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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7
    3월에 내리는 눈(3)
    손을 내밀어 우리
  2. 2010/02/18
    면회
    손을 내밀어 우리

3월에 내리는 눈

 

3월 중순에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다 오전에 대전구치소 3번 면회실에서 만난 동지를 생각한다 연고도 없는 대전에서 올 한해는 꼬박 살게 생겼다며 환하게 웃던 동지는 작년부터 햇빛을 못봐서 구릿빛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한달 전쯤에 다른 동지를 면회하고 나올 때는 진눈깨비가 내렸구나 세월이 이렇게 거꾸로 가면 동지가 나올 날이 더 멀어지는 건 아닐까 기왕 눈이 내릴 것 같으면 6년 전 봄날처럼 50센티미터쯤 와서 온갖 지저분하고 추악한 것들 다 파묻었으면 좋겠다 힘있고 부패한 자들이 파묻는 것보다 차라리 눈에 파묻히는 게 낫다 그리고 꽁꽁 얼어붙었다가 좋은 시절이 오면 지금 모습 그대로 다 드러내도 좋으리라 우리의 죄가 잊히지 않고 저들의 죄를 심판할 수 있게 말이지 3월에 내리는 눈을 맞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이렇듯 부질없고 속절없는 한바탕 꿈을 꾸고 있다.

 

아침에 내다 보니

우리집 앞, 막 꽃이 핀 구기자나무에도

눈꽃이 활짝 피었다.

 

하루 빨리

저 눈꽃처럼 환한 얼굴로

갇혀있는 동지들이 달려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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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1주일 전, 설 연휴를 앞두고,

진눈깨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을 만나러 대전구치소에 갔다.

 

구치소 앞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들어가는데

그날 따라 정문 위에 걸린 문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꿈이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꿈이 죽은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모조리 감옥에 가두는 자들이

꿈을 얘기하다니, 하고 슬며시 부아가 치밀었다.

 

수인번호 2756번 김달식.

작년 여름에 구속된 이후에 벌써 3번째 면회였다.

1월에 특별면회할 때는 손도 잡아보고 했는데

일반면회에서는 두꺼운 창이 가로막히고

목소리도 스피커를 통해서 들어야 한다.

 

1월 28일에 실형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황.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열받을 만한데

김달식 동지는 다른 일로 잔뜩 화가 나있었다.

 

검사가 집시법 위반으로 추가로 기소했고

지들 맘대로 국선변호인까지 선임해 두었으니

2월 24일 오후 2시에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저 화물연대 대표자라는 이유로 해서

작년 5월 16일 집회 책임을 물어

2년씩이나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억울한 일인데

이미 고법에서 무죄 선고된 사건을 갖고

(그 사건 얘기는 면회 시간의 제약으로 못들었음)

추가로 기소해서 다시 1심부터 재판을 받아야 한다니

어찌 기가 막히지 않을까.

거기다가 엄연히 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국선변호인은 또 무슨 말이여?

 

같이 열받아 하다가 면회시간이 끝나니까

마이크도 꺼지고,

서로 주먹 불끈 쥐고 흔들어보이면서 헤어졌다.

바빠서 미루다가 1주일만에 기억을 더듬어 쓴다.

 

내 노트북을 뒤져보니 내가 찍은 사진들 중에

김달식 동지도 여러  장 있다.

작년 5월 16일 대전정부청사 앞 전국노동자대회와

작년 6월 20일 고 박종태 동지 장례식에서

찍힌 아래 사진 속 김달식 동지의 얼굴은

7개월의 감옥생활을 통해서 쏘옥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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