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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잔치

  • 등록일
    2009/09/04 03:38
  • 수정일
    2009/09/04 03:38

학원에서 수업을 하는데, 갑자기 맨 앞에 앉은 학생이 뜬금없이

"선생님!!"

"왜?"

"선생님 팔순잔치할 때 제가 꼭 갈께요."

 

아니 수학문제를 풀다가 왜 또 수 많은 잔치를 놔두고, 팔순잔치지...

그 전까지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겐가...

 

 

조금 있으니,

"선생님!!"

"왜?"

"저희반 애가요. 체온측청 했는데요. 37.8도가 나왔어요."

(순간 36.5도로 착각한 나는) "그럼 정상 아니냐?"

"예?"

 

"걔가요. 병원에 갔는데, 오래 기다려야 해서 그냥 왔대요.

저 이제 신종플루 걸릴 지 몰라요. 저 어떡해요?"

이 녀석 한 달 전쯤에 친구가 신종플루 걸려서, 울면서 전화했다고

그게 너무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고 키득키득대면서 이야기하길래,

진지한 표정으로

걸린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진짜 속상할 일이라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학생에게

"걸려야지. 어쩌겠어..." 라고 했다.

 

 

요즘 부모님이 우리 집에 2주째 와 계신데,

그것때문에 요즘 내가 생활리듬이 깨져서 힘들다고 이야기하니까,

수업이 끝날 때쯤에 다시 이 학생이

"선생님!!"

"응?"

"저는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젤 좋아요."

"그 다음으로는 우리 아빠가 젤 좋아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너도 서른 되어봐 그런 소리 나오나..."

라고 했다.

 

 

보건복지가족부-질병관리본부에 가서, 신종인플루엔자 대처요령을 보는데,

왜 학생들이 신종인플루엔자에 더 잘 걸리는지 써놓은 대목을 보고,

이거 학교가 너무 에로틱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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