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여러분께 죄송합니다...ㅠ.ㅠ(7)
- 산적-1
- 2006
-
- 점령과 파병을 끝내야할 우...
- 산적-1
- 2005
-
- 노동자운동의 주체로 서는 ...
- 산적-1
- 2005
-
-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을 민중...
- 산적-1
- 2005
-
- 동북아 평화 운운하는 ‘세력...
- 산적-1
- 2005
11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262호 2005년 5월 3일(화) | |
- 이주노동조합 출범의 의미와 노동자운동의 과제 정부의 인간사냥 단속추방과 이주노동자들의 상태 2005년 8월이 되면 추가로 11만 7천명의 이주노동자가 비자 만기로 미등록 상태가 된다. 그러면 기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18만 8천명을 더해 30만 5천명이 미등록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올해 도입하기로 한 고용허가제 적용 인력이 3만 9천명인데 실제 도입된 인력은 지금까지 불과 400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14만 5천명을 출국시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16만 명 정도수준으로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하나 무리한 단속추방 정책은 상식이하의 인권침해와 그에 따라 반발만 부를게 뻔하다. 즉 이미 현실에서 고용허가제는 거의 작동되지 않는 것이고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출입국관리소는 단속과정에서 이주노동자로 하여금 동료들을 밀고하게 하는 '프락치'행위까지 강요하는 등 도를 넘어선 인간사냥을 자행하여 규탄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출입국과 경찰까지 가세한 합동단속이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단속을 악용하여 사업주들이 임금을 깎거나 체불하는 등 현장에서 문제는 확대되고 있다. 단속추방과 열악한 노동조건의 이중고가 더욱 깊어진 것이다. 그리고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고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게 되어 있어서 사업주가 모든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계약을 거부하면 계약해지가 되고 이는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이다. 인권침해와 비리의 온상인 산업연수제도 역시 온존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단속추방 중단, 노동3권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현재와 같은 정부정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그에 대한 단속추방과 인권침해라는 악순환을 확대재생산할 뿐이다.
이주노동조합 건설의 역사적 의미 2003년 11월부터 2004년까지 380일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명동성당에서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을 전개했고 여기에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많은 사회운동 진영이 함께 했다. 고용허가제 실시를 앞두고 정부가 대대적으로 자행하는 살인적인 인간사냥에 맞서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노동자의 이름으로 한데 모여 1년이 넘도록 끈질긴 투쟁을 전개했다. 노무현 정부의 단속추방에 내몰려 1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고 투쟁의 과정에서 함께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의 표적단속에 의해 폭력적으로 연행되어 강제로 본국으로 출국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노동권을 보장하라', '노동자는 하나다, 한국노동자 이주노동자 단결하여 노동비자 쟁취하자'는 요구는 운동진영 전체에,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에 뚜렷한 자국을 남겼다. 또한 이러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더욱 조직적이고 투쟁적인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전국적인 규모로 건설해야 한다는 대중적인 열망이 확인되고 공유되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 4월 24일(일) 민주노총에 결집한 1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을 선출하였다. 한국 노동운동사상 최초의 독자적인 이주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순간이었다. 이주노동조합의 건설의 의미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10여 년에 걸친 이주노동자들의 피맺힌 투쟁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정부 정책으로 본격적인 이주인력이 유입되면서 브로커의 착취, 사업장 인권유린, 산업재해, 임금체불 등 이루 말할 수도 없는 인간이하의 삶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매시기 저항을 조직했다. 인권과 노동권침해 및 산업재해 문제를 고발한 이주노동자 11명의 경실련 농성(1994년), 산업연수제 폐지와 노동권을 요구한 산업연수생 13명의 명동성당 쇠사슬 농성(1995년), 집회결사의 자유 쟁취와 단속추방반대, 노동비자 쟁취를 위한 명동성당농성투쟁(2002년), 외국인보호소 내 최초의 단식투쟁(2002년), 고용허가제 반대투쟁(2003년),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투쟁(2003-2004년) 등 절박한 투쟁을 계속해왔다. 그 이면에는 손가락이 잘리고 상습적인 구타와 욕설에 시달리며, 최근의 노말헥산 중독 산업재해 등 노예와 같은 노동조건이 있었고 언제 출입국관리소에 단속되어 강제추방 될까 모르는 불법체류자의 굴레가 있었다. 둘째,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운동의 주체로 당당히 섰음을 조직적으로 드러냈다는 의미다. 고통스러운 삶과 노동에 대해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노동자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상담소 중심의 운동을 벗어나 자주적인 이주노동자운동을 개척하기 위한 흐름은 '이주노동자 노동권완전쟁취와 이주·취업의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본부(이노투본)'의 결성(2000년), 서울경인평등노조 이주지부 결성(2001년)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전국적인 이주노동조합을 지향하는 서울경인 이주노동조합 결성까지 이르렀다. 