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인터넷언론까지 오늘은 민주노총 대대 소식이 톱을 차지했다. 실로 참담하고 암담하다. 이제 어쩌나?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나?

 

나는 우선, 누구나 예견되었던 일을 질서유지대의 완장과 대의원석과 참관인석의 분리쯤으로 해결하려 한 민주노총 집행부가 오늘 사태에 대해서 반성과 자기 성찰부터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허망한 기대였다.

 

집행부는 대의원대회를 평화롭게 치르기로 합의한 2월 19일 중집위의 결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중집위원들을 탓하더니 급기야 믿어지지 않는 제목과 내용을 담은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제목이 턱 하니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이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우리(민주노총)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 동지(단체)들에 대한 적대감과 응징에의 의지가 충천하고 있다. 

 

2월 15일에 있었던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이른바 "이수봉 문건"을 접하고서 받은 충격 이상의 경악을 다스릴 수가 없다. '이수봉 문건'은 그래도 개인 이수봉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쏟아지는 비난을 애써 외면했다면, 오늘의 성명서는 임원회의까지 거친 민주노총의 공식 문건이다.

 

그 성명서에, 현 사태에 대해 집행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 한마디 없고, 사태 수습을 위해서 어떻게 애쓰겠다는 약속 하나 없이, 그동안의 집행부의 노력을 과장하고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것은 일부 단체의 점거와 폭력 탓이라고, 오로지 남(동지)들만 탓하고 있다.

 

말로는 위기다 위기다 하면서도 민주노총 집행부는 참으로 안이한 인식에 빠져있다. 집행부가 이렇게 아집과 독선에 빠져서는 그 어떤 강력한 수단을 쓰더라도 대의원대회의 파행과 민주노조운동의 파국을 막을 수는 없다. 그 누구도 단상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설령 그런 시도를 하더라도 대중의 동의나 호응을 받을 수 없도록, 모두에게 설득력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집행부의 임무이자 최우선으로 할 일이지, 이렇게 계엄포고령 같은 성명서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이 판국에, '강력한 지도집행력을 구축하기 위해 대대 상정키로 했던 재신임건을 자진 철회한다'고? 허 참, 2월 1일 대의원대회에서 뜬금없이 사퇴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스스로를 외통수로 몰아간 악수였는데, 그동안의 중집위와 중앙위에서 잇따라 업무 복귀를 촉구했고, 3월 2일 우리 연맹 정기대의원대회를 거쳐서 3월 5일 여성노동자대회에서 다시금 공식적인 활동을 재개한 상황에서, 오늘과 같은 사태에 즈음해서는 위원장이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깊이 머리 숙이며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다시금 뜬금없이 재신임건을 자진 철회한다고? 이수호 위원장 본인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미 복귀한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재신임건은 은근슬쩍 넘기는 게 차라리 낫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저녁까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철없이, 오늘 사태에 책임지고 정말로 위원장직을 물러나겠다고 하면 또 어떡하나, 그 혼란은 또 어떻게 수습하나, 이런 걱정을 했었다)

 

나 역시 민주노총에 속한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공동의 책임을 피할 길이 없지만, 집행부의 행태가 악수에 악수를 거듭하고 있는 데야 아연실색해서 몇 마디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개인블로그에 넋두리하는 것이라 깔끔하게 정리되지도 않았으니,  혹여 누군가 지난 번처럼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퍼 날라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쩝-

 

아, 이석행 총장은 비정규직개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어쩌나 해서 잠이 안온다는데, 그래서 사회적 교섭안을 통과시켜서 그 법안을 장외로 끌어내서 준비된 투쟁과 결합시켜 막으려고 하는 충정을 왜 몰라 주느냐고 강변했는데, 나는 정말 내가 현직의 노동조합 간부라는 것이 부끄러워서, 노조 간부로서 좀 더 용기있게 말하고 똑바르게 행동하지 못해서, 잠을 못자겠다. 씨-



성명서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않는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또다시 단상점거소동에 의해 개최도 못하고 무산되었다.

위원장 재신임 건, 사회적 교섭방침, 4월 총파업 등 중요한 결정사항을 앞두고 일부단체의 점거에 의해 폭력으로 무산된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이다.

비정규 개악안이 강행처리 될 긴박한 시점에 민주노총의 지도집행력을 마비시키고 아예 대의원대회자체를 봉쇄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도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없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내부의 이견을 해소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의원대회의 개최시기를 연기하면서까지 많은 토론이 있었고 의견의 수렴과정이 있었다. 그 결과 사회적 교섭방침과 총파업방침을 수정하여 이번 대대에 상정키로 되어있었다.

지도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회자체를 물리력으로 원천봉쇄하는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위원장은 강력한 지도집행력을 구축하기위해 대대 상정키로 했던 재신임건을 자진 철회한다. 아울러 4월 총파업과 사회적 교섭방침 건 등 상정안건을 처리하기위한 중앙집행위를 조속히 개최하여 대대일정을 포함한 모든 사업을 정상 가동할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참고 인내하면서 반대의견들을 설득하고 포용하여왔으나 이렇게 대의원대회자체를 무산시키는 상황에 접하면서 더 이상 이해만 해주기는 지금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민주노총은 자신의 의견을 힘으로 강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물리력으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에 대하여 더 이상 좌시하지않고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2005. 3.1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