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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2/06 18:38
  • 수정일
    2007/02/06 18:38
요즘 고민 중인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언제는 고민이 없었겠어?) 그 중에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이제 2주도 안 남은 '설'이라는 명절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갑갑하다.


우선 이번 설에 고향에 간다면, 내게 그동안 좋지 않은 관계들을 구성해 온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완전 안 좋은 거를 종합선물세트로 한꺼번에 받을 거 같은 기분이다.-_- 일단, 내 애인의 이름을 물어보던 녀석들을 만나게 될 확률은 대충 80%이상 내가 만나지 않으려고 할 때, 이 녀석들에게 전화가 다섯번 이상 올 확률은 거의 100%. 또, 나와 같이 살다가 나를 쫓아낸 사람들을 만나게 될 확률은 거의 100%. 그뿐만이 아니다. 과연 고향에 가면 채식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특히 고기를 안먹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고, 또 그만큼의 전투를 치뤄야 하는데, 부모님 뿐만 아니라, 어디서 운동 좀 한다는, 나를 동생으로 부르는 인간 역시, 이 문제에서는 나에게 적대적일 것이 뻔하다. (저번에 비웃으면서 "웰빙이냐?"라고 하던 그의 얼굴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사실 부모님한테 수십번의 비난이나 놀림을 당하는 것보다, 이 인간한테 단 한번의 비난이나 놀림을 당하는 게 더 싫다. 그래서 한달전쯤부터, 설에 어떻게 할 지에 대하여 고민을 했다. 고향에 가는 것은 순전히 부모님을 찾아뵈러 가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다. 그래서 이번주말에 가는 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해왔는데, 결국은 그냥 설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걸 심각하게 고민할만큼, 이번주에 가는 것이 장점이 있었다. 이번주에 가도 부모님은 만날 수 있고, 교통편이 용이할 거라는 점. 다음 주나 이번 주나 기간은 비슷하다는 점. 내가 만나기 싫은 사람들은 전부다 설에만 잠깐 오는 거라는 점. 명절 자체를 피해서 가면, 고기나 해물들을 먹지 않게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보통 명절을 기준으로 소위 '좋은' 음식들을 준비하니까...) 그러나, 결국 내가 그냥 설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가능하다면) 다른 때보다는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한다는 가부장제적인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에 과외를 2개나 잡아야 하는 상태로 몰린 것. 그래서 나는 이번 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돌아올 것 같다. 토요일에 아무때나 가서 월요일에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와야겠다. 그리고 현현님이 제안하신 누워서보는상영회를 꼭 봐야쓰겄다.ㅎㅎ 쓰고나니 결국은 명절때 후딱 서울로 돌아와서 누워서 보겠다는 이야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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