물론 아직 규모 면에서는 크지 않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운동의 조직적 구심체로서 명실상부하게 서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이주노동자들의 손으로 직접 건설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물론 한국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의 지지와 연대는 더욱 커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스스로의 삶과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고민하고 조직하고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노동권 쟁취와 이주노동자 주체확대는 공동의 과제 권력과 자본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을 이중적으로 착취하면서 노예로 살 것을 강요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노동자로서 삶과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나섰다. 서울경인 이주노조는 그 규약에서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추방 반대 및 근로조건 개선과 권리 확보, 이주노동자 합법화, 노동계급의 단결과 전진을 저해하는 모든 차별과 억압 거부, 만국의 노동자 단결의 정신으로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운동 역시 노동자 단결의 정신으로 이주노동자운동을 강화하고, 노동자 국제주의의 정신으로 제한 없이 연대해야 한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규약을 개정하여 이주노동자도 조합원 대상에 포함하였다. 이는 그간 이주노동자가 있는 제조업 사업장에서 파업 등의 단체행동을 할 때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을 계속 돌려 파업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우리와 똑같은 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들을 인정하고 동지가 되겠다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를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침범하는 이해관계의 대립 구도 속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 속에서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영원히 풀릴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일 뿐이며, 노동자 국제연대의 당위성과 국내 노동자 계급의 보호라는 양자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자본이 인종, 성, 계층의 분할선을 이용하여 내국인과 외국인,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라놓으면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요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속성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주노동자 역시 가장 밑바닥의 불안정노동자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주노동자운동은 한국 노동자운동의 중요한 일부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주노동자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하여 이주노동자운동의 주체를 대중적으로 확대하고 노동조합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 노동자운동, 전체 민중운동의 중요한 과제다. 이에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동일한 노동자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 선전을 강화해야 하고 각 지역과 산업에서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동자나 이주노동자나 신자유주의가 강제하는 노동의 불안정화와 노동권에 대한 공격 앞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조합은 민주노총과 제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앞으로 전국이주노동자투쟁단을 건설하여 전국적으로 단속추방 분쇄투쟁과 이주노동자 노동권 쟁취투쟁, 노동허가제 쟁취투쟁 등을 전개할 것이다. 작게는 이주노동조합을 후원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이러한 투쟁에 함께 하며 이주노동자운동의 강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 | |
발행처 사회진보연대 (140-150) 서울 용산구 갈월동 8-48 신성빌딩 4층 / 전화 : 02-778-4001,2 / 팩스 : 02-778-4006 홈페이지 : www.pssp.org |
지금까지도 노-사-정은 시한을 반복 연기하며, 협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동자운동에 대한 관리전략의 차원에서 노동운동진영의 협상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또한 그들은 국민의 70% 이상이 현재의 개악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잇단 여론조사의 결과들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에게 기간제/파견제 사용의 자유화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완성하는데 관건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노동법 개악이라는 법제화 수단은 필수이므로, 지금 유보되더라도 국회의 차기 회기에서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은 자명하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정리해고를 보다 자유화하고, 파업권을 최소화하며, 노동운동을 제도화하는 것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노사관계선진화방안(혹은 노사관계 로드맵)마저 올해 안에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가지고 지난 수년간 진척시켜왔던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노동운동의 제도화'를 완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97년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시작으로, 파견법 제정,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근로기준법 개악, 비정규관련법 개악, 신노사관계선진화방안 법제화까지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재편전략의 일관된 흐름 속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두 달 연기될 수는 있을지언정 절대 철회될 수 없는 정부/자본의 사활적 요구이다. 그러므로 아직 투쟁의 불씨는 살아있지만, 이번 노동법 개악 투쟁을 비롯해서 기간 진행되어 왔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평가는 앞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 국면은 이번 투쟁의 결과가 다음 투쟁의 조건이 되는 끈질기고 일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권위 안 중심의 사회적 교섭이 가지는 문제
