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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먹은 참치

  • 등록일
    2007/01/28 12:45
  • 수정일
    2007/01/28 12:45
어제 대추리에서 촛불집회가 끝나고 난 뒤에 음식을 나눠먹는데, 참치가 들어간 주먹밥인줄 모르고, 하나 먹고 말았다. 그때 ○○가 "스캔은 먹어도 돼"라고 말해서 충격받았다.ㅋㅋ (도대체 나를 멀로 보는 거예욧!!)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채식하는 건 맞다고요~


나는 정확하게 어느날부터 채식을 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보통 날짜같은 거 기억할라고 마음먹으면 몇년동안이나 너무도 잘 기억하는 습성을 지닌 내가 겨우 50일 정도 된 일을 기억하지 않고 있는 것은 내 기억을 스스로 조작해 낸 결과다. 블로거들의 오프모임에 처음 갔을 때부터, (그 전에는 전혀 몰랐으나...) 채식은 나에게 엄청난 흥미거리였다. (요리 실력은 형편없는 데에 비해서...) 언젠가부터는 "나도 채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나, 집에서 요리를 할 시간도 없고, 주방권력을 쟁취하지 못했던 관계로 (주방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냉장고 청소까지 했으나, 며칠 후에 집에서 쫓겨났다지-_-) 그냥 내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머물고 있었다. 물론, 채식이 나에게 흥미거리가 된 후로는 예전에 그렇게도 많이 가던 고기집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이것도 나중에 리우스랑 스머프랑 한번 가긴 했지만...) 그러다가 손을 잡았고, 그 뒤로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조작하려는 의도) 채식을 하게 되었다. 나는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고, 조용히 시작하고 싶었다. (조용히 시작한다고 해서, 혼자서 몰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고기집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고기집에 가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물론 요건 한달에 한번정도는 하고 있으나) 그렇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연애도 시작하면서 그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던 것 뿐이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서 애인님때문에 채식을 따라가는 거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냥 "그렇다"라는 대답을 했다. 이렇게 말한 1차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할만큼 연애와 상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아니다"라고 했을 때의 다음으로 예상되는 공격을 일단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내겐 혼자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채식을 할 때의 방법상의 가장 큰 문제는 요리를 직접할 수 있느냐인데, 나는 그 부분에서 아직까지 자신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고, 또 잘하지 못하는 것들은 하기 싫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게임을 할 때도 어느 날부터는 스타크래프트만 하게 된 건 내가 그 게임을 (남들보다)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즉, 내가 채식을 계속 유지하게 될 개인적이면서도 결정적인 근거는 내가 채식요리를 언제부터 잘하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요건 남들보다는 아니다.) 아니, 내가 잘한다고 언제부터 생각하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요리를 잘하게 되면 채식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선후관계에 있어서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런 의미에서 어제 D와 함께 만들어서 대추리로 가져갔던 잡채는, 나에겐 꽤나 정치적인 것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ㅋㅋ D가 돌아오는 대로 관련 포스팅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니면, 내가 하던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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