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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가 죽은 게 아니라, 희망이 없는 것이다

  • 등록일
    2007/12/02 19:44
  • 수정일
    2007/12/02 19:44
navi님의 [대안의 부재]에 관련된 글. 현현님의 [77. 건조한]에 관련된 글. 체게바라님의 [마이너리티의 대선 관망기]에 관련된 글. 오래전부터 쓰기 시작했던 글을 지우고 또 쓰고,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이제야 올린다. 근데 별로 내용이 없네. '사표'는 간단히 말해서 죽어버린 표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낙선된 후보자에게 던진 표를 의미한다. 좀 더 확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사(死)"라는 글자를 쓰는 것은 낙선된 후보자에게 던진 표가 당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선거때마다 혹자들은 사표를 걱정하면서 자기가 찍은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당선될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후보를 찍어서 당선에 도움이 되라는 식의 논리를 편다. 이쯤되면, 선거철마다 지지율을 보면서 슬슬 배를 갈아타는 정치인들의 행동을 유권자들도 따라하라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김민석이나 이인제 같은 사람들이 "철새정치인"이라고 비난받는 것은 좀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행적은 매우 기회주의적이었지만, 사실 유권자들도 철새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 아닌가?


1. 내가 여태까지의 선거에서 투표소에 갔던 적은 딱 한번 있었다. (물론 학생회 선거 같은 것은 여기서 제외한다.) 작년 5월 31일 지방자치단체장, 의원 선거였다. 물론 그때는 군인신분이었기 때문에, 투표소를 다녀온 증거를 가져오지 않으면, 중대장한테 얼차려를 당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가긴 갔을 뿐이다. 사실, 그건 군대에서 병사들의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억압한 것이었다. 2. 나는 계속 투표하지 않아왔고, 이번에도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출마한 사람중에 지지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뭐 다른 사람들이 나온다고 해도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내가 투표하지 않아서 버려지는 나의 표도, 나의 의견도 사표인 셈이다. 뭐, 남들이 그걸 버려졌다고 생각하든 아니든 상관없다. 다만,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한테 정치에 대해서 무책임하다고 구박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3. 어떤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도, 당선되면 안되는 사람부터 하나씩 제거하여, 마지막에 남는 사람을 찍으라고 한다. 뭐,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선택도 하기 싫다. 그렇게 하면, 마지막에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찍어줄 게 될테니까. 좀 아는 사람들은 다 당선되면 안되니까. 결국 내가 히틀러를 찍어주게 되는 건지도 판단할 수 없게 되니까. 나도 나름대로는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선 후보들에게서는 결코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어찌하오리까... 4. TV를 보고, 신문을 보고, 인터넷을 돌아다녀도 이번 선거는 너무너무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10진법의 세계에서 갑자기 3진법의 세계로 귀환한 듯한 느낌이랄까... 1번, 2번, 12번만 나오는 걸 두고 하는 소리다. (웬지 이거 1번과 2번을 12번이 통합하는 이미지잖아. 제길) 만약에 이회창이 13번이었다면, 3번인 권영길에게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TV뉴스나 신문에서 각 후보에 대한 보도 시간을 동일하게 조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잘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그런 규정이 있다면, 메이저 방송사들과 주요 신문 등등을 다 고발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5. 이런 선거판에서 유권자들은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들어본 이름을 찍겠지.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대선후보로 나온 12명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들 비슷하지 않나? 유세하는 걸 보자니, 다들 후보 이름과 기호를 세뇌시키기에 바쁜 듯 하다. 언론에서 띄워주지 않는 후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언론에서 띄워주는 후보들도 결국 그따위아닌가... 외쳐라. 당신의 이름과 기호 말고 당신의 정책을. 누가 당선되더라도 당신이 제시한 정책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고. 자기가 당선되면 뭘하겠다는 말보다, 자기가 당선되면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보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한민국에서는 무엇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듣고 싶다. 6. 권영길의 선거 사진이 마음에 안든다. 꼭 자본가처럼 생겼단 말이야. 양복말고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 게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정동영은 두 아이의 뽀뽀를 받으면서 뭔가 느끼는(?) 것 같단 말이지. 7. 어쨌든 대한민국 대통령은 언론이 만든다는 결론. 이미 불공평한 게임. 이름 세뇌대결. 보드게임보다 재미없어. 어지러워. 이러고도 또 누가 당선되면, 화합과 상생을 떠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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