민주노총은 4월 1일 이수호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이 노사정 대화를 통해 수정된다면 6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노동법 개악에 관련해 강한 교섭의지를 보여주었고, 4월 21일에는 11차 중집을 통해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안 현실화를 목표로 전향적인 안을 이끌어내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교섭에 있어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민주노총은 인권위 안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노사정 교섭으로 따낼 수 있는 최대치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교섭을 통해 비정규개악안을 막아내겠다고 공언해 온 이수호 집행부였지만, 협상 테이블만으로 무언가 전향적인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애초부터 회의적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교섭을 뒷받침할 대중 투쟁동력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쟁점화도 아직 부족한 지금 상황에 대한 평가가 이러한 수세적 결정에 일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민주노총에게 인권위 권고안이라는 것은 그간 불안정했던 사회적 교섭의 모양새를 그럴듯하게 갖추면서,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성실한 교섭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갑자기 찾아온 호재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노총의 교섭전략인 인권위 안을 중심으로 한 입법 추진이 가지는 위험성이다. 오히려 정부와 자본에게 그럴듯한 명분을 준 상태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인권위 권고안의 내용을 보면, 기간제 고용에 관해서는 <사용사유 제한, 사용기간 제한, 사용사유 외 혹은 기간경과의 경우 정규직 간주, 서명요건주의>를, 파견제 고용에 관해서는 <업종 관련 포지티브방식 현행 유지, 파견기간 2년 현행 유지, 휴지기 확장, 불법 사용사유 발생 시 직접고용 간주, 사용사업주 책임 확대>를, 차별금지에 관해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 차별적 처우에 대한 개관적 기준 마련>를 명시하고 있다. 모두가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법안 각각의 개악 내용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기 위한 취지의 언급들이다. 즉 인권위 안의 각 조항은 구체적인 규정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정부가 권고 조치를 별다른 충격 없이 흡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조항만 보더라도 동일가치노동에 관한 객관적 판단기준이 함께 명문화되지 않으면 사문화 되어버릴 것이고, 처벌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 한 각 사업장 차원에서 충분히 무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보면 비교적 실효성 있는 조항은 '현행 유지'를 명시한 조항 정도만 남는데 이는 실질적인 권리보장과 거리가 멀다. 정부와 자본은 기간제 사유 자유화, 파견업종 확대, 고용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설사 인권위 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정부와 자본의 요구 중 하나라도 허용해주거나 이런 요구를 조금씩 수정하여 허용해주게 되면 그것은 이미 그 자체로 엄청난 개악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인권위 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이유는 인권위 안이 그래도 비교적 진전된 안이고,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구의 권고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후 교섭에 있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있다. 최대한의 실리주의적 전략을 통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섭의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지도부의 계산도 깔려있었을 것이다. 현재 노동자운동이 처해있는 내외적 어려움과 특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유회 사태로 불거진 사회적 교섭문제를 둘러싼 논쟁지형 등을 모두 고려해봤을 때, 이러한 민주노총의 실리주의적 경향이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조금이라도 수정하는 것이 낫지 않나?'라는 주장과 교섭을 통한 실리주의적 전략 추구는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수정하는 것은 공식화된 동의의 효과가 있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최악의 상황은 애매한 선택기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타협을 (무조건) 거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새겨야 한다. 노동자운동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법안 수정이라는 애매한 교섭 전략을 즉각 철회하고, "비정규개악안 폐기" "비정규직 철폐"라는 우리의 원칙을 다시금 천명해야 한다.
교섭과 제도화인가 운동과 주체형성인가
이번 노동법 개악투쟁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문제점은 노사정 교섭을 중심으로 한 투쟁(일정 및 동력)의 배치가 기층에서는 대중운동의 혼란과 투쟁동력의 유실을 낳았다는 점이다. 대중들은 교섭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국회만 바라보게 되고, 집회가 잡히더라도 교섭 압박용이 뻔해서 힘을 빠지게 하고 운동의 활력을 약화시켰다. 사실 이는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운동에 대해 관리와 포섭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한 이후, 매 사안마다 거의 빠짐없이 반복되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4월 투쟁의 본격적 투쟁에 앞서, '총파업으로 이번 개악안을 막을 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라며 기층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교섭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나아가 이후의 노동자운동은 사회적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요컨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총파업은 무의미하며, 사회적 교섭을 동반하지 않는 투쟁은 소모적이라는 말이다.
