을 직권조사하고 있다. 6개월 정도의 기간동안 상당수의 공공도서관들은 무인좌석발급기의 도입을 보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소 20여개 대학들을 통해 무인좌석발급기와 지문인식기가 상당수 보급되었고, 인권위의 직권 조사 대상에서 누락되어 있는 공공도서관들과 신설된 곳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좀더 광범위하고 구체적이며 현장 체험을 통한 조사가 요구된다. 지금도 소리 없이 여러 기업을 통해 무인좌석발급기가 여러 명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시스템의 확산은 수백만 시민과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법률적 근거 없이 요구되고 수집, 저장되며 헌법이 적극적 권리로서 보장하는 자기정보통제권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민법상 무능력자로 보호되는 미성년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인간이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가 인간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제도라는 것은 한 번 만들어지면 스스로 갖는 타성이 얼마나 강한가를 많은 역사를 통해 우리는 보아왔고, 그 폐해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 가운데 하나인 무인좌석발급 시스템이 정보인권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철거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행동에 옮기는데 있어 조금의 시간도 지체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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