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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대안?

답답하고 화도 치밀고 서글프기까지 한 하루였다.

안개가 자욱한 거리를 달려 집으로 오는데, 민주노총이 저 안개 속에 갇혀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오자마자 여기저기 들어가서 오늘 사태에 대한 소식과 평가들을 읽는다.

특히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제목을 내건 성명서를 읽고는 아연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참세상 속보에서 이른바 "이성우안"이라고 하는 제3의 대안에 대해서 일침을 가한 어느 단체의 성명서를 읽고 해당 부분을 여기에 인용한다.

 

<<자본가들은 기아비리 사태에서 나타나듯 물질적 매수로 노동운동 내부에 자본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관료주의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 대의원대회의 투쟁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노동자들을 팔아먹는 개량주의 관료들을 척결하는 투쟁이다. 또한 노동자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이다.
노사정교섭을 둘러싸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처리하지 말고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를 그대로 추진하자”는 ‘제3의 대안’은 이수호 집행부 직권으로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초반동적 입장이다. 또한 금속산업연맹 선거에서 사회적 노동운동세력들이 제안한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사회적 연대투쟁을 먼저 배치하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안건 처리를 유보하자”는 주장은 총파업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 주장에 불과하다.>>(노동자정치협회 특별호, 3/15)

'제3의 대안'은 이수호 집행부 직권으로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초반동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오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얼핏 들긴 한다. 하지만, 내 제안의 핵심은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교섭안은 폐기하고 비정규개악법안 저지와 비정규보호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힘있게 결의하고 확실하게 실천하자는 것이었지, 이수호 집행부 마음대로 다하도록 놓아주자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어쨋거나, 집행부는 해야 할 결단은 하지 않고 입장이 다른 동지들을 적으로 몰아세우기에만 급급하고(질서유지대란 이름으로 집행부가 준비한 폭력은 구사대 이상이었다), 집행부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동지들은 집행부의 결단만 촉구하면서 스스로 결단해야 할 것들은 찾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여기저기서 현 사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안들을 풍성하게 생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바램인가. 오죽하면 격렬한 토론의 장도 아닌 나긋나긋한 좌담회 자리에서 소박하게 제안했던 것이 제3의 대안으로까지 부상했을까. 쯧쯧.

 

 



<노동자정치협회 특별호>


주눅들지 말고 과감하게 행동하고
투쟁하자!



“당신이 만일 놈들의 미움을 받거든 가장 옳은 길을 찾은 줄 알아라!”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투쟁의 한 가운데에서 때로는 노동운동의 원칙과 투쟁의 전술적인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원칙의 올바름을 확인하고 가장 올바른 투쟁전술을 잡아나갈 수 있다.
전노투는 지난 2월 1일의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사투쟁 이후에 자본과 정권 그리고 그들의 나팔수인 자본가 언론, 노동운동 내부의 기회주의자들로부터 온갖 저주와 비난을 들어야 했다. 동지들! 우리는 가장 옳은 길을 찾은 것이다.

전노투는 사실 자신이 가진 실력보다 수십 배 이상 부풀려져서 모든 악행의 근원으로 악선동을 당하고 있다. 그것은 좋든 싫든, 감당할 수 있는 없든 전노투는 현재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의 정리해고, 파견제 직권조인 이후에 직간접적인 정리해고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동지들의 투쟁의지와 분노를 모아내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한의 노동운동 진영은 전노투를 구심으로 해서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세력으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모든 정치세력들은 사회적 교섭(노사정위원회)에 맞서 자신의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지금은 자신들이 제출한 입장을 내걸고 과감한 행동을 하는 시기다. 행동의 시기에 주저하거나 우회로를 찾는 것은 투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기회주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모든 정치세력들은 자신이 주장하고 행동한 만큼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2월 22일로 예정됐던 대의원대회가 3월로 유예됐을 때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더욱 더 몰아치자!”고 주장했다. 대의원대회의 유예 이후인 2월 23일 정권은 파견법 개악을 밀어붙이려고 시도하다가 또 다시 4월 입법화로 일정을 연기했다. 민주노동당은 파견법 개악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는 반대한다. 4월 심의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자본가 정당과 합의를 하였다. 민주노총은 아직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았으나 민주노동당은 이미 자본가 정당과 이러한 합의를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주의를 당적 차원에서 가동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심장이다!

우리는 일찌감치 사회적 합의주의가 노사정위원회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업종별 노사정협의회, 관료주의적 산별중앙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의 형태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총연맹 중앙 차원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단사 차원의 노사협조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사회적 교섭 안건 상정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 진영 일각에서는 대의원대회에서의 사회적 교섭 반대투쟁과 현장에서의 총파업 투쟁 조직화를 대립적으로 사고하고 있다. 또한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건이 통과되더라도 사회적 합의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4월 총파업 전선으로 사회적 교섭에 파열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금의 정세인식이 있다면 그 누구도 대의원대회에서의 사회적 교섭반대만으로 총파업 전선이 구축된다거나 사회적 합의주의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사물의 긴밀한 연관성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적 빈곤함에서 비롯된다. 노사정위원회 그 자체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모든 것이 아니지만 사회적 합의주의의 압축판이다.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단사, 지역․업종, 연맹 별로 교섭주의와 협조주의가 구축된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에 파열구를 내는 것은 노사정협조주의의 심장을 공격하는 것이다. 오늘의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건이 통과된다면 4월의 총파업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노사정협조주의는 강화된다.