위에서 말하는 총파업이 불가능한 여건이란 무엇인가? 당연히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조직력과 현장 장악력을 일컫는 것이리라. 또한 그것에는 사회적으로 유포되어 있는 反노조 이데올로기로부터 파생되는 여론에 대한 부담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총파업의 후과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약해진 조직의 내구력도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불가능한 여건이 가능한 여건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하겠는가? 명분과 원칙이 살아있는 투쟁의 경험들이 조직에 꾸준히 쌓여갈 때, 비로소 그들이 말하는 총파업이 가능한 여건들은 만들어 질 것이다. 마르크스도 말했듯, 역사적으로 계급투쟁은 확실시되는 패배, 혹은 여러 가지 패배와 부분적 승리의 혼합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 싸움의 진정한 성과는 즉각적인 결과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팽창해 가는 노동자들의 결합에 놓여 있다. 현재 민주노총에게 이러한 성과들을 쌓아가려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한국사회의 조건상 사회적 합의란 절대 이루어 질 수 없음은 이미 노사정위를 둘러싼 뼈아픈 경험들로 충분히 증명되었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 비정규직 주체들의 투쟁을 현장과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아래로부터의 투쟁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의 대중적 확장과 새로운 주체형성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가 안착화하는 과정에서 불안정노동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지배계급의 노동 유연화 전략 속에서 정리해고의 자유화, 비정규직의 확대, 다기능 직무체계, 성과급 위주의 임금체계, 후퇴하는 노동조건 등이 꾸준히 그 강도를 더해 실행되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 땅 노동자들의 절대 다수가 이 불안정노동층에 흡수되어 있다. 그 중에서 지배계급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전략과 노동의 유연화 전략의 모순들을 가장 압축적으로 체화하고 있는 주체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고, 이미 그 수는 전체 노동자들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점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전체 노동자들의 보편적인 요구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투쟁은 신자유주의적 재편전략의 허구성과 한계를 폭로하는 투쟁의 최전선에 놓이게 되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실제로 수많은 기층 사업장에서는 기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같은 사업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시혜 내지는 관리의 대상으로만 편협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이러한 인식상의 한계는 각 투쟁이 처절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목적을 다시금 정립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비정상적인 예외적 고용형태로 간주하며, 비정규직 투쟁을 단순히 비정규직을 축소하는 투쟁으로만 사고하는 경향은 이제 극복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비정규직은 이미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고용형태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 고용형태는 지배계급의 신자유주의 전략을 전면적으로 전복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줄곧 확대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한 수세적이면서 방어적인 투쟁만을 반복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주체형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중운동을 확대하는 것이자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새롭게 세워내는 방향이다. 그리고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투쟁을 스스로 조직하고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방향에 맞춰 전체 민중운동의 차원에서의 기획과 실천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지난 3월20일, 어묵을 팔며 하루 1-2만원의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청각장애인 김모씨가 노점단속을 당한 뒤 관할 시청으로부터 7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고 월세 3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고민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같은 날 밤 9시 30분 경, 잠실대교 남단에서는 점점 심해지는 뇌병변장애로 인한 가족의 부담에 괴로워하던 최모씨(47세)가 한강에 몸을 던져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또한 지난 2월 18일에는 장애인 주모씨(53세)가 생계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강서 구청 현관 앞에서 목을 매 숨을 거두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죽음은 효율성과 경쟁만을 강요하고, 공동체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진 자만을 더욱 배불리는 것으로 귀결되는 비상식적인 사회에 의한 타살이다. 장애인이 지닌 차이를 철저한 차별과 배제로 만들고, 기본적인 교육권, 노동권,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이 땅의 정부에 의한 잔혹한 타살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억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각종 통계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 실업률(29%)은 비장애인 실업률(6%)의 5배가 넘고, 전체 장애인의 51.6%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며, 장애인의 컴퓨터 활용 수준(27.6%)은 비장애인의 컴퓨터 활용 수준(66%)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 땅의 장애인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01년 오이도역의 장애인용 수직형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2002년부터 조직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장애인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내는 한편, 장애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있어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오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3월24일부터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 30여명이 '대한민국에는 장애인 인권이 없다!!'는 검정색 플랭카드를 내걸고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옥란 열사의 기일이기도 한 3월 26일에는 제1회 전국 장애인 대회를 열어 장애해방열사의 정신을 계승하여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하였다. 지난 4월 12일에는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인 국가 인권위원회 앞에서 '중증장애인 노동권확보와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한마당' 행사가 그리고 4월15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장애인교육권연대 주최로 '장애인 교육권 확보와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부모결의대회'가 열렸다. 또한 4월 16일에는 제3회 장애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몸으로 쓴 장애 여성 잔혹사'라는 주제로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에 고통 받아 왔던 장애여성들의 투쟁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2005년에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쟁단을 중심으로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법률제정, 장애인 생존권 생활권 쟁취,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확보를 요구하며 차별 받는 장애인의 인권확보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05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의미와 과제
그 동안 장애차별철폐 운동은 이동권과 교육권을 중심으로, 단순히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들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2004년 12월에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기도 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의식 변화, 장애 운동의 주체 재생산과 외연 확장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장애 운동을 주도해왔던 장애인이동권연대나 장애인교육권연대와 같은 단위의 경우 기본적으로 단일 사안을 다루는 연대체의 성격으로 인하여, 그리고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하는 한시적 투쟁체의 위상을 가짐으로 인하여, 장애인 문제 전반에 대해 일상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을 수행하는 데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장애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기반으로 하여 현재의 장애인 투쟁이 민중 운동에 있어 단지 하나의 부차적인 부문운동으로 환원되지 않고,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다양한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보편적인 투쟁이 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보다 확장된 노동권·생활권 쟁취 투쟁이 중요하다.
