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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7
    3월에 내리는 눈(3)
    손을 내밀어 우리

3월에 내리는 눈

 

3월 중순에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다 오전에 대전구치소 3번 면회실에서 만난 동지를 생각한다 연고도 없는 대전에서 올 한해는 꼬박 살게 생겼다며 환하게 웃던 동지는 작년부터 햇빛을 못봐서 구릿빛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한달 전쯤에 다른 동지를 면회하고 나올 때는 진눈깨비가 내렸구나 세월이 이렇게 거꾸로 가면 동지가 나올 날이 더 멀어지는 건 아닐까 기왕 눈이 내릴 것 같으면 6년 전 봄날처럼 50센티미터쯤 와서 온갖 지저분하고 추악한 것들 다 파묻었으면 좋겠다 힘있고 부패한 자들이 파묻는 것보다 차라리 눈에 파묻히는 게 낫다 그리고 꽁꽁 얼어붙었다가 좋은 시절이 오면 지금 모습 그대로 다 드러내도 좋으리라 우리의 죄가 잊히지 않고 저들의 죄를 심판할 수 있게 말이지 3월에 내리는 눈을 맞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이렇듯 부질없고 속절없는 한바탕 꿈을 꾸고 있다.

 

아침에 내다 보니

우리집 앞, 막 꽃이 핀 구기자나무에도

눈꽃이 활짝 피었다.

 

하루 빨리

저 눈꽃처럼 환한 얼굴로

갇혀있는 동지들이 달려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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