“1990년 이래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노사정위원회는 민주노총의 탈퇴로 매우 불완전하게 운영되어 왔고 노사정 타협구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05년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여부가 2005년만이 아니라 참여정부 아래 노사정위원회라는 노사정협의틀 자체의 존재 의미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이 결정은 노동조합이 향후 예상되는 전임자, 복수노조 문제를 포함한 노사관계로드맵 등 법제도 개선문제와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정부, 사용자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2005년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노사정위원회는 이러한 현장 내에 깊숙이 침투해 왔던 사회적 합의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정부, 사용자와 협조주의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 하에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운동 내의 개량주의자들을 끌어들여 실업문제 해결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려 하는 기구인 것이다.



자본가들의 민주주의를 박살내고
노동자민주주의를 만들어가자!


노무현 정권은 “대화와 타협의 문화는 정치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라면서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타협없는 투쟁은 정통성 없는 권력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을 때, 이에 맞서 싸울때에만 정당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한때 노무현의 품으로 기어들어갔던 박태주는 “폭력은 결코 민주주의와 양립하지 않는다”면서 민주노총 관료주의자들의 편을 들고 있다.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데올로그들은 “이번 대의원대회는 반드시 민주적 절차가 지켜져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투쟁에 대해 ‘폭력세력’이라고 매도해왔던 자본가들은 이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려는 민주노총 내 개량주의자들을 옹호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민주노총 관료주의자들도 ‘민주적 절차’, ‘평화적 대의원대회 성사’를 외치고 있다.

정권과 자본은 지난 해 노동자들의 투쟁을 평가하면서 “노사정 사이의 타협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파트너쉽, 노사상생이라는 허울 아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어 나자빠지고 있다. 지난 해 고임금론과 노동귀족으로 온갖 악선동을 당했던 LG칼텍스정유 노동자들은 콘테이너 감금, 언론 인터뷰를 근거로 한 부당해고, 사내 게시판 공개 반성문 발표, 노동조합 탈퇴서 강요, 투쟁조끼․머리띠 반납, 투쟁조끼 절단식 등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탄압과 모욕을 당하고 있다. 1996년 1,632건, 1997년 1,928건, 1998년 3,670건이던 부당해고 구제 신청건수는 2004년 10월 현재 5,205건으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자본가 연구소조차도 “지난 해 상용근로자의 임금증가율이 5.4%로 전년 9.2%의 절반에 못 미치고 실질임금이 전년 5.5%의 4분의 1로 줄어들면서 소비회복에 걸림돌로 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권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수호 집행부도 ‘일자리 문제를 다룰 사회적 대화’를 위해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해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안)’이 나왔지만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근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거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정규직 일자리는 35만2천개가 감소했으나 비정규직은 2004년 8월 기준으로 78만8천명이 늘어났다. 실업자는 77만7000명에서 81만3000명으로 4.6% 늘어나고 준실업자 규모는 348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6.1%늘어나면서 통계산출이 가능한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1월 36시간미만 취업자는 322천명으로 12.0% 증가한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85천명으로 -1.5%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자본과 정권은 심지어 손발을 맞춰 “엉터리 근골격계 환자가 많다”면서 산재보험법을 개악하려고 하고 있다.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등 자본가들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내려놓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쏟아져 나오자 “현재 추진 중인 파견법 개정(안)을 조속 통과시켜 현행법상의 미비점을 근원적으로 개선”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것이 노동부에서 지난 1월 27일에 제시한 불법파견 조치계획이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확대, 정리해고 증가 등 노동자 생존권의 압살을 가져왔고 파업파괴, 노조말살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사회적 합의의 대가는 오히려 실업자와 준실업자의 증대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자본과 정권 그리고 여기에 담합하는 노동운동 내 개량주의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실체다. 자본가들만을 위한 기만적인 민주주의는 노동자에게는 폭력적인 억압과 수탈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한 남한 노동자계급 전체가 당하는 고통, 그것의 결과로 나타나는 분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은 바로 민주주의 공화국 하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기아비리 사태에서 나타나듯 물질적 매수로 노동운동 내부에 자본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관료주의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 대의원대회의 투쟁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노동자들을 팔아먹는 개량주의 관료들을 척결하는 투쟁이다. 또한 노동자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이다.
노사정교섭을 둘러싸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처리하지 말고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를 그대로 추진하자”는 ‘제3의 대안’은 이수호 집행부 직권으로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초반동적 입장이다. 또한 금속산업연맹 선거에서 사회적 노동운동세력들이 제안한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사회적 연대투쟁을 먼저 배치하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안건 처리를 유보하자”는 주장은 총파업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 주장에 불과하다.
동지들!
민주노총의 민주주의는 때로는 역설적으로 절차와 형식을 어겨가면서 투쟁했을 때 지켜져 왔다. 오늘이 바로 그 때다. 자본과 정권의 공격과 노동운동 내부 기회주의자들의 기만, 회유에 위축되거나 혹하지 말고 과감하게 행동하고 투쟁하자!


2005년 3월 15일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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