UN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장애인 가운데, 중증 장애인의 약2/3가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중교통 수단과 건강 서비스가 열악하거나 구비되어 있지 못한 경우, 그리고 교육, 고용 및 기타 소득기회에 충분히 접근할 수 없을 때 심각하게 타격을 받게 되는 집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경우,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8.2만원으로 도시근로자의 평균 가구소득(233.1만원)의 46.4% 수준에 불과하고, 전체 장애인 가구의 약 62.5%가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자임을 알 수 있다. 또한 15세 이상 133만2천명의 장애인 중 경제활동인구는 63만7천명이며, 취업자 수는 45만6천명(71.6%), 실업자 수는 18만1천명(28.5%)이다. 결과적으로 97만6천명의 장애인들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과 국가는 자신들이 바라는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평균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없고 빈곤과 소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에서의 배제와 차별은 곧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권리에서의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요구들을 제기하고, 그 결과 사회복지제도 개선 등을 통해 얻게 된 혜택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장애인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근본적인 노동권·생활권 쟁취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에서 장애인의 노동권은 '노동할 권리'와 '노동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며, 생활권은 이러한 노동권의 개념으로 모두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문제와 관계되는 권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투쟁은 단지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여성/이주 등 신자유주의 지배 전략 속에서 끊임없이 분할, 배제되고 있는 여러 운동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투쟁이다. 지금까지 장애운동에 연대해왔던 사회운동의 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장애인을 비롯하여 이 땅에서 하나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온 다양한 주체들의 노동권과 생활권을 제기하고, 이를 보편적인 민중의 요구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둘째, 진보적 장애 운동을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현재의 장애 운동이 사안별 연대 혹은 한시적인 공동 투쟁체라는 위상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장애민중의 삶을 변화시키고 남한 사회 변혁적인 민중운동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입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적 장애운동의 정체성과 담론을 형성하며 지속적인 현장투쟁을 벌여낼 수 있는 대안 세력의 구체화 및 이의 확장을 위한 '진보적 장애운동 연대체 건설' 흐름은 매우 소중하고, 유의미하다.
새롭게 건설될 진보적 장애운동 연대체는 장애인문제를 변혁적 입장에서 분석하고 발언해 낼 수 있는 이론적·전략적 입장을 마련하는 것, 장애운동이 전체 민중운동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기만적인 포섭과 배제의 전략 속에서 더 많은 차별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 그리고 그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던 장애 운동을 전국화하고 한국 사회 전역에서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대중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투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직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하고자 한다.
사회운동, 민중운동은 이러한 진보적 장애운동 연대체 건설 흐름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장애운동을 단지 장애인의 권리만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 장애차별철폐 운동이 장애운동의 성장과 더불어 차별에 저항하는 다른 운동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장애운동을 하나의 운동적 의제로서 정당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에 의해 고통 받는 장애여성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이 사회 구조 속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불평등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차별 받는 상황 안에 장애 여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듯 논외로 취급되며, 이중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비장애 여성과 장애 남성보다 빈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출산, 육아, 보건, 위생이나 가사 등에 있어서도 비장애 여성보다도 훨씬 많은 비용들을 부담해야만 한다. 그러나 실태조사나 국민기초 생활보장 제도의 계측시행 시 장애 여성의 이러한 현실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장애 여성의 현실이 제대로 파악될 수 있는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도 적극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장애여성은 성폭력과 성매매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 3월 27일 4명의 성매매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하월곡동 화재사건의 현장에서 구조된 장애 여성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하였고, 2003년에도 성남 성매매 집결지에서 두 명의 장애여성이 구출되었던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장애여성들은 교육현장에서 배제되고, 노동현장에서도 소외된 상태에서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포주들이 관리하기 쉽기 때문에 성매매 현장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 속에서 극심한 빈곤으로 내몰리고 극단적인 폭력과 성폭력에 의해 고통 받는 장애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애여성 역시 하나의 당당한 투쟁의 주체로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장애 여성 역시 스스로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 당당하게 발언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 운동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420 장애인의 날을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자!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모순에 맞서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은 경쟁과 효율의 원리 속에서 끊임없이 분할과 배제를 낳는 신자유주에 저항하는 가장 보편적인 투쟁이다. 더 이상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길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권리들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번 420장애인차별폐투쟁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또 다른 차이에 의해 차별 받는 비정규직, 여성, 이주 노동자, 빈곤 계층 역시 신자유주의의 배제와 억압 속에서 당당한 투쟁의 주체들이다. 이 주체들이 서로의 운동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연대와 공동 투쟁의 기풍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출발로서 이번 420장애차별철폐의 날을 차이에 의한 차별로 인해 억압받는 장애, 비정규직, 여성, 빈곤, 이주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의 날로 만들자. 나아가 앞으로 있을 노동절 투쟁에서도 이들이 당당한 주체로서 투쟁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편적인 인민의 권리가 되고, 여러 주체들의 투쟁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가자.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은 이런 의미에서 지속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사회화와 노동] 제 256호 2005년 3월 24일 목요일
* 이 글은 콩님의 [[긴급] 인도특허법 개정반대 탄원서 연명합시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 인도대사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열어
정우혁/네트워커 :: woo-hyuck@jinbo.net
2005년 1월부터 인도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요건에 따라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2004년 12월 26일 의약품과 농화학물에 대한 물질특허제도의 도입과 소프트웨어의 특허를 포함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긴급명령을 공포하고, 금년 7월 이내에 국회에서 비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인도는 방법특허만 인정하고 물질특허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똑같은 성분의 약을 제조할 수 있었다. 이런 인도 정부의 물질특허 불인정제도는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고가의 특허의약품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물질특허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특허법을 개정한다면, 앞으로 이런 복제의약품 생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제약회사들은 이미 약 200여 국가에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복제약을 제조해서 공급하여 왔다.
