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차덫

  • 등록일
    2006/09/27 19:52
  • 수정일
    2006/09/27 19:52

오랜만에 '장기' 버젼입니다.

 

이것은 제가 온라인에서 장기를 둘때,

대등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아주아주 잘 써먹는 방법입니다.

차덫 - 말 그대로, 차를 잡기 위한 덫을 놓아서, 그 덫에 유인하여 잡는 것입니다.

덫을 놓을라면 미끼가 필요합니다. 미끼는 저의 포가 되겠습니다.

 

걸려들면, 결국 마지막에 상대의 차와 저의 포를 서로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유인하는 방법은 정말 그럴듯 해 보입니다. 그래서 성공률이 꽤 높습니다.

그러나, 유인했는데도 상대의 차가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비가 안되거나,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보여드릴 기보는 제가 얼마전에 온라인 상에서 이 전략을 써먹었던 기보입니다.

여기서 제가 '한', 상대방이 '초'입니다.

 

 


 

처음 장면을 보면, 저는 현재 상이 하나 없고, 상대방은 졸이 세개가 없습니다.

제가 약간 유리합니다만, 머 그렇다고 승부가 기울었다고 볼 정도는 아닙니다.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의 기물배치입니다.

마2개와 상1개가 반드시 저 위치에 있어야 하고,

병이 많이 살아 있을수록 좋습니다.

 

 

 


 

상대의 포가 이동해서 제 차와 줄을 맞춘 것입니다.
그냥 평이하지만, 제 차에게 압박을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만히 있으면 다음 수가 상대는 포가 졸 위로 넘어와서 제 차를 노릴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좀 난감해 질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차가 비켜줄 공간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차 옆에 있던 포를 이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동한 위치가 궁 안쪽이 아니라 그보다 한칸 더 오른쪽... 표시된 위치입니다.

상대방은 그쪽 줄에 아무런 기물도 배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리로 간 것은 그 포를 미끼로 쓰기 위함입니다.

 

 

 


 

상대방도 제가 차의 옆길을 열어놓으니까 포를 철수시켰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이 둘 게 없다는 의미도 있지만,

아직 상대방이 저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3선의 포를 이렇게 이동한 것은 마치 상과 양졸을 교환하려는 작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방의 수비형태상 절대 성립하지 않는 작전입니다.

지금의 포의 이동 역시 덫을 만드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상대방은 제 포가 그쪽으로 가니까,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리인데도 불안한 듯

졸을 피했습니다. 머, 화력이 집중된 자리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인 것은 맞습니다.

 

 

 


 

여기서 제가 차를 한칸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수 같지만,

이것은 오른쪽에 있는 제 포가 왼쪽으로 바로 넘어올 수 없게 만듭니다.

제 포를 스스로 묶어서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상대의 차가 이렇게 이동했습니다. 제 포가 왼쪽으로 바로 넘어갈 수 없다는 약점을 본 것입니다.

자 이제는 다시 제 차를 치워도 포가 돌아가기에는 늦었습니다.

 

 

 


 

이럴때 지금처럼 3선의 포를 귀에 붙입니다.

이 수는 이 작전의 사전 공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입니다.

상대가 걸려든다 싶을 때 이 위치에 포를 둠으로써,

나중에 상대가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포로 적절히 자폭하는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방지하는 수단입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차가 포를 노리러 왔습니다. 포가 피하면 장군이 되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이 수를 두면, 조금 생각했다가 둬야 합니다.

너무 바로 둬버리면, 이거 내가 다 의도한 거라는 것을 상대가 눈치챌 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마로 차를 공격합니다. 물론 지금 뛰어나간 마는 제 포도 동시에 지키고 있습니다.

이 수가 들어갔을 때가 고비입니다.

여기서 다음 수에 상대의 차가 뒤로 물러나면 유인에 말려들지 않은 것입니다.

말려들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마를 원위치 시키면 되겠습니다.

 

 

 


 

지금 상대의 차가 한칸 옆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걸려들었습니다.

수 자체는 그럴 듯 합니다. 제 마를 걸었고, 그 마가 피하면 포가 죽는 상황.

차 하나로 여러가지 저의 기물을 묶어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한 수로 인해, 상대의 차는 살려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왼쪽 마가 건너와서 상대의 차를 노립니다.

지금 건너온 마가 앞서 튀어 나간 마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기물을 다 지키고 있는데,

상대의 차는 오른쪽으로 가면 마한테 죽고, 뒤로 후퇴하면 상한테 죽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다음 수에 상대방은 마지막 도발을 할 것입니다.

그래봐야 포를 먹고 죽거나, 마를 먹고 죽는 선에서 마무리 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