지난 2월 25일 HIV/AIDS인권모임나누리+ 및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남동 인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 정부의 특허법 개정 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전세계 4,000만명의 에이즈 환자 중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는 600만명이지만, 이중 오직 44만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을 뿐, 나머지 560만명은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인도제약회사의 복제약 생산은 각국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돌파구였다"고 밝혔다. 현재 에이즈 환자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개도국)과 최빈국에서 존재하고 있다. 더군다나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 대부분이 특허가 걸려 있는 것들이고,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가격으로 인해 개도국이나 최빈국의 국민들은 약가를 지불하지 못해 실제로 복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제약회사들은 전세계 에이즈 환자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치료제를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도의 특허법 개정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특허 때문에 의약품을 복용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전세계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라고 지적하고, 나아가 "의약품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세계 환자와 활동가들의 투쟁의 성과를 무로 돌리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지난 몇 년간 세계 곳곳에서는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 의약품을 제외하라", "의약품 특허권을 철폐하라"고 요구해왔다. 또한 이 협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강제실시와 복제의약품 생산을 활용하여 의약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한 투쟁도 벌여왔다. 그 결과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는 'TRIPs 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문'을 발표하고, 건강권이 제약회사의 특허권보다 우선하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또한 2003년 8월 세계무역기구는 의약 부문에서 제조능력이 없거나 불충분한 국가에서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2월 26일을 인도 개정 특허법에 저항하는 국제행동의 날로 정하고, 앞으로 인도의 활동가들을 포함한 각국의 운동단체들과 국제적인 연대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TRIPs(Trade Related Intellectual Properties) :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특허권, 의장권, 상표권, 저작권 등 소위 지적재산권에 대한 최초의 다자간 규범을 말한다.
93년말 타결된 UR 다자간 협상의 한가지 의제로 채택됐다.
종전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가간 보호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를 중심으로 파리협약, 베른협약, 로마협약 등 개별적인 국제 협약에 의해 시행되어 왔으나 보호 수준이 미약하고 GATT 등 다자간 규범 내에 있지 않아 무역 마찰의 주요 이슈로 되어왔다.
TRIPs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 지적재산권의 국제적인 보호를 강화하고 침해에 대한 규제 수단을 명기했다.
또 이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종전의 개별적인 협약과는 다르다.
이 규범은 기존의 지적재산권 관련 협약이 속지주의에 따른 내국민 대우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은 것과는 달리 최혜국 대우를 원칙으로 한다.
또 특허권, 의장권, 상표권, 저작권 외에도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반도체 집적회로, 영업 비밀 등도 보호 대상으로 추가하고 있다.
출 처 : 경제용어사전
* 이 글은 esper님의 [대의원대회 질서유지 완장]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이 완장을 제작하는데, 민주노총의 예산이 쓰여졌다는군요...
* 이 글은 트루로드님의 [완장의 시대] 에 관련된 글입니다.
골간조직을 무시한 질서유지대 모집 및 구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운동진영 안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 안건을 기어이 상정하여 통과시키겠다고 하고 있고, 사회적 교섭 안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는 전노투 등은 사회적 교섭 안 자체의 상정을 ‘결사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한 차례 토론과 몇 번의 지면논쟁 등이 진행되었긴 했지만 여전히 사태는 2월 1일의 상황의 지속인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 촉박한 시기에 사태의 해결의 키는 여전히 민주노총 지도부에 있다고 판단하며 민주노총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비판을 하고자 한다. 동지적 비판으로 이해하길 당부드린다.
민주노총 사회적 교섭안의 개요는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통해 기존 노사정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교섭기구’를 구성하여 사회적 교섭의제를 다루는 것인데, 2005-2006년 사회적 교섭 3대 의제는 무상교육·무상의료 등 사회보장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노동3권 강화 및 노사관계 민주적 재편관련 제도개선이라고 한다. 비정규개악안도 이 사회적 교섭기구로 가져와 저지시킬 것이며, 해고를 대폭적으로 자유화하고 노조를 무력화할, 그래서 민주노총 조합원(특히 자동차 조선 등 대공장과 사무관리직)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노사관계로드맵도 이를 통해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선 이 사회적 교섭 참가는 “사안에 따른 참여, 불참, 합의 거부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전술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며, 대중투쟁과 철저히 결합해 나가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주의가 아니며”, “4월 국회에서 비정규 개악안을 강행처리하면 사회적 교섭방침은 폐기한다”고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태도와 사회적 교섭안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정세인식의 안이함이다. 작년말 투쟁과정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비정규 관련 개악 법안 통과가 내년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열린우리당을 통해 흘러나오자 투쟁을 축소시키면서, 다음 국회에서 권리입법 쟁취투쟁을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마치 법안을 폐기시키기라도 한 것처럼(사실 이런 태도는 당시 민주노총의 투쟁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을 향하여 법안저지 투쟁을 서둘러 종결하려는 차원에서 나왔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런 지도부가 최근에는 투쟁으로 비정규법안을 막아낼 수 없으니 사회적 교섭을 추진한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개악 법안은 여전히 살아있었고, 열린우리당이 자본가단체를 매개로 하여 한나라당까지 끌어들여 4월 국회 처리를 계속해서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또다시 도망을 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설사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비정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쐐기를 박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작년말 좌고우면하지 말고 애초의 공언대로 가능한 최대한의 투쟁을 조직했어야 했다. 현자노조의 결의, 공무원 투쟁, 철도 투쟁 등 투쟁을 키우고자 한다면 충분히 키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설사 패배를 했다손 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조합원들의 불만과 조합원 내부의 분할이 이처럼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안이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해고의 자유화가 핵심인 노사관계 로드맵 추진을 국가와 자본이 예정을 하고 있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교섭테이블을 구성해 이를 논의하겠다고 한다(게다가 직접적인 노동 사안은 아니지만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침략전쟁을 편들며 대규모 파병을 강행하였고 이에 반대해 위원장이 파병반대 단식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노무현 정권과 안정적인 교섭 틀을 구성하려 드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이 되자마자 정규직의 해고를 보다 쉽게 해야 한다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핵심(이는 국내 자본뿐만 아니라 주한 미 상공회의소, 한국 진출 일본 자본의 모임인 서울재팬클럽 등에서 계속 주장해 온 바이다)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는 노무현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에 대한 대국민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비정규법안은 비정규직을 일반화하겠다면서 그동안 비정규직 철폐를 바라왔던 많은 노동자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꺾어버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자본으로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라고 우기고 있는 법이다. 비정규 관련 보호법안이 이러할진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해대고 있는 정규직에 대한 법안의 내용이 어떠할지는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주로 포진되어 있는 대사업장에서 사실 해고는 명예퇴직금 등 일정한 부담을 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적자가 심할 때 이루어진다. 그러나 새로운 법안에 따르면 흑자를 많이 내는 기업일지라도 더 많은 흑자를 내기 위해, 그리고 주가가 조금만 내려도 주가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부담을 하나도 지지 않은 채 해고를 일상화할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외쳤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는 실천의지가 전혀 없는 단순한 구호였지 않았나 의심이 들 정도다. 경기가 좀 나아지면 정권과 자본의 태도도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우리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한국경제는 이미 저 성장기에 접어들었으며 금융세계화에 편입되어 있다. 국가와 자본은 노동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만 초국적 자본을 붙들어 매어 놓을 수 있고 그것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다(그런데 국민들의 다수 구성원인 노동자의 삶이 궁핍해지면서 한국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권과 자본은 최소한의 노동권도 보장해 주겠다는 마음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자본의 소유권에 대한 일정한 침해나 자본에 대한 통제를 가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이는 지난 노사정위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가와 자본의 노동에 대한 공세는 지속될 것이며 이는 교섭테이블에서 저지될 성질의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어찌된 일인지 사회적 교섭에 목을 매고 있다.
둘째, 교섭과 투쟁 병행론의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 민주노총 지도부나 사회적 대화 안건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노조는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투쟁 없는 교섭이 허구적인 실리주의라면, 교섭 없는 투쟁은 공허한 전투주의’가 되고 만다.”라고도 한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당연히 사회적 교섭 틀이 있어야 될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위노조, 산별노조, 총연맹 차원에서 조금씩 다르겠으나 사회적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총연맹 차원에서는, 교섭 틀이 아무리 잘 마련되어 있을지라도 투쟁(력)이 없이는 실질적인 교섭이 이루어질리 만무하며(특히 신자유주의 아래에서는), 항상적인 교섭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주체들의 투쟁의 과정에서 투쟁의 흐름 상 교섭을 원할 때 교섭테이블이 절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것도 상정할 수 없다. 즉 교섭테이블이 있다고 해서 투쟁(력) 없이 교섭만으로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거나, 교섭테이블을 항상적으로 설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투쟁의 성과를 갈무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총연맹 차원의 사회적 투쟁을 교섭 틀을 항상적으로 유지하면서 진행하는 것은 노사정 인사들이 교류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되면서(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노조간부들이 주로 자본가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그 역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노조간부들로서는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해서 교섭결과가 형편없는, 혹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교섭을 하게 되는 것이 또한 지난 노사정위나 민주노총이 참가하는 각종 위원회들의 실상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교섭과 투쟁을 병행한 96-97년 노개위의 ‘성공’과, 전적으로 교섭에만 의존했거나 전적인 투쟁만을 선언했던 98년 이후 민주노총의 노사정위를 둘러싼 지그재그 행보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96-97년 노개위 이후의 총파업을 ‘성공’이라고 보는 것도 따져볼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97년의 외관상의 성공은 (길게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김영삼 정권 말기에 안기부법을 매개로 한,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당시 야당 ‘개혁’세력(현재의 집권세력 및 386세대들)과의 은밀한 합작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그들과의 합작은 민주노총 및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 반대 범대위의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지지로 나타났고, 투쟁의 결말이 그렇게 부실하게 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상당부분 이들과의 합작에서 연유했다고 본다. 한편 그들 세력은 김대중 노무현 집권 이후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의 최소한의 동참도 내팽개친 채 노골적인 신자유주의자들로 변신했는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아직도 ‘개혁’세력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바지 끈을 부여잡고 있다. 독립을 해도 진즉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즉 98년 이후 노사정위의 ‘실패’는 이들의 배신과 완전한 전향에 의해, 그리고 민주노총 내 그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세력의 지속적인 동요로 인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양상은 작년말 국가보안법 투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제 그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투쟁을 일궈야 할 때다. 그렇지 않는 한 실패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은 노동운동에서 정권 내부로흡수된 인사들과의 절연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회적 교섭기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셋째, 이들은 또한 총연맹이 여러 사회적 의제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주장은 마치 사회적 교섭기구가 마련되면 노동자들이 이들 의제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을 것처럼 오도한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가 있다고 해서 이 의제들과 관련한 노동자의 요구가 이 사회적 교섭기구에서 관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이는 현재 신자유주의적 쟁점의 노자간의 대립적 성격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라 하겠다. 사정이 이러한데 투쟁을 통해 비정규법안을 못 막아내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 자리로 끌어내 우리의 안을 관철시키겠다는 말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넷째, 사정이 이렇다고 한다면 기존의 노사정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새로운 교섭기구’의 한계도 뚜렷하다. 한계를 ‘극복’한 노사정위(대통령의 이행 담보 약속 등)의 새로운 구성도 쉽지 않겠지만, 구성된다 한들 정세와 주체들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은 이상 그 성격은 98년 노사정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호언과는 달리 얻을 것은 거의 없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무장해제를 당하는 사회적 합의주의 추진기구일 뿐이다.
우리는 사회적 교섭 안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2월 1일의 폭력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꼭 이들에게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나, 폭력이 다시 발생할 경우 민주노총 내 어느 정파든 그 부정적 후과를 면할 길이 없다. 운동진영 내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하여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은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다. 물론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의 운동이 일본과 필리핀의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하다 하겠다.
한편 우리는 이들이 현재의 민주노총의 위기를 지도부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들의 이런 행보의 근저적 배경에는 조합원들의 보신주의나 수동성이 일정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 내부의 여러 분할 및 그 안에서의 상대적으로 나은 지위, 계속된 패배, 확실한 승리의 전망과 대안의 부재, 사태를 정확히 볼 수 있는 개념과 이론의 부재 등. 그래서 우리는 지도부 비판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새로운 조건에 맞는 새로운 운동이 아래로부터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현재의 노동운동의 위기의 확실한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할 만큼 무모하지는 않다. 그러나 하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교섭과 투쟁 병행논리로 항상적인 교섭기구를 요구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길이 될 수 없다. 미국 등 선진제국, 초국적 자본, 국제금융기구 등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투쟁은 노무현 정권 반대만으로 완수될 수 없겠지만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담보하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대를 경유하지 않고는 시작조차 될 수 없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는 정권과의 전선을 치지 않는 어떤 전술운용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 이는 김대중 정권 이래 민주노총의 거의 모든 투쟁이 증명하는 바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사회적 교섭안 폐기 및 부결과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혁신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안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공약사항 이행이라든지 다수 의견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옹색한 논거를 들이대면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대의원들의 현명한 처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타이밍 놓친 뒷북이지만...ㅡ.ㅡ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